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막차가 종점까지 가지 않고 중도 정류장에서 승객을 전원 하차시키는 대구지역의 ‘시내버스 중간 종료’ 제도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시내버스가 ‘시민의 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3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야간활동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대중교통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지만 시내버스가 너무 일찍 끊겨 불편을 겪는 시민도 덩달아 늘고 있다. 목적지까지 가기 전 시내버스에서 내린 승객들은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야 한다.

현재 대구지역 시내버스 116개 노선 중 73%에 달하는 85개 노선이 종점까지 운행하지 않고 중도에서 운행을 종료한다. 운행 종료 시각인 오후 11시30분이 되면 특정 정류장에서 모든 승객을 하차시킨 뒤 차고지로 회차한다.

대구시는 최근 내년부터 중간 종료 노선버스 중 일부를 종점까지 연장운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주52시간 근무제 실시와 함께 버스업계와의 협의가 제대로 되지않아 개선이 어렵게 됐다.

중간 종료 방식은 1990년 공동배차제 도입과 함께 시작됐지만 2006년 준공영제 도입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시내버스가 너무 일찍 끊기는데다 종점까지 가지않는 상황이 계속되자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연장운행을 위해서는 버스기사 추가 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근무 일수가 줄어드는 기존 버스기사들의 반발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근무일수 축소가 임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회사 입장에서는 종점까지 운행하는 것보다 차고지까지 돌아가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도 중간 종료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 국내 다른 대도시에서는 더 늦은 시간까지 시내버스 운행이 이뤄지고 있다. 부산과 인천의 경우에는 오전 1시까지 버스가 다니고 대전과 세종은 0시30분에 막차가 출발해 오전 1시30분까지 운행된다.

심야 이동권도 시민 기본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생활 패턴의 변화와 함께 심야 근무 직종이 늘면서 야간 이동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를 대중교통 개선계획에 당연히 반영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심야 탑승객 수요가 적은 택시업계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타 도시의 경우에는 종점까지 어떻게 운행이 이루어지는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시민 여론 수렴절차를 거쳐 야간 이동인구가 많은 동대구역, 서문·칠성 야시장 등 일부 지역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시내버스 운행시간 연장을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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