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준비중 세상 떠나, 마지막 개인전||옥인콜렉티브 이정민 작가



▲ 이정민 ‘산책-형태’
▲ 이정민 ‘산책-형태’
이정민 개인전이 우손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정민 작가의 개인전이자 유작전이다. 우손갤러리와 개인전을 준비하던 지난 8월 작가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마지막 개인전이자 유작전이 됐다.

동양화를 전공한 이정민은 도시재개발, 부당해고 등의 문제를 영상과 퍼포먼스, 설치와 같은 방법으로 비판한 작가그룹 옥인콜렉티브 일원으로 활동하면서도, 개인적인 회화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옥인콜렉티브는 2009년 서울 종로 옥인시범아파트 철거를 계기로 형성된 작가그룹으로, 김화용 작가와 이정민·진시우 부부 작가를 주축으로 활동해왔다. 지난해 1월에는 국내 최고 권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작가상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역량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내부 문제로 같은 해 말부터 사실상 활동을 중단했다. 지난 8월 이정민·진시우의 별세 소식이 알려져 미술계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

이정민 작가의 갑작스러운 별세에도 우손갤러리가 개인전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이유에 대해 이은미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가 2년전부터 준비돼 왔고 작가 역시 오랜만에 하는 개인전 준비에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 이정미 ‘무등등’
▲ 이정미 ‘무등등’
이번 전시에는 이정민 작가는 회화 작품 4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몇 년동안 작업해 온 연작 ‘산택-형태’를 중심으로 작가의 10년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정민은 도시를 걸으며 지나치는 풍경 속에서 자신의 정서를 촉발하는 요소들을 발견하고 수집한다. 그 대상들은 도심 속의 쓸쓸한 공토, 공사장의 철근들, 부자연스럽게 다듬어진 조경용 나무들 또는 도심 변두리의 버려진 숲과 같은 것부터 시작해 시장에 진열된 하찮은 물건들과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에 이르기까지 작가 자신이 일상생활 안에서 만나는 우리 삶의 형태이다.

이정민이 말하는 산책은 사회구조 아래서 살아가는 그녀의 형식이고 방법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자신의 적극적인 사회적 참여와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시스템 안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질문들로부터 야기되는 사회적 정념들을 그녀는 무엇보다 중요한 작업의 요소로 삼는다.

이러한 사회적 정념들은 캔버스 위에서 웅장한 케이크 또는 아이스크림과 같은 구체적인 대상을 통해 화려하고 달콤하지만, 금방이라도 녹아내려, 어느 순간이라도 붕괴될 수 있는 인간의 존재와 관계의 불안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작 ‘산책-형태(Walking-Form(16)) 2019’와 ‘숲에서(In the Forest) 2018’에서 원래의 모습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잘 다듬어진 조경용 나무들로 이뤄진 ‘숲’은 현시대의 사회구조 내의 존재 하는 여러 집단의 형태와 존재 양식을 나타내는 메타포로 해석될 수 있다.

멀리서 바라보는 숲은 아름답고 우리는 모두 그 안에 들어가고 싶어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리고, 마침내 들어간 숲은 사방이 나무로 둘러싸여 외부로부터 보호받는 안도감에 아늑하고 편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나무가 촘촘히 들어서 있어서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숲속에서 우리는 때로 적을 만나기도 하고 길을 잃고 공포와 불안에 떨기도 한다. 우리는 그렇게 내일마저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각자의 ‘숲’ 속을 매일 걷고(산책) 있는 것이다.

이은미 큐레이터는 “동양화를 전공한 이정민의 동양화 필법은 감정을 즉자적으로 표출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정제되는 것이다. 이번 전시가 이정민 작가를 제대로 알게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시는 다음달 21일까지다. 문의: 053-427-7736.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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