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소년 실종사망 사건

‘개구리소년 실종·사망 사건’이 최근 다시 조명됐다. 화성 부녀자연쇄살인 사건 범인 이춘재가 검거된 것이 계기가 됐다. 경찰은 개구리소년 사건을 28년 만에 재수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최신 DNA유전자 분석기술을 적용해 이 사건의 단서를 찾아내겠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DNA유전자 분석기술은 이춘재 검거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첨단과학 수사기법이다. 최신 DNA분석기술은 옷가지에 조금 묻은 흔적에서도 DNA를 검출할 수 있을 만큼 그동안 크게 발전했다.

개구리소년 사건의 경우 유골 발견 현장에서 발견된 옷가지 등 유류품이 현재 유일한 증거로 남아 있다. 당시에는 국과수 감식에서 별다른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렇지만 최신 DNA분석기술을 적용할 경우 그 전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모든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 유류품을 재검증해 작은 단서라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개구리소년 사건은 실종 신고 이후 무수한 의혹만을 남긴 채 미제사건으로 수사가 종결됐던 사건이었다. 다섯 명의 소년들이 어떻게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질 수 있는지, 유골 발견 현장에 있던 옷가지의 매듭 묶기는 뭘 의미하는지, 암매장 장소와의 관련성은 무엇인지 그리고 산에서 들렸다는 비명은.

경찰은 이 사건이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됐지만 이에 구애받지 않고 피해자의 관점에서 수사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국내 3대 미제사건(화성 연쇄살인 사건, 이형택군 사건) 중 하나인 개구리소년 사건. 최초 실종신고가 있었는 지 28년, 유골이 발견된 지 17년, 그리고 공소시효가 만료된 지 13년이 지났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유족들과 국민들은 ‘누가, 도대체 왜 그런 끔찍한 짓을 했는지’ 밝혀지길 바라고 있다.

◆ 28년 만에 재수사 나선 경찰

대구지방경찰청 송민헌 청장은 10월7일 기자들에게 “보존해둔 유류품 수십여 점을 9월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다.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1차 감점 결과를 보고 집중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1차 감정이 끝나는 대로 경찰은 경북대 법의학 교실과 협의해 2002년 유골 발견 당시 외력 흔적 등이 드러난 두개골 등을 추가 감식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최근 사건과 관련된 제보 23건이 접수된 사실도 밝혔다. 제보 중에는 사건 당시 이야기를 당사자에게 직접 들었다는 것부터 이러한 방식의 수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송 청장은 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된 이후 유가족들이 계속 의혹을 제기한 군 사격장 관련성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할 용의가 있음을 내비쳤다. 2002년 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된 암매장 장소는 바로 옆이 육군 사격장이었다. 당시 유족들은 이러한 사실을 포괄해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청장은 “유족들이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고 보며 면밀히 소홀하지 않게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개구리 소년 사건과 관련해 국과수가 마지막으로 조사를 한 건 2002년이었다. 당시 감정 결과 옷가지나 유골 등에서 탄흔은 검출되지 않았다. 유골 발굴 당시 수사에 참여한 법의학 교수도 이번 수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송 청장은 “두개골 다섯 구 중 세 구에서만 외상이 발견됐고 나머지 두 구에선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나머지 둘에게서 외상에 의한 사인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지 그게 타살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도 설명했다.

◆ 경찰 수장, 최초로 사건 현장 방문

민갑룡 경찰청장이 역대 경찰청장 중 처음으로 개구리소년 유골 발견 장소를 찾았다. 9월20일 오후1시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을 찾은 민 청장은 현장에서 경찰의 재수사 방침을 밝혔다.

현장에는 유족 대표 우종우(72·우철원 군 아버지)씨와 나주봉 (사)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모임(전미찾모) 회장, 경찰 관계자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10분간 헌화, 거수경례, 묵념 등으로 사망자들을 추모한 뒤 유골 발견 지점을 살폈다.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은 “유력 용의자가 나온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개구리소년 사건은 모두 공소시효가 끝나 범인을 찾아도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범인은 지금이라도 양심선언 해 범행 이유라도 말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유족 중에는 재수사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날 김현도(김영규 군 아버지), 박건서(박찬인 군 아버지), 김재규(김종식 군 막냇삼촌) 씨가 현장에 왔지만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산에는 오르지 않았다. 김재규 씨는 “화성연쇄살인 사건과 달리 개구리소년 사건은 DNA 등 일말의 실마리도 없다. 사건 초기 수사를 늦잡치고서 이제야 재수사한들 얼마나 좋은 성과가 나올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 청장은 “실종 즉시 사건을 해결 못 한 점에 대해 같은 경찰로서 마음이 무겁다. 반드시 범인을 찾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 뭘 밝혀낼 수 있을까

2002년 9월26일, 실종 사건 발생 11년6개월 만에 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됐다. 발견 장소는 구 육군 50사단 사격장 부지였다. 당시 50사단은 이미 1994년 대구 북구로 이전한 상태였다. 이와 관련해 당시 사격장 오발 사고가 있었고 이를 덮기 위해 소년들이 살해됐을 거란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 유골 발견 현장에 있던 일부 의류에서 발견된 매듭 묶기 방식과 당시 와룡산 일대가 인적이 드문 우범지대였다는 주장이 타살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이와 관련해선 살해와 암매장 장소가 다를 것이라는 추정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법의학자들은 사망 시점과 매장 시점이 거의 시차가 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소년들의 친구 한 명이 주장한 그 장소, 그 시간대의 ‘비명’도 의혹을 낳았다. 실종 당일 소년들이 산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에 산에서 외마디 소리가 들렸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당시 생존이 확인됐던 시간대와 엇갈려 경찰의 주의를 끌지는 못했다. 이 밖에도 당시 각종 제보가 경찰에 접수됐고 추측, 가설도 숱하게 나왔다.

◆ 실종 사건 발생, 그리고 유골 발견

1991년 3월26일, 대구시 달서구 성서 지역에 살던 초등학생(당시 국민학생) 5명이 인근 와룡산에 올라갔다가 함께 실종됐다. 당시 3~6학년이었던 소년들은 저녁때가 돼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부모들은 저녁 7시50분께 경찰에 신고했다.

소년들이 산에 올라가는 것이 확인된 시간대는 최초 오전 9시께였고, 최종적으로는 오후 2시께였다. 동네 주민, 학교 친구, 친형 등에 의해 확인된 시간대였다. 최초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은 소년들이 산에서 길을 잃었다고 판단해 부모들과 함께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수색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소년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사건은 전국에 알려졌고 당시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있자 소년들을 찾기 위해 경찰과 군은 수천 명의 인력을 동원하며 전국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그러나 수사는 별다른 성과 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실종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 넘게 지난 2002년 9월26일, 사라졌던 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됐다. 최초 발견자는 도토리를 줍기 위해 와룡산에 올랐던 한 시민이었고, 발견 장소는 구 육군 50사단 사격장 부지였다. 당시 잠시 활기를 띠는 듯했던 경찰 수사는 결국 단서 하나 건지지 못한 채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2006년 3월26일, 개구리 소년 사건은 공소시효 15년이 만료됐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 메인사진-숱한 의혹을 남긴 채 결국 미제사건으로 마무리됐던 개구리소년 사건을 경찰이 28년 만에 재수사하겠다고 밝혀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26일 유골 발견 현장에서 진행된 ‘개구리소년 28주기 추모제’ 모습. 대구일보DB
▲ 메인사진-숱한 의혹을 남긴 채 결국 미제사건으로 마무리됐던 개구리소년 사건을 경찰이 28년 만에 재수사하겠다고 밝혀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26일 유골 발견 현장에서 진행된 ‘개구리소년 28주기 추모제’ 모습. 대구일보DB
▲ 서브사진1-민갑룡 경찰청장(오른쪽)이 9월20일 오후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 개구리소년 유골 발견 현장을 방문, 김영규(당시 11세)군의 아버지 김현도(73)씨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서브사진1-민갑룡 경찰청장(오른쪽)이 9월20일 오후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 개구리소년 유골 발견 현장을 방문, 김영규(당시 11세)군의 아버지 김현도(73)씨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서브사진2-‘개구리소년 사건’의 유골 발견 현장인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 연합뉴스
▲ 서브사진2-‘개구리소년 사건’의 유골 발견 현장인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 연합뉴스
▲ 서브사진3-대구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구경찰청 현장시찰에서 송민헌 대구경찰청장이 개구리 소년 사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서브사진3-대구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구경찰청 현장시찰에서 송민헌 대구경찰청장이 개구리 소년 사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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