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책은 혹평마저 수용하는 것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경기도 평택역 뒷골목에 있는 한 떡볶이집. 이 집 사장은 떡볶이 판매로 23년 동안 한우물을 파온 베테랑이다. 고향인 전남 해남의 고춧가루를 기본으로 양념장을 직접 만들 정도로 식당 운영에 정성을 쏟았다. 이 정도 경력에 이 정도 정성이면 백종원(기업인)도 감탄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떡볶이 맛을 본 백종원은 이때까지 자기가 먹어본 떡볶이 중 제일 맛이 없다고 혹평했다. 그 혹평은 혼자만 내린 것도 아니었다. 같이 시식해본 배우 정인선의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방영된 SBS 프로그램인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이다.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인기만큼이나 크고 작은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몇몇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을 2년 가까이 지속해온 건 분명 이유가 있을 터다. 그 이유를 떡볶이집에서 찾았다.

좋은 재료를 가지고 정성을 다해 양념장을 만들었던 이 떡볶이집 사장은 시식자들의 맛이 없다는 냉혹한 평가를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때까지 몰랐다. 왜 이제야 가르쳐 주느냐”며 웃을 정도로 악평을 겸손하게 받아들였다. 이쯤이면 문제는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제대로 된 떡볶이의 맛을 찾는 해결책은 나의 잘못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백종원의 요청에 이미 정성들여 만들어놓은 떡볶이를 전부 다 덜어내는 것도 불평 한마디 없이 해냈다.

백종원은 주인이 만든 양념장을 바꾸고 레시피를 새로 짰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고추장과 간장으로 간을 맞춘 새로운 떡볶이를 만들었다. 크게 변화를 준 것도 아닌데 맛에서는 확연한 차이가 났다.

외부의 복잡했던 메뉴판도 읽기 쉽고 깔끔하게 정리했다. 주인은 식당 외부의 가림막을 걷어내도 불만을 나타내지 않았다. 자신의 식견이 부족했음을 과감하게 인정하고 솔루션(해결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그러자 변화가 일어났다. 떡볶이집 맛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손님들이 줄을 이었고 추가주문도 크게 늘었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완판도 처음으로 해냈다.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사람을 믿고 받아들인 결과였다.

반면 같은 골목의 수제돈가스집 사장은 그렇지 않았다. 좀처럼 백종원과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지 못하는 듯 보였다. 방송사 홈페이지 프로그램 예고편을 보면 먼저 맛을 잡아야한다는 지적에 여전히 자신만의 차별화된 맛을 고집했다. 잘못된 서비스 관행이나 맛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쉽게 바꾸지 않는 편이었다.

간혹 지나친 자부심이 자신만의 착각인 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도 종종 그런 경우를 보게 된다. 자부심이 아집의 또 다른 말인지 모르는 경우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의 다른 이야기에서도 제안한 해결방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의 고집을 피울 때는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냉정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가혹하다싶을 정도의 악평에도 이를 수긍하고 받아들인 떡볶이집 사장의 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뼈아픈 지적을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가짐이 매출증대라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해결책이라도 이를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달린 문제였다.

무대를 골목식당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 보자. 지금 당장 솔루션이 필요한 곳이 평택역 뒷골목 식당뿐이겠는가. 경제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 정치마저도 엉키고 있다. 그런데도 남 탓만 하고 있다.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마저도 겸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답답하게 꼬인 실타래를 풀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나부터 스스로 돌아볼 줄 알아야 해결된다는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있어서다. 오히려 고집을 자신의 소신이라고 포장시켜 억지를 부려서다.

특히 소시민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것은 얼어붙은 경제상황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진단을 내리고 있음에도 정책당국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골목식당 프로그램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문제를 짚어내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면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식당 사장들의 마음가짐 때문이다. 그래서 해결사 백종원보다 혹평을 받아들이는 그들에게서 더 많이 배우는 것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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