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불황, 뉴트로가 대안 될까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1980~1990년대 분식점에서 떡볶이를 담아주던 초록색 멜라민 접시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는 재미있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특히 20대 젊은층에서 인기라고 하니 의아하기도 했다. 40, 50대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이것들을 구입한다고 하지만 젊은층들은 왜 보지도 못했을 초록색 멜라민 그릇에 열광하는 걸까.

답은 최근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걸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뉴트로(Newtro)’이다. 뉴트로는 ‘뉴(new·새로움)’와 ‘레트로(retro·복고)’를 합친 단어다. ‘신(新)복고풍’이라고도 한다. 30대 이하 젊은 층이 과거의 유행을 새로운 트렌드로 받아들여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이 트렌드를 따라 80년대와 90년대 유행이 재해석되며 다양한 영역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패션에서부터 시작해서 음악, 게임, 관광뿐만 아니라 식음료와 외식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멜라민 접시 열풍도 복고에 바탕을 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20대 이하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다. 이들 20대 이하 세대는 오히려 자신들이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물건들에게서 신선하고 재미를 느끼는 성향이 강하다. 실제로 롯데마트에서 30대 이하 연령대의 멜라민 접시 구입 비중이 40%였다.

유행이 지나 한물 간 것으로 생각되었던 헐렁한 재킷, 브랜드 로고가 크게 박힌 가방 등이 모두 뉴트로 열풍에 따라 새로 출시된 것들이다. 롤러스케이트장 같은 놀이시설과 빨래방 같은 서비스업 창업도 마찬가지다.

뉴트로 제품 출시가 가장 치열한 곳은 주류 제조사들이다. 지난 4월 40여년 전 소주의 향수를 되살린 복고풍의 한 브랜드가 히트를 기록하며 경쟁사들도 잇따라 관련 제품을 출시했다. 제과류에선 1995년 출시했던 과자 ‘베베’가 새로운 제품 ‘배배’로 재출시될 예정이다. 한동안 익숙했던 대추음료 ‘가을대추’와 30여년 전 단종됐던 ‘해피라면’도 다시 나왔다. 식품, 음료업계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오징어버거가 재출시 되어 인기를 끌고 90년대 가정집 냉장고에 물병으로 하나씩 가지고 있던 델몬트 음료병 선물세트는 출시하자마자 금새 동났다는 소식이다.

외식업계에서도 뉴트로 바람이 거세다. 1970년대 서민들에게 인기였던 냉동삼겹살집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다시 되살아난 것처럼 말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 동성로 일대 냉동삼겹살집에는 젊은층들로 북적인다. 30~40년 전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했던 메뉴가 뉴트로 열풍에 되살아나며 꽁꽁 얼어붙은 외식 창업시장을 달구고 있다.

냉동삼겹살이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인 이유는 뭘까. 중장년층에겐 경기불황 속 싼 가격에 옛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외식공간으로 자리잡은 이유가 크다. 젊은 세대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먹거리에서 신선함을 느끼고 새로운 식문화에 재미를 보여서다.

요즘 외식업 분위기는 말 그대로 한겨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 2/4분기 외식산업경기지수는 65.08를 기록했다. 지난 1/4분기보다 0.89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외식산업경기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식재료 원가, 고객 수, 종업원 수, 투자 활동 등을 기준으로 산출한다. 100을 기준으로 초과하면 성장세, 미만이면 위축세를 의미한다. 2014년 71.91에서 2016년 70.24, 2018년 67.51, 올해 1·4분기 65.97로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경기하강 국면에선 외식업체 스스로 자구책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트렌드를 읽는 수밖에는 없다. 전문가들은 뉴트로 중심의 소비 트렌드는 장기적으로도 전 산업에서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외식업 종사자들은 이를 다각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요즘은 소비의 흐름을 만드는 인싸(인사이더·각종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잘 어울리는 사람)가 뉴트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들은 소위 ‘핫’하다고 하는 콘텐츠엔 주저없이 지갑을 열며 일반 대중들의 소비트렌드를 끌고 가는 경향이 있다. 뉴트로 감성도 이런 콘텐츠 중 하나이다. 언제 풀릴지 모를 불황과 외식업의 끝없는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런 소비의 흐름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필요하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