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이 새로운 기회가 되려면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지난 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큰 주목을 받으면서 끝났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이번 행사는 올해로 아세안과 외교 관계 수립 30주년 기념하는 자리이면서, 최근 국내에서 개최된 다자외교행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더군다나 아세안 소득 수준은 제각각이지만 6억5천 명에 달하는 대규모 역내 시장에다가 연평균 5%를 상회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고,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의 대상이기도 하다. 특히 한류의 전진기지라는 문화적인 측면 뿐 아니라 연간 400억 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를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아세안 공동번영 비전에 관한 성명 채택과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는 점은 매우 큰 성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또 쏟아지는 세평처럼 이후에도 아세안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걸어도 좋다.

아세안을 구성하는 10개국과 맺은 우리 정부의 국가 간 약속을 통해 ODA(공적개발원조)든 아니든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자될 것이고, 이를 통해 우리 기업들과 인재들은 직접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다. 지금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류는 더 큰 영향력을 가질 것이고, 우리 상품들은 이러한 후광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다. 한반도 평화구축에 대한 협력 강화는 지정학적인 리스크의 완화 내지는 해소에 도움을 줌으로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약화시킬 것이고, 이는 직·간접적으로 우리에게 혜택을 줄 것이다. 이외에도 많은 혜택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기대에 앞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규모가 크고 성장세가 빠를 뿐 아니라 전도유망하기까지 한 아세안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면 더 정성을 쏟을 것이다.

당장 중국의 광역경제권구상인 일대일로가 그렇다. 2014년에서 2018년까지 5년간 중국이 일대일로 구상에 투자한 돈만 90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여기에 아세안이 포함되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미국과 일본 및 호주 3국도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해 BDN(Blue Dot Network) 구상을 발표하고, 아세안이 포함되는 인도·태평양지역을 중심으로 인프라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표면적으로는 스리랑카와 같이 채무 면제를 조건으로 99년간 즉, 영구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항만 운영권을 중국에 넘겨 준 것 같이 개도국들이 채무의 덫에 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인 것 같다. 하지만 아무 기대할 것이 없는데 그런 선의를 베풀지는 않는다. 경제적이든 아니든 이들 3국에게 반드시 응당한 대가가 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당장 한국이 주변국과 경쟁하고 있는 아세안국도 있다. 미얀마의 최대 도시인 양곤이다. 중국은 5조 원이 넘는 신양곤시개발사업을 중국·미얀마 경제회랑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고, 일본은 2,500억 원이 넘는 차관을 공여하는 교통 관련 인프라사업은 물론 민간 차원에서 호텔과 쇼핑센터 등 상업시설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도 봉제업과 IT 관련 산업의 입지를 위해 한국미얀마공업단지를 개발 중이다. 이 뿐이 아니다. 베트남 하노이, 태국 방콕 등 떠오르는 아세안의 주요 도시마다 한·중·일 3국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창설 당시 아세안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 5개국이 참여하였으나 지금은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가 차례로 가입해 10개국으로 늘어났다. 아세안의 성장 잠재력과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이들은 중국과 일본의 영향력이 강한 국가들이다. 이제는 미국과 호주도 자본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한다.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고 있는 아세안은 분명 우리에게 큰 기회임에 틀림없지만, 주변을 잘 살펴 대응하지 않으면 언제든 그 기회는 우리 손을 떠날 수 있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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