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6일부터 전국 시·도 및 시·군·구 민간 체육회장 시대가 열린다.

올 초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의 각종 체육단체장 겸직을 금지하는 조항이 국민체육진흥법에 신설됐다. 이에 따라 각 체육회는 내년 1월15일까지 새로운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지금까지 지역 체육회장은 대부분 자치단체장이 당연직으로 겸직해 왔다.

민간 체육회장 제도 시행의 근본 목적은 체육의 ‘탈정치’다. 이를 통해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대한체육회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체육회는 지난 2016년 엘리트체육과 국민생활체육 등 양대 조직이 통합돼 새로 출범했다. 지자체 체육회만큼 많은 회원을 보유한 단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영향력도 커졌다. 각종 선거에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도록 하려는 탈정치 장치 중 하나가 민간 회장 제도다.

이제까지 체육회장은 자치단체장이 겸직하면서 예산지원과 함께 체육행정을 이끌어 왔다. 일부 지역에서는 체육회 주요 보직에 단체장 선거캠프 인사를 임명해 선거조직으로 활용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퇴직한 지자체 공무원들이 체육회 실무 요직을 맡는 경우도 많았다. 개선돼야 할 체육회의 과제였다.

그러나 민간 회장 선출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의 시각도 있다. 체육회장 선거에 나서는 인사가 정치권 관련이 있는 인물일 경우 체육회가 정치적 편향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또 지역 체육계의 분열과 갈등 조장 등 선거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체육회장으로 있으면서 편법 사전 선거운동 등으로 지명도를 높여 각종 선거에 도전하는 디딤판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현 제도 하에서는 체육회가 지자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 체육회는 지자체로부터 예산의 대부분을 지원받고 있다. 자칫 체육회장과 단체장의 정치적 견해가 다를 경우 예산삭감 등 보복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만약 단체장이나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민간 체육회장 선거에서 대리전을 벌이면 탈정치는 한순간에 헛구호가 되고 만다. 단체장이 겸임할 때보다 더 나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엄정한 선거관리와 함께 지자체 예산과 각종 체육시설 지원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것이 급선무다. 체육회장이 지자체 눈치를 안보고 예산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에 나서는 체육회장 후보자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탈정치라는 제도 개혁의 근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각오가 없다면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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