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승남 기자.
▲ 신승남 기자.
신승남

중부본부 부장



SNS 예의 갖춰야

언젠가부터 자주 하던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 밴드를 끊었다. 자제하고 있다.

처음 SNS(사회관계망 서비스)에 가입하고 기사로는 다할 수 없는 마음을 가끔 풀어내곤 했다.그렇게 하고 나면 따라붙는 반응이 재미있었다. 시원하다, 잘했다는 격려나 이렇게 글을 써도 괜찮겠냐는 우려의 댓글이 달렸다.

그러던 중 문뜩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지금 SNS에 올리는 글이 ‘내 감정의 찌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을 남들에게 그대로 내비치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되돌아봤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소소한 이야기만을 올렸다. 여행지와 음식 등을 소개했다.

그것도 금방 시들해졌다. 가족과 함께 한 여행기인데 아내와 훌쩍 자란 아이들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요즘은 글을 올리는 것은 자제하고 가끔 ‘눈팅’ 하는 정도로 SNS를 활용하고 있다. 직업상 혹시 모를 정보를 놓칠까 싶어서다.

하지만 최근엔 이마저도 하지 않는다. 내년 총선이 다가와서인지 정치 관련 게시물이 너무 많아서다. 물론, 상업용 광고물이 넘쳐나는 것도 한 이유다. 아마도 정치적 게시물이 많은 것은 총선이 임박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SNS 공간에서는 좌·우, 여·야 지지자들의 총성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특정정당을 비호하거나, 비난한다. 그것도 떼를 지어 다니며 누군가를 물어뜯는다. 상대를 이해하거나 배려하려는 생각은 찾아볼 수 없다. 오진 자신의 생각만이 옳고 이에 반대하는 이들의 생각은 틀렸다라고 한다.

구미지역 한 초선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생각과 분노를 그대로 여과없이 표현한다.

상대당의 국회의원을 보란 듯이 원색적인 단어로 비난하고 조롱한다. 그의 글에 당원들인지 지지자인지 모를 이들이 같이 동조한다. 그리고 잘한다고 칭찬한다. 누구는 그를 관종이라 말한다.

물론,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SNS공간이 아닌 개방된 환경에서도 당사자를 그렇게 원색적으로 비난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면 예의 없다는 소리를 들을 각오를 한 후에 해야 할 것이다. 말에는 품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글에는 품격이 없어도 될까? 아니다.글에도 품격이 있다. 말뿐만 아니라 글에도 품격이 있어야 상대를 설득하기 쉽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말이 있다.

인물을 고르는 네 가지 조건으로 신수와 말씨, 글, 판단력을 일컫는 말이다.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SNS에서 상대방을 비난하는 글을 많이 쓴 이들이 들으면 보수적이고 고루한 생각이라고 할 지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는 아직 우리사회에서 사람들을 평가하는 기준이며, 동서고금을 통해 인간을 평가하는 객관적 기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좀전에 예를 든 시의원의 글을 읽으면 품격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의 글은 너무 적나라해서 마치 칼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그 밑에 달리는 댓글은 그를 칭찬하는 글 일색이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하지만 누구하나 그의 이런 말투, 또는 글투를 충고하는 이가 없다.

왜일까? 만약 누군가가 이를 지적하면 그 또한 이들의 표적이 된다는 것이 불보듯 뻔해서다. 그는 이미 자신의 글에 칼을 품고 있다고 암시한 상태며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혹시나 그 칼에 베일까 싶어 말이나 글을 섞기 보단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해서다.

SNS이용이 활발해지면서 게시물이나 댓글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어떤 이는 SNS의 글과 댓글을 쓰레기라거나 감정의 배설물이라고 한다.

자신이 느끼는 지금 감정 그대로를 여과없이 모두 드러내는 것, 즉 자신의 민낯을 다 까발리는 것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사이다’일 수 있겠지만 생각이 다르거나, 별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불편을 준다.

최근 언론·출판에 의한 명예훼손보다 SNS나 인터넷 댓글을 통한 명예훼손이 늘고 있다. 연예인에 대한 악성 댓글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언쟁을 벌이다 고소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SNS상에 올리는 글은 좀 더 생각을 하고 올려야 한다. 특히 상대를 비판하거나 다른 이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언젠가 내가 남겼던 SNS상의 많은 글들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되돌아 오지 않도록 더욱 신중해야 한다.



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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