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사회부 구아영
▲ 경제사회부 구아영
조례안 표절 논란…밥그릇 싸움은 이제 그만

“조례안이 무슨 소용있겠나요? 조례안을 발의하는 의원끼리 서로 등을 돌릴 판인데요.”

대구 남구의회에서 불거진 여야 의원들의 조례안 표절 논란 이후 구청 직원과 주민들이 뱉은 말이다.

최근 남구의회를 둘러싼 공기가 꽤나 차갑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표절 의혹이 남구의회에서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남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남구 지역 장애인을 위한 조례안 2건을 발의해 지난 2월 열린 임시회에 상정됐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인 도시복지위원회는 이를 부결시켰다. 도시복지위원회는 자유한국당 위원 3명으로만 구성돼 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조례안을 부결시킨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3명은 지난달 이 조례안과 거의 같은 내용의 조례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들 3명이 조례안 심사를 하는 도시복지위원회 소속이다 보니 조례안 통과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조례안은 통과됐고 효력이 발생했다.

최초 조례안을 발의한 민주당 의원은 펄쩍 뛰고 있다. 여전히 속상한 마음을 갖추지 못하고 있단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내용도 추가한데다 장애인 단체가 지속적으로 조례안 제정을 요구하다보니 이를 거절할 수 없어서 조례안을 또다시 발의했다고 했다.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 두자.

하지만 이 때문에 여야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구정 운영도 매끄럽지 않게 됐다. 막상 내년도 예산 심사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번 사태로 서로 등을 돌린 의원들이 서로 발목을 잡을 분위기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구정 운영의 차질은 결국 지역민의 피해로 이어진다.

사실 이들 의원 간의 불협화음은 조례안 사태 이전부터 이미 벌어졌다고 한다.

또 표절 논란이 불거진 후 이들의 의견 조율은 전혀 없었다고 전해진다. 민주당 소속 의원은 표절에 분노했고 상대 의원들은 이를 공론화한 점에 화를 냈다고 한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다 보니 남구청 직원들은 문제를 일으킨 의원들을 만나기조차 부담스러운 지경이 됐다. 구정 운영을 위한 조례안도 만들어져야 하고 또 각종 현안에 대해 집행부와 의회가 서로 긴밀한 협조와 건전한 견제를 해야 하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주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의회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멈추지 않는다면 지역민도 등을 돌린다. ‘주민을 섬긴다’는 의회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하길 바란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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