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대원 꿈꾸던 딸 속절없이 떠나||한 유가족 오열에 너도나도 눈물지어||국무총리 나서서

▲ 4일 오후 1시 대구 강서소방서 3층 독도 헬기추락 사고 유가족 대기실에서 해군과 해경이 사고 사망자 및 실종자 유가족을 대상으로 사고 설명회를 열었다. 사진은 설명회를 기다리는 한 유가족이 울음을 터트리자 다른 유가족이 위로해 주는 모습.
▲ 4일 오후 1시 대구 강서소방서 3층 독도 헬기추락 사고 유가족 대기실에서 해군과 해경이 사고 사망자 및 실종자 유가족을 대상으로 사고 설명회를 열었다. 사진은 설명회를 기다리는 한 유가족이 울음을 터트리자 다른 유가족이 위로해 주는 모습.


“우리 딸, 사랑스러운 내 딸... 사람 구하는 게 좋다고 소방관 되더니 사람 구하러 갔다가 돌아오지도 못하고….”



4일 오전 11시40분께 대구 강서소방서 3층 독도 헬기추락 사고 유가족 대기실.

전날 밤 잠을 한숨도 못 잤는지 초점 없는 퀭한 눈으로 허공만 바라보던 중년 여성이 중앙 119 엄준욱 구조과장 손을 꼭 잡으며 조용히 흐느꼈다.



중년 여성은 실종자 박단비(29·여) 구급대원의 어머니였다.



박 대원은 응급구조학과를 졸업 후 인천의 한 병원에서 2년간 응급구조사로 일했다.



그녀는 당시 119구조대가 백령도에서 전신경련을 일으킨 환자를 헬기로 이송하며 응급처치하는 모습을 보고 119구급대원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박 대원의 아버지가 “우리 딸은 아직 살아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답답하기만 하다”며 “우리 딸 좀 살려달라”고 말하자 유가족 모두 눈물지었다.



이날 오후 1시 유가족 대기실에는 해군과 해양경찰청의 독도 헬기추락 사고 설명회가 유가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해당 설명회에서는 소방헬기 추락사고 수색 진행 사항과 동체 및 부유물 수거현황, 5일차 수색 계획 등을 유가족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설명회를 들은 유가족들은 해군과 해경, 소방청 등 사고를 담당하는 기관이 서로 달라 혼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사고 당시 헬기에 탑승해있던 선원 박기동씨의 유가족은 “수색상황 등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매번 알아보겠다고 하곤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며 “또 어디서는 해경이, 어디서는 해군이 담당한다며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진행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유가족들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컨트롤타워가 돼 유족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기동씨 유가족은 “오늘 오전부터 유족들이 이낙연 총리님을 찾는다고 소통해달라고 페이스북 메신저를 보냈지만 답변 한 번 없다”며 “제발 답답한 유가족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또 소방청이 민감하게 언론을 통제하는 모습에 의혹을 제기하는 유가족도 나왔다.



한 유가족은 “독도에서도 많은 기자가 유가족과 같은 배에 탑승하려 했지만, 해경과 소방이 막았다”며 “유가족에게 언론과 인터뷰를 최소화하라고 이야기까지 하는데, 도대체 뭘 숨기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 119 엄준욱 구조과장은 “소방청도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져 있는 상태”라며 “유가족들이 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위쪽에 잘 전달 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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