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북의 상생 협력과 리더십

처음에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쇼 하고 있네.’ 선출직 단체장이 인기를 얻기 위해 무엇인가 한 건 하려는 반짝 이벤트 정도, 만나서 악수나 하고 사진이나 찍는 쇼,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건 나 뿐 아니라 많은 대구시민 경북도민들도 그렇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대구시장이 1일 경북도지사가 되어 도청 직원들을 상대로 조회에서 특강을 하고 1일 대구시장이 된 경북도지사가 대구시의회를 방문해서 시의원들과 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그러더니 대구시와 경북도의 국장급 간부를 교체 인사발령해 상주 근무시키는 데까지 발전했다. 대구시청과 경북도청의 상생 협력이라는 말을 일회성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진정성이 보였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의 대구와 경북 상생 협력 이야기다.

최근 권 시장과 이 도지사가 한 자리에서 대구와 경북의 상생 협력을 토론하는 자리가 있었다. 두 단체장은 양 지역이 협력하지 않고서는 발전은커녕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지경이라는 다 아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다.

권 시장은 대구 경북이 지난 산업화 시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현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구미의 전자, 포항의 철강, 대구의 섬유와 기계에서 탈피하는 혁신이 부족했다며 반성했다. 그러면서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인재를 키우지 않았다고 꼬집고는 소모적 갈등에서 벗어나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선의 권 시장은 “5년 만에 성공할 수 있다면 혁신하지 않을 지자체가 어디 있겠나”라고 자신의 치적을 자찬하고는 신산업으로 산업구조를 바꾸는 데는 10년 20년 앞을 내다보고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쉴드를 쳤다.

부지사와 국회의원 경력의 이철우 도지사는 SK하이닉스의 유치 실패와 베트남에 간 삼성전자를 예로 들며 지역의 문화 교육 같은 정주 여건이 수도권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기울어져 있음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했다. 그는 한 때 대구 경북이 근대화의 주역이었던 때를 들어가며 이 지역에서 정권을 담당했던 지난 시절 지도자들은 무엇을 했는지 따지고 싶다고도 했다.

대구·경북의 520만 명이면 북유럽의 핀란드나 덴마크 노르웨이 수준이다. 합쳐서 수도권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의 대기업 중심에서 이젠 신기술 신산업의 중견기업을 키워 세계로 문을 열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신공항이 빨리 경북에 건설돼야 한다며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구가 더 이상 내륙도시가 아니라고 했다. 대구는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동해 바다가 있다. 영일만 신항을 대구의 항구로 활용해 몸집을 키워야 한다고 열 번을 토했다.

말은 맞다. 대한민국의 모든 인재와 자원과 자본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빨려들고 있는 지 오래다. 모든 지방의 인구가 줄어들고 생산의 역외 유출이 지방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이 되고 있다. 시장과 도지사가 대구와 경북이 한 뿌리라고 밤새 주장하지 않더라도 시도민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의지나 선의나 진정성만으로 대구와 경북의 상생협력이 성공적 해피엔딩 극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두 지역을 가르는 것은 행정체계이고 공직사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고도 두텁게 존재한다. 수많은 동질성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 실질적 이해관계가 걸리면 지역주의라는 현실적 셈법이 우선하는 현상을 우리는 곳곳에서 목도하고 있다.

대구의 상수원 문제는 구미시와 오랜 갈등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중재를 총리실로 넘겼다. 대구 달성과 경북 고령의 강정고령보 통행 문제도 뒤집어보면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군위와 의성 간 유치경쟁은 또 무슨 조화인가. 권영진 시장이나 이철우 도지사는 이런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상생 협력이 쇼가 아닌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래야 성공한 지도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대구가 항구도시가 되고 대구 경북이 하나의 경제협력체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지도자의 사심 없는 리더십이 절실한 시대다. 언론인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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