‘조국 사태’ 최대 피해지역은 대구경북

발행일 2019-10-27 15:16:2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지난 8월9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지명으로 촉발된 ‘조국 사태’가 처리의 큰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두달 넘게 국론을 두동강 내는 사상 유례없는 후유증을 겪은 뒤 지명 66일만인 10월14일 조국 장관이 전격 사퇴했다. 이어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24일 구속됐다. 보수와 진보의 주말 시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금주 중 조 전 장관의 소환조사도 예상된다.

그러나 조국 사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진영논리를 앞세운 첨예한 대립으로 향후 대구·경북을 포함한 대한민국 전 국민의 미래에 두고두고 영향을 끼칠 것이다.

---내년 총선 대구경북 보수 싹쓸이 예상

21대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4·15 총선은 보수와 진보의 명운을 건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2022년 대선의 전초전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은 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권의 심판론을 내걸 것이다. 중간평가 성격이다. 이에 반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는 국정 안정론을 내세울 것이다. 총선 패배는 레임덕과도 직결될 수 있다.

당장 대구·경북에서는 보수의 싹쓸이가 예상된다. 조국 사태 와중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같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총선 결과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보수 일색이었던 대구·경북의 정치지형은 그간 많이 변화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2명의 민주당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서는 기초자치단체장과 다수의 지방의회 의원을 배출하는 등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나타냈다. 모두들 TK 정치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조국 사태가 터졌다. 다원화 가능성을 보이던 민심은 급선회했다. 대구·경북이 진보정권 심판의 선봉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특정 정당의 일당체제 회귀가 눈에 보인다. 바람직하지 않은 흐름이다.

지역민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정치적 상황 때문이다. 정치발전 도루묵이다. 대구·경북이 조국 사태의 가장 큰 피해지역이 되고 만 것이다.

지난 진보정권 시절 정치적 선택 때문에 지역민들은 많은 피해를 입었다. ‘못먹어도 고’를 외쳤다. 예산철이나 대형 국책사업이 지역 간 경합을 벌일 때 중앙부처에 지역의 실정을 전달할 루트가 없어 전전긍긍했다.

그시절 지역민들은 정치적 다원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비싼 대가를 치르고 학습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원위치됐다.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조국 사태로 규정지어지는 현 진보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결기가 다수의 지역민들에게 가득하다.

대구·경북은 또 다시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정치적 후진지역’이라는 질타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구·경북을 나무라면 안된다고 지역민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지금은 대구·경북이 아니면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맞추어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치발전 도루목’ 과연 누구 탓인가

대구·경북민은 내년 총선에서 그 균형을 우선 생각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나서지 않으면 조국 사태를 초래한 오만한 정권에 대한 국민적 응징이 희석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일당독식체제는 정말 바람직 않다. 하지만 작금의 정치흐름은 그러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그간 진보나 개혁의 정치의식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앞장서 온 적지 않은 지역민들의 좌절도 안타깝다.

정치적 성향에서 한 목소리만 내온 대구·경북은 보수 정권일 때도 큰 혜택을 입은 것이 없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때 ‘밀양 신공항’ 하나 밀어붙이지 못했다. 정권 창출의 심장부니까 어떻게 해도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치인들의 얄팍한 계산 때문에 푸대접을 받았다. 그로 인해 정치발전은 말할 것도 없고 국토개발이나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외면받은 때가 많다.

보수에게는 집토끼로 홀대받고, 진보로부터는 배려할 필요가 없는 지역으로 푸대접 받았다는 것이 지역민들의 인식이다.

조국 사태로 ‘내로남불’ 진보의 민낯이 드러났다. 내년 총선을 통해 대구·경북이 ‘정치적 다원화’와 ‘정권 심판론’ 사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과에 뭐라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지국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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