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고환, 종양으로 발전 가능성 높아||생후 3~6개월 사이 중성화 수술 해야

▲ 이상관 대구광역시수의사회장
▲ 이상관 대구광역시수의사회장
이상관 대구광역시수의사회장



고환은 동물의 태생기에 복강 내 존재하다 출생과 함께 고환집으로 내려가는 것이 정상적이다.



하지만 어떤 원인에 의해 내려오지 못하고 서혜부에 존재 하거나 혹은 복강 내 그대로 존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잠복고환’이라 한다.



12세 수컷 가을이가 평소보다 식욕이 감소했다며 내원했다.



보호자와 놀기 좋아하는 가을이는 최근 들어 잘 놀지 않고 비틀거리는 증상도 보인다고 한다. 입술을 들어보니 잇몸도 창백하고 체중까지 많이 줄었다. 식욕감소의 원인을 찾고자 일반적인 신체검사와 혈액검사, 방사선촬영과 초음파검사를 진행했다.



빈혈과 함께 복강 초음파 검사에서 종대된 종양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면밀한 검사 끝에 고환의 형태와 유사하다는 점으로 잠복고환이 고환 종양으로 발전한 형태임을 알 수 있었다.



복강 내 고환 종양은 대개 세르톨리세포 종양이다. 이 종양은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을 발생시키며 이로 인해 반대편 고환의 위축, 골수 억압, 여성형 유방증, 탈모, 전립샘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골수 억압은 에스트로겐에 의해 유발 될 수 있는데 빈혈, 혈소판감소증, 백혈구감소증을 특징으로 한다.



추가적인 검사를 통해 빈혈의 다른 원인들을 배제했으며, 고환 종양으로 야기된 빈혈 가능성이 가장 높음을 잠정 진단했다.



12년 동안 지켜온 남성성이었으나 질병 앞에는 방법이 없다. 수술을 통해 안전하게 제거했고 이후 빈혈 수치도 호전돼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반려견은 사춘기 전인 생후 3~6개월 사이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한다.



반려견의 중성화 수술은 사람과 달리 고환을 제거하는 수술을 원칙으로 한다. 수술을 하면 원치않는 임신을 예방할 수 있으며, 생식기의 질병을 막을 수 있다.



또 영역 표시를 위해 다리를 들고 배뇨 하는 것(마킹)을 방지할 수 있는 것으며, 사람의 팔이나 다리를 잡거나 다른 동물이나 인형을 끌어안고 교미 흉내를 내는 행위를 예방할 수 있다.



보호자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너무 잔인한 행위다, 혹은 장가도 못 가보고 중성화 수술을 하면 얼마나 불쌍하냐”며 “장가 한 번 가고 난 후 수술을 하겠다”는 분들도 가끔 있다.



반려견은 사춘기가 지나면 뒤늦게 중성화 수술을 하더라도 교미를 흉내내거나, 마킹 행위는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횟수만 줄어들 뿐 암캐와 교미를 하려는 경우도 있다.



편측성 잠복고환은 불임을 유발하지 않으나 양측성 잠복고환은 고환이 복강 내 높은 온도에 노출돼 불임 가능성이 높다. 잠복고환은 유전되므로 이들의 번식은 추천되지 않는다.



특히 잠복고환은 생후 1년 이후에도 고환 하강이 이뤄지지 않을 시 수술적 제거를 해주는 것이 좋다.



반려동물과 오랫동안 건강하게 같이 살기 위해선 예방과 사춘기가 되기 전 중성화 수술은 필수 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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