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인 인체 형태 작품 선보여||사실 흔적을 조각으로 결합하는 방식||

▲ 최수앙 ‘MATURED MATERIAL’
▲ 최수앙 ‘MATURED MATERIAL’
봉산문화회관은 2019 기억공작소 ‘최수앙-몸을 벗은 사물들’전을 열고 있다.

최수앙은 사실적인 인체 형태 작품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조각가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소외되는 현대인에 관한 사실을 다룬다. 사실적으로 만든 몸과 실재적인 조각 행위로서 사실 흔적을 조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다.

전시장 입구에 위치해 있는 작품 ‘MATURED MATERIAL’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긁어 뜯어내는 기이한 동작을 취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스스로를 부정하는 정체성의 혼란과 같은 서사를 읽어낼 수 있지만, 작가의 본래 의도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잘 재현한 물질로서 조각의 속살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며 뭉개는 작가의 행위 사실을 시각화해 조각 작품의 일부로 뒤섞는 것이다.

사실적인 것을 바탕으로 그가 생각하는 행위와 그 흔적의 사실을 드러내거나 감추는 모호한 경계를 제시하고 있다.

▲ 최수앙 ‘UNTITLED’
▲ 최수앙 ‘UNTITLED’
두상 조각 ‘UNTITLED’는 나이 많은 아버지의 얼굴을 재현한 사실적인 형상의 일부를 짓이기는 시각적 상징성으로 인해 마치 살아온 삶을 부정하는 서사를 연상할 수 있는 작업이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조각 행위를 하면서 생겨난 실재의 ‘사실’과 실재와 같은 ‘사실적인’ 것에 대한 의문을 처음으로 실험하고 그 연작을 시작했다.

최수앙은 예전부터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를 주목해 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의 시스템은 효율성을 위해 모든 것을 표준화하고 계량화해 행위와 사물의 단위들을 체계화했다. 이것은 수치화할 수 없는 인간도 사물처럼 인식하게 되는 세계 현상의 기원이 되었고, 작가는 이처럼 인간이 ‘사물화’되는 척박한 사회현실이라는 ‘사실’에 관한 생각들을 개인의 신체를 감성으로 되돌아보려는 ‘사실적인’ 조각으로 구체화 했었다.

그 이후로는 사실적인 재현 방식의 한계를 대신해 인간의 신체를 사물처럼 단위 상태로 해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평면그림을 시도하기도하고 비정서적인 객체화를 실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작가는 소멸을 경험하게 된다. 이 경험에 의해 작가 자신의 조각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작품에 개입하는 최근의 방식들을 실험하게 이른 것이다.

생생한 인체 조각을 통해 강한 인상을 주는 조각가로 알려진 최수앙의 미술행위는 현대사회에서 대상화되는 몸과 그 몸을 상징하는 감성적 은유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혼합해 응시와 통찰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틀어버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다음달 29일까지다. 문의: 053-661-3500.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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