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난 8일 2025년부터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고,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일반고 49곳의 모집 특례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특목고 중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만 남는다. 전면 고교 평준화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명분은 ‘고교 서열화 해소’와 ‘입시 공정성 확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이 빌미를 제공했다.

지역 자사고들은 교육철학이 없는 방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자사고는 지역에서 우수 학생들의 수성구 쏠림 현상을 약화시키고 지역별 교육 격차 해소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자사고 등의 폐지 시 수성구 쏠림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건립 중인 대구 국제고(중국어 중심 특목고)는 개교도 하기 전에 일반고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농어촌 고교의 ‘전국모집 특례’ 폐지 조치로 안동 풍산고 등 지역 인재를 배출해온 학교들은 당장 지역 학생 부족에 따른 폐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주민들은 정부가 지역 살리기에 재를 뿌렸다며 황당해 하고 있다. 지역 주춧돌 역할을 해온 명문 고교의 폐교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흔히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졸속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이 나서 정시와 수시 모집 비율 조정까지 말하는 것도 잘못됐다. 교육전문가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후 내놓아야 할 사안이다. 입시는 ‘대학의 학생 선발권’과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교육 정책을 조국 사태를 계기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만들 문제는 아닌 것이다.

지역 교육계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일부 문제를 전체로 일반화시켜 입시 자체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 자사고들은 반대 의견을 취합해 교육 당국에 전달할 계획이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이와 관련, 대학 입시에서 정시를 확대하는 것은 적절한 대입 제도가 나오기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자사고나 특목고를 폐지하는 것 또한 아이들이 다양한 선택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고교 평준화 ‘대못박기’에 일선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만 혼란에 휩싸였다. 당장 관련 학교들은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월성 교육을 부정하는 것은 자칫 국가의 미래를 그르칠 수도 있다. 당연히 교육의 하향평준화도 걱정된다.

부실한 공교육에 대한 교육 당국의 깊은 반성과 대책 없는 즉흥적인 입시 대책은 혼란만 더할 뿐이다. 교육 당국은 우리 교육이 백척간두에서 달랑달랑하는 느낌이라는 현직 교육감의 쓴소리를 귀담아 새겨야 할 것이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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