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1 '한국인의 밥상' 홈페이지 최불암 스틸컷

최불암이 찬바람 불면 찾아오는 또 하나의 계절 ‘김장철’. 일 년의 시간을 담는 김장 풍경 속 각별한 이야기를 맛본다.

14일(금일) 최불암과 함께 맛보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지극한 삶이 익어갑니다, 김장' 편이다.

전라도의 김치는 젓갈, 고춧가루 등의 양념을 많이 사용해 감칠맛과 깊은 맛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중에서도 진도 김치는 다도해가 주는 해산물과 소나무 숲이 안아 키운 농작물을 넣어 풍부하면서도 독특한 맛을 낸다.

김영숙 씨는 스무 살에 진도로 시집온 뒤 52년 동안 대농인 시댁의 농사를 익히며 집안 음식을 배웠다. 특히 다른 지역과 달리 겨울에도 수확이 가능한 진도 대파로 담근 김치는 그의 자랑 중 하나. 거기에 진도 앞바다에서 잡은 쏨뱅이를 넣은 찜도 별미 중 별미.

해풍 맞고 자란 배추와 대파로 담근 김장김치와 대파김치부터 김장날이면 먹어왔다는 쏨뱅이대파김치찜, 소머리편육, 백김치곶감말이까지 푸짐한 김영숙 씨 댁 김장날을 찾아가 본다.

김장하면 젓갈이 떠오르고, 젓갈 하면 광천이다. 광천은 우리나라 3대 젓갈 산지 중 하나로 오랜 역사를 가진 옹암포가 있던 곳. 수십 년 전 포구 입구에 둑이 놓여 이제는 배가 들어오지 못하지만, 쇠락한 포구와 함께 버려질 위기에 처한 생선저장용 토굴에 젓갈을 삭히면서 젓갈 산지로서의 유명세는 더 높아졌다.

이곳은 김장배추를 바닷물로 절인다. 바닷물로 김장배추를 절이는 풍습은 광천 지역을 중심으로 전해 내려온 오랜 풍습이라고 한다.

서울시 관악구 인헌동, 관악산 비탈을 가득 메운 주택가 꼭대기엔 길상사라는 현대식 사찰이 있다. 비구니 사찰인 이곳에는 정위 스님이 산다. 길상사에는 그저 절 마당 한쪽 벽에 부서진 타일로 모자이크한 부처님과 보리수 네 그루가 있을 뿐 다른 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상이 없다.

이유를 물으니 백 년 후 사찰의 모습을 고민한 결과 지금의 현대식 건물이 되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위 스님은 차를 내리고 텃밭을 가꾸고 꽃 자수를 놓는데,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수행의 일부로 보인다.

그러니 밥상을 차리는 일 또한 두말하면 입 아프다. 너무 먹어 탈인 요즘 ‘적당히 먹는 것’이야말로 수행을 넘어 사람의 도리라고 말하는 정위 스님. 사찰백김치, 햅쌀뜨물김치, 오만가지 설기떡까지 그의 정갈한 사찰김장에 함께 해본다.

북한의 김장은 식재료가 현저히 부족해지는 겨울을 나야 하기 때문에 ‘김장 전투’라고도 부른다. 평범한 가정집에서조차 500kg에서 1t에 가까운 김장이 기본이란다.

10월 중순 전후로 김장을 하면 다음 해 5~6월까지 김치를 먹기 때문에 ‘겨울철 반 식량’이라고 부른다. 북한에서 국영 식당 책임자로 일했던 요리사 윤선희 씨는 함흥이 고향이다. 그곳에선 액젓이나 새우젓 대신 숙성시킨 생선살을 배추 사이에 넣는데, 이것을 ‘어장’이라 부른다고.

어장을 넣어 만든 명태어딤채와 개성이 고향인 어머니 덕에 어깨너머 배운 개성보쌈김치로 북한의 김장을 선보인다. 여기에 김장날이면 꼭 먹었다던 김장김치양념국수와 북한의 국민 간식 밥만두까지 탈북 11년 차 요리사 윤선희 씨가 소개하는 북한 김장의 멀고도 가까운 매력을 접해본다.

한편 '한국인의 밥상'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40분에 방송된다.

신정미 기자 jmshi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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