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TK 인물을 키우자

홍석봉 논설위원

바야흐로 정치 시즌이다. 정치권의 세대교체 논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세대교체는 필연적이다. 자유한국당도 혁신과 물갈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보수 심장 대구·경북에서 한국당의 무기력한 모습은 지역민에게 좌절감만 안겨주고 있다. 그렇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세대교체 열망이 크다. 대대적인 ‘젊은 피’ 수혈이 타개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젊은 층에 구애하고 있다. 2030이 타깃이다. 지역 정치권에도 신인들이 속속 얼굴을 내밀고 있지만 2030은 찾기 어렵다. 정치뿐만이 아니다. 경제·문화계도 마찬가지다. 왜 이렇게 됐는가. 취업에 목을 매야만 하는 녹록지 않은 상황과 정치 혐오가 원인이다. 한심한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 상황이 젊은이들을 무기력한 존재로 내몰고 있다.

일본의 마쓰시타 정경숙(松下 政經塾)은 젊은 차세대 리더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마쓰시타 전기산업(주)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사재를 털어 1979년 설립했다. 4년 과정으로 무료 운영된다. 매달 20만 엔의 생활비가 지급돼 200~300 대 1의 경쟁률을 보인다. 25~35세를 대상으로 7~8명의 정예 인재를 뽑아 기숙사 생활을 한다. 선발된 인재는 대부분 명문대 출신이다. 이들은 정치·경제·외교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에게 교육을 받는다. 연평균 10명 가량 졸업한다.

마쓰시타 출신은 1993년 중의원 선거에서 15명이 당선돼 돌풍을 일으켰다. 2009년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내각 당시, 각료 중 8명이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이었다. 당시 중의원 중에는 초선 8명을 포함해 31명이 당선됐다. 2011년에도 민주당 28명, 자민당 10명,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까지 총 77명을 배출했다. 마쓰시타 정경숙은 일본 정부와 국회를 움직이는 관료 및 정치인의 산실이 됐다.

-인재 요람 마쓰시타 정경숙·고운서당

국내에서도 부산판 마쓰시타 정경숙을 지향하는 ‘고운서당’이 지난 3월 문 열었다.부산·울산·경남지역 청년들이 대상이다. ‘고운서당’은 사회 진출을 앞둔 지역 청년들을 위한 차세대 리더 함양 교육 및 인재 양성 교육 과정으로 운영된다. 지역의 교수, CEO 등 100여 명과 국내·외 저명인사 30명 등이 재능 기부로 참여했다. 부울경 대학생 30명이 선발돼 1년간 인문 교양 예술, 자연과학과 공학, 사회과학과 국제학, 경제·경영 관련 강의를 듣는다. 또 지역 출신 정치인 및 경제인 등과 교유, 자연스레 지역 지도자를 꿈꾸게 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세계적 한국 학자를 키우기 위한 ‘신집현전 태학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관련 분야 박사학위자 7명을 뽑아 월 500만 원씩 5년 간 지원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에는 마쓰시타 정경숙 보다 70여 년 앞서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 운영한 교육기관이 있었다. 대구에서 상업으로 재산을 일군 이동진 선생이 조선 말엽인 1904년 ‘우현서루(友弦書樓)’라는 사설 교육기관을 설립했다. 이동진의 사후 그의 아들 이일우가 유업을 계승, 1만여 권의 장서를 비치하고 매년 20~30명의 젊은이를 뽑아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고 공부시켰다.

이곳에서 수학한 전국의 애국지사만도 150여 명에 달한다. 상해 임시정부의 대통령 박은식과 초대 국무령 이동휘, 황성신문 주필 장지연 등이 이곳에서 공부했다. 우현서루는 1911년 일제의 탄압으로 강제 폐쇄되고 만다. 구국운동의 발원지랄 수 있는 우현서루의 정신은 신 여성운동, 국채보상운동 등으로 면면히 이어오고 있다.

-대구·경북에 젊은 리더 양성기관 만들자

대구·경북도 일본의 마쓰시타 정경숙처럼 역량 있는 정치 지도자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지역의 정·관계 및 경제계가 나서 부산의 ‘고운서당’을 뛰어넘는 제2의 우현서루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지역의 미래를 담보하고 쇠퇴일로의 지역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 또 선거때만 되면 반짝 나타나 표를 구걸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어느 순간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서울 TK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야만 TK가 바로 설 수 있고 대구·경북의 혼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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