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끝> 구미 불교문화의 관광자원화



▲ 구미시 도개면 도개리 일원에 조성된 신라불교 초전지 전경.
▲ 구미시 도개면 도개리 일원에 조성된 신라불교 초전지 전경.
한 스님은 “우리나라에서 불교는 종교이기도 하지만 ‘공공재’의 성격을 갖는다”고 말한다.

어디 여행이라도 가려면 가장 먼저 그곳에 유명 사찰이 있는지를 알아본다. 물론 오랜 역사를 가진 고찰에는 볼만한 문화재가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 의성 고운사처럼 몇몇 사찰은 평소 우리가 접할 수 없는 사찰 음식을 장만해 대중들에게 공양하기도 한다.

또 마을의 어느 할머니나 어머니는 ‘무슨 무슨 보살이네’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만큼 불교는 우리의 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불교문화의 이해

구미의 불교를 연재하면서 중간 중간 불교문화를 소개했다.

인도 불교에서 시작된 탑의 유래와 구미에 남아 있는 탑의 형태, 구미 불교의 종단 변화, 불교문화에 자주 등장하는 용의 의미, 일주문과 천왕문의 의미, 금오산의 사찰 분포 형태, 불상의 구별방법과 보살과의 차이점, 불상마다 다른 손 모양(수인) 등이 그것이다.

종교와는 별도로 유교를 유교문화, 이슬람을 이슬람문화라고 부르듯이 불교를 불교문화라고 통칭해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종교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불교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불교를 신앙해서 될 일만은 아니다. 우린 문화를 어려서부터 생활 속에서 체득하기도 하지만 학교 등에서 배운다.

불교문화도 마찬가지다. 종교적 의미를 떠나 불교문화를 이해하려면 역시 배워야 한다.

구미의 대표적인 농악인 무을농악이 태어난 곳이 무을 연악산 자락의 수다사란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불교는 1천600여 년 이상 우리의 삶 속에 함께하면서 특유의 어울림으로 우리의 전통문화를 발전시켜왔다.

그래서 불교문화를 이해해야만 불교문화와 결합한 우리의 전통문화 전반을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불교문화의 진정한 저력이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이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불교문화를 알아두면 여행지에서 만난 사찰의 전각과 불상 등 문화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불교문화의 관광자원화

지난 1일 광주불교사찰순례단 40여 명이 제주를 찾았다.

이들은 관음사와 천왕사 등 제주불교 성지순례 길을 탐방한 후 제주불교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체험했다.

이들이 도보로 걸었던 길은 제주가 제주불교의 역사와 문화를 재현하기 위해 만든 불교 성지순례 길, 일명 ‘절로 가는 길’이다.

제주는 2012년 ‘지계의 길’을 시작으로 6개의 불교순례 길을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최근 관광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제주시는 도보순례 길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제주불교순례 길은 마음의 혼돈을 내려놓고 그 안에서 ‘무아’의 깨달음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제주시는 이를 위해 보시의 길(대원정사~해륜사, 42.9㎞), 지계의 길(관음정사~관음사, 14.2㎞), 인욕의 길(관음사~존자암, 21㎞), 정진의 길(존자암~남국선원·선덕사, 18.6㎞), 선정의 길(선덕사·쌍계암~광명사, 39.6㎞) 등의 순례코스를 지정했다.

제주의 불교성지순례는 최근 일상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걷는 즐거움과 함께 종교를 통한 마음의 안식과 여유를 가져다주는 건강과 치유의 관광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는 불교문화를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경기도는 ‘경기방문의 해’ 사업 중에 평택시 수도사 전통사찰 음식 학습체험관, 포천시 자인사와 파주시 보광사 투어, 양평군 용문사의 ‘산사로 떠나는 마음여행’ 등 불교를 테마로 한 사업들을 포함하기도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해 도지사 선거 당시 호국불교의 숨결이 이어지는 경북의 전통사찰과 불교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전통사찰의 보존과 관리, 불교문화 홍보와 관광자원화를 약속한 바 있다.

이 도지사는 “유명사찰을 중심으로 한 불교 미술, 불교 문학, 불교유적, 순례길, 그리고 무형적 문화로서 불교 음악과 의례의식, 수행생활 등을 종합해 체계적이며 독창적인 문화콘텐츠를 개발해 문화관광 테마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미 불교문화 관광자원화

구미는 아도가 신라에 가장 먼저 불교를 전한 신라불교초전지다.

이후 통일신라 때에는 신라불교의 성지로 지역 곳곳에 융성했던 불교의 흔적이 남아 있다. 석가탑과도 견줄만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주륵사 폐탑이 그렇고, 아도가 창건했다는 도리사가 그렇다.

구미시는 장세용 시장 취임 이후 최근 문화와 관광산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관광진흥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진행하고 이에 자문할 전문가 자문회의를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

하지만 국내 최고 산업도시라는 명성에 밀려 새로운 관광콘텐츠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장 시장이 주륵사 폐탑 복원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구미의 불교문화 자원은 어떤가. 충분하다.

아도화상이 신라에 가장 먼저 불교를 전파했던 구미시 도개면에 신라불교 초전지가 있다.

신라불교 초전지는 경북도 3대 문화권(유교·신라·불교권) 조성 전략 사업에 선정돼 국·도비와 시비 등 400억 원을 들여 2017년 10월13일 개관했다.

3만6천여㎡(1만1천 평)나 되는 부지에 초전기념관과 전통한옥체험관, 대강당, 불교음식체험관, 단체생활관과 전시가옥 등을 갖췄다.

▲ 구미시 도개면 신라불교 초전지에서 진행되는 발우공양.
▲ 구미시 도개면 신라불교 초전지에서 진행되는 발우공양.
▲ 구미시 도개면 신라불교 초전지를 견한 온 학생들이 담장을 따라 걸으며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 구미시 도개면 신라불교 초전지를 견한 온 학생들이 담장을 따라 걸으며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 구미시 도개면 신라불교 초전지에서 열린 한밤의 음악회.
▲ 구미시 도개면 신라불교 초전지에서 열린 한밤의 음악회.
발우공양과 각종 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휴일에는 대관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곳에선 기존 사찰 템플스테이와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객을 위로하고 치유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지역 곳곳에 산재한 불교문화자원과의 연계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도리사가 지척에 있고 주륵사 폐탑지가 바로 곁에 있지만 이와 연계한 프로그램은 보이지 않는다. 아쉬운 부분이다.

▲ 신라에 처음 불교를 전래했다는 아도화상이 창건한 도리사 인근에는 걷기 편하고 아름다운 임도가 있다.
▲ 신라에 처음 불교를 전래했다는 아도화상이 창건한 도리사 인근에는 걷기 편하고 아름다운 임도가 있다.
도리사와 수다사 인근에는 아름다운 임도가 있다. 이를 이용한 순례길 걷기 등의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불자들은 윤달이 되면 각기 다른 세 곳의 절을 한꺼번에 순례하며 액을 없애고 복을 비는 삼사순례를 행한다. 최근에는 윤달과 관계없이 불자들 사이에서 성행하고 있다.

구미시 사암연합회를 통해 삼사순례객을 모으고 다른 지역 불자 단체들과 교류하며 순례행사를 갖다 보면 더 많은 외지 불자들이 신라 때 찬란하게 꽃피웠던 구미의 불교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구미를 찾을 것이다.

물론 의성 고운사처럼 사찰도 사찰 나름의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천생산 천생사처럼 가을이면 국화 축제를 연다든지, 도개 문수사의 와인과 함께하는 음악회를 개최하는 것도 괜찮다.

각 사찰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계해 관광자원화할 수도 있다.

▲ 금오산 약사암 주지인 대혜 스님
▲ 금오산 약사암 주지인 대혜 스님
◆대혜 스님(금오산 약사암 주지)

이 시대 최고의 과제는 경제와 관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은 쓰기 위한 것이고 그 쓰일 곳을 만드는 것은 관광이 큰 몫을 담당한다.

그런 면에서 구미는 큰 가치가 있는 곳이다.

산업지향적인 구미에서 관광마저 진흥시킨다면 구미의 발전은 약속된 것이라 확신한다.

불교와 유교 등 역사적 문화와 천혜의 자연 그리고 현재 산업기지인 구미 국가산업단지를 관광자원화할 수 있다면 구미는 한국 최고의 관광지가 될 것이다.

금오산은 어느 도시의 산보다도 특별하다. 이 때문에 전국의 수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감탄한다.

최초의 도립공원에 걸맞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수많은 산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올라보지 않은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금오산 마애여래불뿐만 아니라 곳곳의 등산로와 전망대, 역사적 가치는 전국 세 곳의 금오산 중의 으뜸이다.

금오산과 신라 최초의 불교 전래지 모례원, 태조산 도리사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금오산 약사암에서 굽어보는 낙동강은 시내를 관통하는 강으로 세계 어느 지역의 강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또 구미 국가산단은 생산에 그치지 않고 산업의 역사를 가르치고 그에 따른 전시공간을 만들어 새로운 산업문화로 만들어 낸다면 국내 유명 관광지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공장만 지어서 윤택한 삶을 사는 시대는 아니다.

경제와 문화가 조화를 이룰 때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후손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도시가 될 것이다.



▲ 구미시 관광지도.
▲ 구미시 관광지도.


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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