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라고 한다. 역사의 사건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페낭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다룬다. 또 권력에 눈이 먼 세계 다양한 통치자들이 나라를 어떻게 망쳤는지 일련의 사건들로 살피고 정치의 역사에 대해 다룬다.



◆통사와 혈사로 읽는 한국 현대사

김삼웅 지음/인문서원/520쪽/2만3천 원

올해는 3·1혁명이 일어난 지 꼭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근대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근대에서 곧장 일제 식민 체제로 전락한 우리나라는 3·1혁명을 통해 낡은 전근대의 군주 체제와 외세 지배 질서를 동시에 거부하는 ‘이중 혁명’을 이뤄냈다. 현대사의 기점인 3·1혁명은 반식민·반봉건 체제를 거부한 민족사적 대전환이었다.

저자는 지난 100년 역사 속의 100가지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 현대사를 돌아본다. 그리고 향후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임시정부 대통령을 지낸 백암 박은식의 통사(痛史)와 혈사(血史)의 틀을 빌려 우리 현대사를 정리해냈다.

백암은 3·1혁명을 중심으로 1884년 갑신정변부터 1920년의 봉오동 대첩과 청산리 대첩 등 독립군 전투까지 일제 침략에 저항한 독립투쟁사를 담은 ‘한국독립운동지혈사’를 1920년 당시 망명지였던 중국 상하이에서 간행한 바 있다. ‘아플 통(痛)’ 자를 써서 민족의 아픈 역사를 통사로 엮은 것이다.

경술국치 이후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은 그야말로 ‘혈사’였다. 친일 매국노들은 호의호식했지만 독립운동가들은 목숨을 내걸고 일제와 싸웠고, 국민들은 죽지 못해 살았다.

마침내 1945년 8·15 해방을 맞았으나 민족적 비운은 계속됐다. 자력으로 쟁취하지 못한 해방은 분단으로 이어졌고, 6·25 동족상쟁과 이승만 독재, 4·19혁명, 박정희의 군사쿠데타가 뒤따랐다.

국민들의 고초와 반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신독재와 민주화, 전두환 신군부 등장과 광주민주화운동, 5공 폭압과 6월 항쟁, 경제 성장과 빈부 양극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특권층 거대화, 국정농단과 촛불시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이 숨가쁘게 전개됐다.

이번 책은 이들 사건을 단순 나열하는 게 아니라 그 배경과 의미를 면밀히 분석했다.

◆아편과 깡통의 궁전

강희정 지음/푸른역사/496쪽/2만8천 원

말레이반도 서북부의 작은 섬 페낭은 동양의 진주로 불린다. 말래카해협에 자리 잡아 한때 동서 바닷길 교역의 중심지였으며, 영국 식민지풍 건물과 개발의 주역인 중국풍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2008년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의 도시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책은 1786년 영국식민지 건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150여 년에 걸친 페낭 화인사회의 형성과 전개 과정을 ‘아편-주석-고무’라는 열쇠말로 살폈다. 세계사의 전환기이자 동남아시아의 변형기라는 시간과 말라카해협 북단의 영국 식민지라는 공간에서 페낭에 이주한 중국인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화인사회를 구축했는지 그리고 말라카해협 북부 지역에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페낭은 유럽인, 말레이인, 중국인, 인도인 등 다양한 이주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영국의 국기가 걸려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원주민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특수한 환경에서 페낭의 화인사회는 다양한 종족과 말라카해협 북부 지역의 다양한 정치권력과 상호작용했다.

18세기 후반 이래 동남아시아의 전환을 압축적으로 드러내주는 축도가 곧 페낭이다. 영국은 1786년 페낭을 점거함으로써 처음으로 인도-중국 교역로인 말라카해협에 거점을 확보했다. 페낭은 영국이 자유주의를 실험한 최초의 식민지 항구였다.

19세기 중반 이후 주석광산 개발 붐이 일면서 페낭은 말레이반도 서안에서 수마트라 북동안, 태국 남부, 버마 남서부를 아우르는말라카해협 북부의 지방 거점을 위성경제로 편입한 거대한 지역 교역망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이 과정을 주도한 주체가 페낭의 화인사회였다. 페낭의 중국인 거상들은 자본과 노동을 장악하고 생산과 소비를 이끌었다.



이 책은 유럽 중심주의나 국민국가의 서사를 벗어나 화인사회의 관점에서 페낭에서 살아간 중국인 이주자의 구체적인 삶을 다층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독선과 아집의 역사

바바라 터크먼 지음/자작나무/488쪽/1만8천 원

이 책은 권력에 눈이 먼 통치자들이 한 나라를 어떻게 망쳤는지 살핀다.

공자는 정치를 ‘바르게 하는 일’로 규정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공동체의 일’로 정의했다.

현실에서 지혜로운 통치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국정 실패는 통치자의 어리석음과 오만함의 소산”이라며 “지난 3000년간 이어진 우매한 정치 권력자들의 자멸은 ‘바보들의 행진’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는다.

17세기 스웨덴 정치가 옥센셰르나 백작도 비슷한 유언을 남겼다. “아들아, 이 세상을 얼마나 하찮은 자들이 다스리는지 똑똑히 알아두거라.”

21세기 초반 민주주의는 글로벌 차원에서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민주주의가 총구 앞에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투표함에서 무너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민주주의의 본산인 미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것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때문”이라며 “이념적 좌파와 우파 할 것 없이 포퓰리즘이 정치를 혼돈상태에 빠뜨리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한층 위태롭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책은 자멸을 초래한 어리석은 통치자를 네 부류로 밝힌다. 아둔함의 원형이자 무지와 어리석음의 상징인 ‘트로이 목마’, 개혁을 거부하고 쾌락과 타락의 권력을 휘두른 ‘르네상스 시대의 교황들’, 어리석은 독선으로 식민지 미국을 잃은 ‘대영제국’, 불필요하고 잘못된 선택이었던 ‘베트남 전쟁’이 그것이다.

이 책은 지나친 권력욕을 불태우다 스스로 무덤을 판, 그리고 나라를 망하게 한 숱한 사례를 통해 이런 정치의 속성을 고발한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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