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3일 전 8살 아들 생일파티 지낸 사진만||두 아들 앞세운 아비로 면목없어

▲ 4일 대구 강서소방서 독도 헬기 사고 유가족 대기실에서 만난 사고헬기 부기장 고 이종후(39)씨의 아버지 이웅기(66)씨가 사고 3일 전 이 부기장 아들 생일파티 사진을 보여주며 눈물을 훔쳤다.
▲ 4일 대구 강서소방서 독도 헬기 사고 유가족 대기실에서 만난 사고헬기 부기장 고 이종후(39)씨의 아버지 이웅기(66)씨가 사고 3일 전 이 부기장 아들 생일파티 사진을 보여주며 눈물을 훔쳤다.


“닥터헬기 위험하다고 튼튼한 소방헬기 타러 간다더니…이렇게 죽어서 돌아왔느냐.”



4일 대구 강서소방서 독도 헬기 사고 유가족 대기실에서 만난 고 이종후(39) 부기장의 아버지 이웅기(66)씨는 인터뷰 내내 가슴이 먹먹해 연신 마른침을 삼키며 눈물을 닦았다.



이 부기장이 중앙 119 구조본부 헬기 조종사로 근무하게 된 지는 2년 정도다.



대한항공에서 닥터헬기(위급한 환자나 부상자를 병원으로 실어 나르는 헬기)를 조종하던 그가 소방헬기를 타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 ‘안전하다’는 이유였다.



결혼 3년 만에 힘들게 얻은 보물 같은 아들을 두고 있어 가족을 생각해 기체가 작아 바람에 영향을 많이 받는 닥터헬기보다 규모가 큰 소방헬기가 더 안전하다는 생각에서 119 구조헬기로 옮겼다.



아들 생각이 나는지 대화 도중 잠시 허공을 바라보던 이씨는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바탕화면으로 설정된 사진을 보여줬다.



이 부기장과 아내, 그리고 그의 소중한 아들이 함께 환하게 웃는 행복한 가족사진이었다.



이씨는 “10월28일 손자 생일이라고 생일파티 사진을 찍어서 보내 주더라”며 “이왕 찍는 거 며느리랑 다 같이 나오게 다시 찍어서 보내달라고 해 받은 사진이다”며 휴대폰 속 활짝 웃고 있는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소리 내 울었다.



이어 “아들 생일이 10월28일인데 아버지 제삿날이 10월31일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제 곧 초등학생이 되는 아들을 두고 먼저 가면 어쩌느냐”고 한탄했다.



이날 만난 이씨는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목발을 짚고 있었다.

그는 “불편한 몸보다 가슴 한구석이 독도 바다 가장 깊숙한 곳에 떨어져 있는 것 같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씨는 “4년 전 막내아들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이제 큰아들까지 앞세웠는데, 내가 무슨 낯으로 살아가느냐”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 전 며느리에게 들은 손자의 소식은 이씨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접한 날. 8살 난 손자는 혼자 방으로 들어가 이 부기장의 사진을 만지며 “아빠는 다른 사람들 구해야 하잖아, 아빠 할 일도 많은데 왜 벌써 죽어”라고 소리쳤다고….



이씨에게 이 부기장은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별다른 경제적인 지원 없이 연세대를 졸업하고, 공군 학사장교로 입대해 소방청 헬기 조종사로 근무하며 부모님을 살뜰히 챙기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키도 크고 잘생긴 아들이었는데, 죽고 싶은 마음 뿐이다”며 “아직도 아들이 내일 아침에 안부전화를 걸어올 것만 같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김현수 기자 khs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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