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각종 수단을 동원해 맞불을 놓으면서 정국이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철회 조건으로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김기현 전 울산시장 의혹 관련 ‘친문 게이트’ 국정조사를 내걸었다.
민주당으로서는 어느 하나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남은 정기국회 일정 마비가 불가피하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에 대해 “정치적 폭거”라며 “협상의 정치가 종언을 고했다”고 했다.
한국당이 ‘민식이법’은 필리버스터에서 제외하고 먼저 처리하자고 했다고 밝힌데 대해서도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이런 주장을 반복하면 알리바이 조작 정당”이라고 했다.
반면 한국당 나경원 원대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는 본회의를 여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민주당을 향해 “정말 민식이법, 민생법안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면 도대체 왜 (한국당의) 요구를 외면하고 본회의를 거부하나”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본인들은 수많은 불법을 저지르면서 소수 야당의 합법적 투쟁을 허락할 수 없다고 한다”며 “이중성과 자기 모순성으로 점철된 막무가내 적반하장 여당”이라고 힐난했다.
여야의 이같은 대치에 2일이 법정 처리 시한인 내년도 예산안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513조5천억원 규모인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빈손’ 종료와 ‘필리버스터’ 정국이 겹치면서 시한 내 예산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이날 국회에 따르면 예결위는 증액 안건에는 손도 대지 못한 채 감액 보류 안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다 지난달 30일 자동 종료했다.
예산안의 세부 조정을 위한 ‘소소위’ 구성 문제에 있어 여야 이견으로 심사가 지연된 탓이 컸다.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와 합의할 경우 예결위 활동기한을 연장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낮다.
한국당 소속 김재원 예결위원장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예결위 활동기한을 오는 7일까지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수용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상훈 기자 hksa70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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