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경북애 그린키농원||핼러윈 축제로 북적이는 농장||넝쿨째 굴러 들어온

▲ 잘 익은 호박을 들고 있는 백형길·김미영 공동대표.
▲ 잘 익은 호박을 들고 있는 백형길·김미영 공동대표.
▲ 백형길 대표가 갖가지 호박이 전시된 하우스 안에서 큼직한 호박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백형길 대표가 갖가지 호박이 전시된 하우스 안에서 큼직한 호박을 들어 보이고 있다.
▲ 호박과 허수아비, 바람개비 속에 앉아 있는 백형길 대표.
▲ 호박과 허수아비, 바람개비 속에 앉아 있는 백형길 대표.
▲ 호박 체험활동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호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호박 체험활동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호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호박 체험활동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
▲ 호박 체험활동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
▲ 호박 체험활동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호박씨를 만져보고 신기한 표정을 짓고 있다.
▲ 호박 체험활동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호박씨를 만져보고 신기한 표정을 짓고 있다.
▲ 핼러윈 축제 안내 현수막과 농장 전경
▲ 핼러윈 축제 안내 현수막과 농장 전경
▲ 야간 개장한 핼러윈 축제장 모습.
▲ 야간 개장한 핼러윈 축제장 모습.
▲ 야간 개장한 핼러윈 축제장 모습.
▲ 야간 개장한 핼러윈 축제장 모습.
▲ 농장에 진열된 호박.
▲ 농장에 진열된 호박.
▲ 농장에 진열된 호박과 허수아비.
▲ 농장에 진열된 호박과 허수아비.
▲ 호박, 허수아비와 잭 오 랜턴.
▲ 호박, 허수아비와 잭 오 랜턴.
▲ 하우스 안에 진열된 호박을 구경하는 어린이들 모습.
▲ 하우스 안에 진열된 호박을 구경하는 어린이들 모습.
▲ 하우스 안에 진열된 호박
▲ 하우스 안에 진열된 호박
▲ 호박으로 만든 잭 오 랜턴, 호박 속을 파 내고 전등을 켰다.
▲ 호박으로 만든 잭 오 랜턴, 호박 속을 파 내고 전등을 켰다.
▲ 어린이들이 호박으로 만든 잭 오 랜턴.
▲ 어린이들이 호박으로 만든 잭 오 랜턴.
▲ 경북애 그린키농원에서 만든 호박즙, 아재 ‘늙은호박’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한다.
▲ 경북애 그린키농원에서 만든 호박즙, 아재 ‘늙은호박’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한다.
▲ 호박으로 장식한 핼러윈 축제장 모습.
▲ 호박으로 장식한 핼러윈 축제장 모습.
호박은 변신의 귀재다. 우는 신데렐라를 위해서는 황금 마차가 되고 핼러윈 데이에는 ‘잭 오 랜턴’이 되어 떠도는 영혼들을 안내한다. 어떤 때는 넝쿨째 굴러들어오는 복덩이가 된다. 간혹 못생겼다고 타박을 받기도 하지만 모양이나 영양학적 측면에서 어느 과일이나 채소보다 뒤지지 않는다.

잘 익은 호박을 집안에 들여 놓으면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아마도 호박이 주는 푸근함 때문일 것이다. 황금빛 호박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돈을 모으는 강소농이 있다. 경산에서 ‘경북애 그린키농원’을 운영하는 백형길(43)·김미영(40) 공동대표가 주인공이다. 부부는 2만㎡를 직접 재배하고 6만6천㎡를 계약 재배하는 호박 전업농이다. 지난해에는 호박으로 3억 원의 소득을 올렸다.

◆전문직 직장인의 귀농

부부는 농업과는 인연이 없었다. 서울에서 전문직에 종사했었다. 박 대표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디자인하는 웹디자이너였고, 김 대표는 홈패션 강사였다. 10년간 전문직에 종사하던 부부는 어느 날 농촌으로 들어왔다.

처음 귀농을 결정했을 때 주변에서는 ‘왜 멀쩡한 직장을 버리고 시골로 가느냐’면서 말렸다. 직장생활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일의 특성상 밤샘작업은 예사였다. 출근은 있어도 퇴근은 없는 일이었다. 웹디자인이나 홈패션 모두 공급과잉으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삶이 망가지겠다는 생각에 부부는 귀농을 단행해 호박을 재배한다.

귀농 5년차에 접어들면서 지금은 부러움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안정된 소득과 자유로운 시간이 그 원인일 것이다. 예전 동료는 수시로 귀농에 대해 묻는다. 부부가 호박을 선택한 것은 재배가 쉽다는 한 가지 이유였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 요인은 재배가 쉬운 호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과 아이디어 발굴에 있었다.

◆늙은 호박은 블루오션

처음 호박을 재배할 때 주변으로부터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 매우 흔한 호박으로 돈을 벌겠다고 나서는 젊은 부부를 안타까워도 했다. 예상대로 호박 재배는 쉬웠다. 퇴비를 주고 심어만 놓으면 잘 자랐다. 폭우와 태풍에도 끄떡없었다. 문제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머리를 맞대고 돈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가공과 체험으로 눈을 돌렸다. 호박즙을 가공해 산후조리원과 성형외과 문도 두드렸다. 탐스러운 호박은 보고 만지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체험거리가 되었다. 호박을 가득 쌓아 놓는 것도 좋은 볼거리였다. 체험도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만져보고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둥근 호박을 여럿이 힘을 모아 굴릴 때는 함성이 터졌다. 가득 쌓인 호박 더미 앞에서 인증 샷을 찍는 것도 인기를 끌었다.

물론 모든 것을 호박 자체에만 의존하지는 않았다. 귀농 전에 일했던 웹디자인과 홈패션 기술을 농장에 대입시켰다. 백 대표는 축제를 기획하고 캐릭터를 만들었다. 김 대표는 디자인하고 허수아비와 같은 소품을 만들어 농장 안팎을 꾸몄다. 농장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오싹한 핼러윈 축제장처럼 변했다. 농장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가 되어갔다. 하찮게 보였던 호박은 블루오션이었다.

◆동심을 자극하는 핼러윈 축제

핼러윈 축제 만큼 동심을 사로잡는 축제는 드물다. 도시의 유치원에서 핼러윈 축제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장소와 소재 때문이다. 핼러윈 축제를 할 수 있는 농장으로 소문이 나면서 유치원에서 체험 문의가 쏟아졌다.

이달 들어서만 40곳의 유치원이 다녀갔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 때문에 모두 수용하지 못했다. 주말에는 가족단위 체험객이 찾아온다. 1년에 대략 1천여 가족이 찾는다. 만족도도 높다. 호박을 처음 만져보는 어린이가 대부분이다. 만져보고, 산더미처럼 쌓인 호박 더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함박웃음을 짓는다.

가족이 함께 호박 속을 파내면서 ‘잭 오 랜턴’을 만들 때는 신비의 세계로 빠져든다. 큼직한 호박을 들어 올릴 때는 누구나 천하장사가 된다. 달콤한 맛의 호박죽은 단번에 어린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호박죽이 어른들만 좋아한다는 편견을 깨뜨리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야간개장을 하면 더 환상적이고 신비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순수한 호박즙으로 성형외과 접수

호박은 산모들의 부기(浮氣)를 빼는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호박의 영어표기인 ‘펌킨(pumpkin)’도 해독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호박의 효능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았다.

처음 만든 가공품은 호박즙이다. 40℃에서 저온착즙방식으로 만들어 즙이 맑고 영양과 향이 살아 있다. 무색소, 무보존료, 무향료의 3무를 고집하기 때문에 보존기간이 짧은 단점도 있다. 고온중탕방식으로 만드는 호박즙과는 차이가 있다. 아직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 위해요소 중점관리우수식품((HACCP) 인증을 받은 전문업체에 위탁 생산한다. 식품의 안전성과 품질의 균일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다.

현재 판매 중인 호박즙을 생산하기까지는 18번의 테스트 과정을 거쳤다. 호박즙을 가지고 처음 찾은 곳은 산후조리원과 성형외과였다. 호박이 부기를 빼고 해독작용을 한다는 것에 착안한 영업활동이었다. 결과는 50%의 성공이었다. 외부식품 반입을 금지하는 산후조리원에는 실패했지만 부산지역의 성형외과 20여 곳에 납품하는 성과를 올렸다. 조만간 수도권 진출을 계획 중이다.

◆버릴 것 없는 호박

농장 소득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호박 원물이다. 개별 소비자에게 판매도 하지만 대부분 식품회사에 납품한다. 연간 200t 정도의 물량이다. 조건이 까다로운 대형 식품회사에 연중 공급하는 비결은 간단하다. 씻은 호박을 작은 조각으로 잘라서 씨앗을 제거한 다음 냉동해서 납품한다. 식품회사에서는 바로 생산 공정에 투입할 수 있다. 세척과 절단, 씨앗제거 공정을 줄일 수 있고, 가공과정에 발생하는 15% 정도의 손실률도 없어져 반긴다. 안정된 대량 납품처를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이다.

호박은 잎부터 씨앗까지 모두 유용하게 쓰인다. 가공과 체험과정에 나오는 씨앗은 식용으로 판매한다. 영양가가 높고 고소해 어르신들이 주 고객이다. 지난날의 추억도 느낀다. 호박 잎도 채취해 판매한다. 호박 잎은 대형식당에서 많이 구입해 간다.

가공용으로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2~3㎏의 작은 호박은 핼러윈 축제용으로 판매한다. 어린이들이 ‘잭 오 랜턴’을 만드는 데 적당한 크기이기 때문이다. 매년 10월이 되면 많은 유치원에서 이 작은 호박을 구하기 위해 한바탕 난리를 친다. 이제는 작은 호박의 씨를 채취해 핼러윈 전용 호박을 생산한다.

◆호박 서리로 위기를 극복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었다. 시행착오도 겪었다. 소득은 없고 통장 잔고만 줄어들 때는 포기도 하고 싶었다. 4년 전 여름철에 호박 400㎏을 구해 달라는 급한 주문을 받았다. 선금까지 받았으나 호박이 익지 않았다. 날짜가 다가올수록 속이 탔다. 납품을 못하면 신뢰도가 떨어진다. 온통 호박 생각뿐이었다.

하천 둑을 걷던 중에 누렇게 익은 호박이 눈에 들어왔다. 고민 끝에 호박 서리를 감행했다. 하루 종일 가슴이 두근거렸다. ‘급하게 사용할 일이 있어서 허락 없이 호박을 빌려갑니다. 우리 호박이 익으면 돌려 드리겠습니다’라고 적은 메모지를 남겨놓고 용서를 구했다. 며칠 후 익은 호박을 그 자리에 돌려놓았다. 그때 호박을 제시간에 납품한 것이 인연이 돼 계속 거래를 하고 있다. 호박 서리로 약속은 지켰지만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호박 주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3대가 어울리는 가족친화 체험장 조성

부부는 가족단위 핼러윈 체험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래서일까. 규모의 확대보다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가족친화형 체험장을 만들고 싶어 한다.

특히 3대가 호박으로 등불을 만들고, 요리를 만들어 먹으면서 함께 어울리는 체험농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체험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고 싶은 것이다.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서바이벌 물총놀이 같은 공간을 만들고, 할아버지·할머니는 예전의 추억을 되살리는 공간을 만들어 3대가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체험장을 만들 계획이다. 고객과 주인이 함께 즐기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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