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백일장-권순진 심사위원장 심사평

발행일 2019-11-11 13:23:4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권순진 시인


회를 거듭함에 따라 ‘다문화 가정 한글 백일장’에 참가하는 참가자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고르게 나타나고 있고 글제에 대한 이해도 또한 높아지고 있는 반가운 현상을 확인했다.

백일장 초창기엔 이들이 한국 생활에서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얼마나 열심히 적응하는지 내용의 진실성과 감동적인 부분을 주로 살폈다면, 이제는 자기만의 해석과 색깔을 입혀 얼마나 독창적인 글로 설득력 있게 이끌어 가는지를 보게 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군데군데 여전히 맞춤법에 맞지 않는 글이 눈에 띄는가 하면, 문장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글도 없지는 않았다. 물론 다문화 가정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못 봐줄 정도는 아니다.

올해 백일장에는 기본적인 실력을 갖춘 참가자들이 많아 작품의 완성도가 대체로 높았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그들에게는 마음에만 담고 있던 사연도 많고,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입상작들은 쉽게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였으며, 단순히 한국생활을 극복하고 적응하는 과정을 피력하는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인생의 통찰까지 의미를 확대해간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어 놀라웠다.

또한 이들 작품들은 고민과 갈등을 겪으면서 미묘한 심리적인 변화까지 잘 묘사하여 다문화가정 외국인 출신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장원에 뽑힌 녕빙의 글은 우선 한글 구사 능력의 출중함뿐만 아니라, 난관을 뚫고나가는 과정에서의 심리적인 파장을 잘 표현하여 내재화된 의식수준과 지적 수준의 상당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당차게 삶에 대처하는 모습을 통해 남다른 에너지를 느꼈으며, 긍정의 힘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세상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였다. 훈훈한 결말에 이르기까지 한마디로 거침이 없고 당찬 모습을 읽을 수 있어 심사위원 모두의 의견으로 다른 작품에 비해 수월성을 인정치 않을 수 없어 장원으로 미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차상을 차지한 리응함의 글은 한국거주기간이 2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면서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과 각오를 진솔하고 담담하게 표현하여 평범하지만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평범함 가운데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느껴졌으며 꿈을 향해 시나브로 조금씩 이뤄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야무진 각오까지 사실성이 느껴지고 설득력을 얻어 호감을 산 작품이었다.

차상 작품인 보티투위의 글 역시 베트남에서 이주한지 2년 밖에 안 되었지만, 읽는 내내 훈훈한 기운이 느껴졌다.

시어머니와의 아름다운 교감을 통해 사랑 받는 며느리가 되어가는 모습이 더없이 예뻐 보였으며 친화력도 돋보였다.

그 밖의 수상 작품들도 모두 진솔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며, 따라서 진정성을 의심하기 어려운 작품들이다.

지금은 ‘스토리텔링’ 즉 이야기의 시대다. 이야기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그 이야기를 통해 남으로부터 이해를 받고 남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이야기의 설득력이 곧 자신의 정체성이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고향을 소개한 베트남의 김수진, 시부모님께 보내는 편지를 쓴 일본의 아카츠카 도모미, 한국생활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솔직담백하게 진술한 네팔의 니샤는 ‘스토리텔링’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알고 있는 듯 했다.

이 가운데 어떤 의미에서 다른 어느 수상작보다 수준 높은 프로의 기운이 감도는 작품이 포함된 것도 있으나, 풋풋한 정서에 더 기울어진 것도 사실이다.

백일장은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장소에서 써내야 하는 부담이 있고 그것이 또한 한계일 수 있다.

따라서 공모전과 백일장 작품들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심사를 하면서 좀 더 차분한 환경에서 글을 쓴다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들의 좋은 작품을 묶어 책으로 내도 괜찮으리란 궁리도 했다.

다문화가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생각들을 파고들면서 퇴고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을 책으로 읽는 것도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다.

수상자들에게 축하는 물론 다른 백일장 참가자들에게도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끝으로 시화부문은 독창성과 노고에 더하여 그림은 만국공통어란 사실에 기대어 관능적 직감으로 뽑았다. 역시 수상하고 응모한 모든 분들께도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김현수 기자 khs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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