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독립운동가

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문석봉 지사, 우재룡 지사, 이종암 지사, 이두산 지사...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대구시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지역 출신 독립지사들이다. 대구가 일제강점기 무장독립운동의 성지였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구한말 의병활동에서부터 대한광복회와 의열단 등으로 이어진 국내외 항일무장투쟁에는 대구 출신 독립지사들이 주축이 됐다. 하지만 목숨을 내걸고 일제에 맹렬히 맞섰던 지역 독립지사들은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 대구시청 홈페이지에 소개된 대구의 독립운동이 국채보상운동을 필두로 소개됐을 뿐인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그나마 지난 100년을 되새기는 올해, 시민단체와 도서관을 중심으로 잊혀진 영웅들이 서서히 부각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외세의 침략과 불의에 떨쳐 일어나는 대구정신이 다시 세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대구시청 홈페이지에 소개된 대구의 독립운동은 다음과 같다. ‘1907년 대구의 서상돈, 김광제 등이 중심이 되어 기울어져 가는 국권을 금연, 금주로 되찾으려는 평화적이고 자발적인 국채보상운동을 전개하여 전국적으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또한 1915년 서상일 등은 영남지역의 독립투사들과 함께 조선국권회복단이라는 비밀결사를 조직하여 3·1만세운동에서 대구지역의 운동을 주도하였습니다. 1927년에는 신간회 대구지회가 결성되어 항일운동을 전개하였으며, 의열단원 장진홍에 의한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1930년대 이후에도 학생들의 비밀결사운동이 계속되었고, 국권회복과 자주독립을 위한 지속적인 항일투쟁이 전개된 고장이었습니다.’

이처럼 대구시가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내용보다 대구 출신 독립지사들과 지역의 독립운동은 훨씬 뿌리가 깊고 치열했다는 사실이 속속 발굴되고 있다. 구한말 최초의 항일의병장이 대구 출신인데다, 당시 대구에 일본군 조선파견대사령부가 설치돼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1910년대 항일 결사 중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전개한 대한광복회가 달성공원에서 결성돼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 일제와 친일부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어 영화 ‘암살’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으며, 대한광복회의 후신인 의열단이 태동하는 과정에 대구 출신 독립지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광복군의 대표적인 군가를 지어 보급한 인물도 우리 지역 출신이었다. 하지만 대구에서는 아직까지 독립운동의 현장이나 독립지사를 기리는 노력이 시민들의 기대는 물론, 다른 지역의 경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부디 하루빨리 대구 독립운동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해 대구사람의 기개와 자긍심을 되살릴 것을 촉구한다.

1895년 일제의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발생하자, 대구시 달성군 현풍읍 출신인 문석봉 지사는 대전 유성장터에서 구한말 최초로 의병을 일으켰다. 문 지사의 거병은 전국으로 의병활동이 확산되는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국가보훈처 공훈록에 기록돼 있다. 1893년 별시 무과에 급제한 그는 을미사변이 발생하자, 유학자 및 평민과 함께 의병활동에 나섰다. 영천 보현산을 근거로 활약한 의병부대인 ‘산남의진’을 이끈 선봉장 우재룡 지사는 대한제국 군대에 입대해 대구부 진위대에서 근무하다가 군대가 해산되자 1907년 산남의진에 합류했다. 산남의진이 붕괴된 뒤 우 지사는 1915년 8월25일 구미 출신 의병장 허위 선생의 제자인 울산 출신 박상진 총사령과 함께 대구 달성공원에서 대한광복회를 결성하고, 군자금 모집과 국외 조직을 책임지는 지휘장으로 활약했다. 현재 아드님 우대현 선생이 대구에 거주하고 있으며, 평전인 ‘대한광복회 우재룡’이 지난달 출간됐다. 이와 함께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등 대구의 뜻있는 시민들이 지난해 8월25일 달성공원에서 처음으로 대한광복회 결성 기념행사를 가진데 이어, 올해 104주년 기념행사를 마련했다.

대구시 동구 공산동 출신인 의열단 부단장 이종암 지사는 밀양 출신 김원봉 단장과 함께, 1919년 11월10일 만주 자신의 집에서 단원 10명으로 의열단을 창단했다. 이 지사는 창단 자금을 비롯해 군자금을 마련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의열단 창단을 기념하는 행사가 광복 이후 올해 처음으로 서울 등 세 곳에서 열린 가운데, 대구에서는 지난 10일 대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의열단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두산 지사는 1940년대 광복군이 즐겨 불렀던 ‘광복군 행진곡’을 작사 및 작곡한 대구 달성군 화원읍 출신 독립운동가다. 이 지사의 장남과 차남도 독립운동에 투신한 3부자 독립운동가다. 광복군 행진곡은 1940년 광복군 창군과 동시에 불린 순수 창작곡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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