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1 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방치탕이 주목 받는 가운데 16일 방송되는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이번에는 서울 문래동, 영등포동을 찾는다.

이날 배우 김영철은 옛 영등포와 문래동을 회상하고, 달라진 오늘날의 모습을 만난다. 특히 이곳에서 고교시절을 보낸 김영철은 50년 전을 추억하며 특별한 감회에 젖는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제49화는 '다시 피어나다, 철공소 골목 – 서울 문래동, 영등포동 편'이다.

1899년 영등포역과 경인선이 개통되면서 한때 서울의 교통, 상업, 공업중심지로 이름을 날렸던 동네가 바로 서울 최대의 부도심 영등포다. 왕왕 돌아가는 공장의 기계만큼이나 사람도 많고 이야기도 많았던 도시. 거대했던 공장지대는 사라지고 이제 빌딩 숲이 자리했지만, 영등포와 문래동 골목을 들여다보면 아직 옛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영등포는 배우 김영철에게 조금 특별한 곳이다. 바로 50년 전 까까머리 고등학생 시절을 보낸 곳이기 때문이다. 배우가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10대의 추억을 떠올리며 걷다 보니 어느새 모교 앞에 닿았다. 등교하는 길목부터 운동장까지 변한 것들도 많았지만, 여전히 변치 않은 것도 있었다. 바로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우뚝 솟아 학교를 지키는 은행나무 한 그루다. 배우 김영철은 나무 그늘 품속에서 옛 기억을 더듬어보며 고등학생 시절로 잠시 추억 여행을 떠나본다.

모교를 지나 기차역 너머, 영등포 중심을 가로지르는 영중로로 발길을 옮긴다. 예전이면 포장마차가 일렬로 쭉 들어서 있던 거리. 하지만 오늘날은 작은 블록처럼 색색별로 거리 가게가 들어선 모습이 눈길을 잡는다. 지난 9월부터 변화한 거리는 상인들에겐 겨울엔 춥지 않고, 장사하기도 편리한 모습으로, 오가는 시민들에겐 조금 더 깔끔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을 걷던 배우 김영철은 2대째 손수레 상점 시절부터 청과상을 해온 상인을 만나 달라진 영등포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거리가 시대에 맞춰 조금씩 변화된 것뿐만 아니라 이젠 고층 빌딩과 쇼핑단지가 즐비해진 영등포. 배우 김영철은 그 빌딩 숲 가운데서 보물찾기를 하듯 오래된 건물을 만난다. 예전 방직공장이 유난히 많았던 영등포. 그중 오늘날 유일하게 남은 방직공장 사무동이다. 수많은 공장이 한국 전쟁 당시 불타 없어졌지만, 1936년 지어진 이 건물만은 기적처럼 잊지 말라는 듯 남았다. 배우 김영철은 이곳에 잠시 머물며 가까이 있음에도 미처 보지 못했던 영등포의 오랜 역사를 되짚어 본다.

한가득 따뜻해진 마음으로 수세미 넝쿨 골목을 지나쳐 가던 길에 쪽지가 붙은 가게를 보게 된다. ‘미용실 갔어용’ ‘마을 금고’ 등의 내용만 적어놓곤 자물쇠도 제대로 채우지 않은 가게. 40년 동안 동네 사람들끼리 가족처럼 믿거니 지내다 보니 이렇게 문을 열고 외출을 한다는 주인장을 만나게 된다. 안으로 들어가니 그냥 구멍가게가 아닌 작은 분식집 같은 모습. 끼니를 제때 챙기지 못하고 일하는 철공소 사람들의 새참으로 라면을 끓여주다 보니, 동네의 작은 쉼터가 되었단다. 배우 김영철은 이곳에서 오랜 시간 문래동과 함께해 온 가게주인으로부터 철공소 골목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40년간 철공소 골목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라면을 한 그릇 먹고 돌아선다.

골목을 빠져나와 길을 걷던 중, 문고리가 우쿨렐레 모형으로 되어 있는 특이한 가게를 만난다. 예전엔 슈퍼였다는 작은 모서리 가게. 철공소들의 이전으로 인해 자연스레 손님도 줄어 5년 전 슈퍼가 문을 닫고, 협소한 공간 때문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던 이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는 청년을 만난다. 우쿨렐레가 좋아서 악기를 공부하며 작은 배움터를 만들었다는 청년. 기계 소리 가득한 철공소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청년의 고운 우쿨렐레 연주. 배우 김영철은 마음을 울리는 우쿨렐레의 맑은소리를 감상하다 다시 길을 나선다.

골목을 벗어나 공장지대가 시작되는 외딴곳을 걷던 배우 김영철은 <열었음>이라고 적힌 간판이 있는 가게 하나를 보게 된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제일 반겨주는 것은 거대한 화덕과 코끝을 자극하는 고소한 빵 냄새다. 의류업에 종사하던 청년이 사업에 실패해 좌절하던 중 빚을 갚기 위해 빵 공부를 시작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곳이란다. 외국 유학 한번 없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독학으로 지금의 참나무 화덕 베이글을 완성 시켰다는 청년. 공장지대 옆, 화덕 열기와 같이 뜨거운 열정으로 새 인생을 꾸려가는 화덕 베이글 청년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철공소 간판들이 빼곡한 골목에서 생소한 음식점이 배우 김영철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방치탕’ 대체 무슨 메뉴일까? 오래된 의자, 식탁, 그리도 메뉴판까지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물어보니, 소 엉덩이뼈를 탕으로 끓여낸 것이란다. 스무 살에 상경해 일가친척 식당에서 일을 배우며 이 메뉴를 만드는 비법과 가게를 물려받았다는 주인장. 어느덧 이 자리에서만 40년의 세월이 흘렀단다. 뚝배기보다 커다란 뼈다귀와 살코기. 그리고 주인장이 40년간 매일 새벽 3시부터 끓여내는 진국 국물. 오랜 세월의 고집스럽게 이어온 주인장의 손맛을 이제 아들이 지켜 가려 20년 전부터 일을 돕고 있단다. 철공소 골목 안, 대를 이어 진한 맛을 지켜가는 방치탕 모자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우직하게 철공소를 지켜가는 토박이들과 문래동의 개성을 지키며 새로이 변화를 시작한 예술인들이 공존하는 곳. 예상을 뛰어넘는 매력지대. 뉴트로 감성으로 다시 피어나는 서울 문래동, 영등포동 편은 오늘 저녁 7시 10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 공개된다.

신정미 기자 jmshi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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