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예술가의 자생과 지원

이민주

아트파인애플 대표

오랜만에 지역 미술작가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그 중 어느 작가는 대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을 하며 해외 아트페어 등에도 참여했다. 이날 그는 “몇 년간 강의를 이어오다가 강의가 없어지니 당장의 생계가 걱정되고, 여러 가지 고민으로 우울하다”고 했다. 이름이 알려진 작가지만 예술가로 살아간다는게 쉽지는 않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대구문화재단이 생긴 지 10년이 됐다. 10년 전만 해도, 선배 작가들은 서울을 바라보고 작업을 했고 갤러리들과 인연이 닿으면서 작업을 이어 가곤 했다. 이들은 작가로의 삶에 지원이라고는 공모를 통한 상금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문화재단을 통해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

또 대구시립미술관이나 대구예술발전소, 수창청춘맨숀 등이 운영되면서 청년작가에게는 기회가 더 늘어났다. 이런 변화에 청년 예술가는 증가했다.

청년예술가 증가는 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 증가와도 관계가 있다. 하지만 청년예술가 지원은 대부분 전시 또는 공연 등 결과물에만 국한돼 있고 연령에도 제한을 두고 있다.

미술의 경우 청년작가 지원은 39세로 40대 작가들은 중견작가도 아닌 청년작가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서 있다. 30대 작가들은 30대에 많은 것을 해놔야지 40대를 대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이들이 자생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은 찾기가 힘들다.

현재 예술가들은 다양한 투잡을 하고 있다. 필자도 지역에서 올해의 청년작가상을 수상하고 많은 전시에 참여하고 초대 받았지만 투잡, 간혹 쓰리잡으로 눈코 뜰새없이 지내면서도 작업을 하며 치열하게 지내고 있다.

먹고 사는 ‘생계’와 본인이 추구하는 ‘예술성’이 맞아 떨어지면 가장 좋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좀 더 자유롭게 하기 위해 투잡을 하며 30대 중후반을 맞았다. 이제 이 세계와 타협하여 예술적인 방향은 좀 더 타진하고 대중적이거나 상업적인 방향으로 방향을 틀어야만 40대에도 보다 쉽게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씁쓸한 생각도 해 본다.

청년 예술가들에게 자생력을 키우라고 큐레이터들은 말한다. 필자도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자생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달았다. 청년 예술가들에게 안정적인 지원은 반갑지만, 적절히 자생할 수 있는 선을 만들어 놓는 것이 지원사업에서도 예술가 스스로에게도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싶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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