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차도와 마찬가지다. 보행자가 서있으면 절대 안된다. 10여년 전 방문했을 때다. 별 생각없이 인도 위 자전거도로에 서 있었다.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자전거 운전자가 큰소리와 함께 옆으로 비켜라며 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처음엔 뭐가 잘못됐는지조차 몰랐다.

암스테르담에는 출퇴근길 자전거 타기가 일반화돼 있다. 자전거도로가 끊어짐 없이 도시 구석구석을 이어주는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말로는 자전거 타기를 적극 권장한다. 그러나 차도는 위험하다. 그렇다고 인도 위 자전거도로가 자전거의 안전통행을 보장해 주지도 않는다. 보행자가 자전거도로를 아무런 제약없이 다니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보행자를 피해 자전거도로와 인도 사이를 헤집고 다녀야 한다. 자전거도로가 있으나 마나다.

신축 아파트 주변에는 어김없이 자전거도로가 개설된다. 도심 간선도로 곳곳에도 자전거도로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자전거는 다니지 않는다. 아까운 세금을 들여 왜 자전거도로를 만드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구의 자전거도로 총연장은 1천39.34㎞다. 분리대 등으로 차도·인도와 구분해 설치한 전용도로는 118.18㎞,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903.61㎞(분리형 402.06㎞, 비분리형 501.55㎞)다. 차도 노면에 표시한 자전거 전용차로는 13.99㎞, 차도 노면 자전거 우선도로는 3.56㎞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 법’에 따른 분류다. 짧지 않은 길이다.

---자전거 ‘교통수단인가, 레저용인가’

그러나 대구의 자전거 수송분담률은 2.6%(2017년)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 2%보다 조금 높다. 이에 반해 네덜란드는 36%(2015년 기준·분담률 세계1위), 덴마크는 23%(2위), 일본은 17%(4위)에 이른다.

대구는 지형과 기후가 자전거 타기에 적합하다. 분지여서 동서남북 지형이 비교적 평탄하고, 한여름과 한겨울이 아니면 기후조건도 좋다. 그런데 왜 자전거 타기가 활성화 되지 않을까.

가장 큰 원인은 대구시의 정책 목표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자전거를 출퇴근, 등하교, 근거리 이동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시의 설문조사(2018년)에 따르면 자전거 이용자의 주목적은 운동이 가장 많았다. 출퇴근 목적은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자전거를 운동·레저 위주로 생각했다. 교통수단화 할 정책이 나오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합당한 정책은 확실한 목표가 있어야 나온다.

자전거 타기에 적합한 도로구조 개선이 급선무다. 위험을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전거 출퇴근·등하교가 가능해진다. 학부모들은 안전사고 때문에 자녀들에게 자전거 통학을 권할 수 없다.

자전거를 타고 나서면 학교나 직장까지 전용도로로 갈 수 있어야 한다. 점선처럼 토막토막 끊어지는 도시 내 자전거 전용도로를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획기적 투자가 필요하다. 이어지지 않는 자전거도로는 의미가 없다. 연결망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자전거 이용자에 주는 인센티브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차량 운행에 따른 매연, 도로효율 저하, 주차장 확보, 교통사고 증가 등 갖가지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인센티브에 망설일 이유가 없다.

---‘자전거 활성화’ 정책 목표 분명해야

자전거활성화법을 토대로 각 지자체는 자전거 이용시 지원하는 보상근거를 조례에 마련해 놓고 있다. 대구시도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인센티브라고 말하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실시된 이 제도는 1㎞당 1원의 포인트가 적립된다. 자전거 탑승 여부는 모바일 앱으로 확인한다.

민간단체에서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선정한다. 지난해 총 112만 원이 지원됐다. 책정예산은 1천350만 원이었지만 전부 소진하지 못할 정도로 활용도가 낮았다.

현재 대구시에서는 다양한 자전거 활성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수송분담률을 4년 뒤 2023년까지 4.2%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구가 좀 더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자전거의 도시’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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