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의미를 두지 말고 직관으로 봐주세요”

최상흠 개인전, 을갤러리
1105개의 조각 작품 선보여



‘무제(Untitled)’


10m에 달하는 전시장 벽면에 1천105개의 큐브 조각들이 걸려 있다. 각각의 조각은 붉은색과 푸른색 그리고 녹색 계열들로 이뤄져 있다. 똑같은 색은 없다. 작품들은 미세하게 다른 빛을 내 뿜는다. 최상흠 작가의 작품 ‘무제(Untitled)’다.

최상흠 작가의 개인전이 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최 작가는 작품에 대해 “문패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유년시절 집집마다 걸려있는 문패를 봤던 기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문패에 이름은 없다. 존재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작가는 “우리가 말을 붙였을 때 의미 차원에 대한 관계에 대해서 생각한다. 거기에 변형들이 있다”며 “의미를 만들지 말고 직관으로 봐라”고 강조했다. 언어는 의미차원으로 이야기하면 존재 자체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이름을 지웠다는 것이다.

작품 제목이 ‘무제’인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의 작업 방식은 독특하다. 일정한 크기로 만들어진 틀에 자신이 직접 제조하여 만든 일명 ‘인더스트리’ 물감(Industry paint)을 부어 ‘조각’을 만든다. 인더스트리 물감은 산업용 투명 레진 모르타르에 아크릴물감으로 조색한 다음 경화제를 혼합한 것이다. 마르면 또 다시 부어 말리는 과정을 중첩한다. 대개 6~8번의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완성된 작업은 옆에서 보면 그 과정이 모두 드러난다.

“수십 번 물감 붓기를 하는 과정에서 멈춰야 할 때를 선택한다. 그 순간은 노리적이 아닌 그때그때 중첩의 밀도를 보면서 결정한다. 행위를 반복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삶의 매일의 반복된 지속이며 그 연속성은 규칙적 질서로 의미화가 가능하다. 규율, 규칙은 혼란스러운 실존을 개념화하는 작업이며 의미 없는 것을 생기 있게 한다. 이런 이유에서 미술에 이 프로세스를 설정한다.”

최상흠의 작업과정은 우리의 삶을 흉내낸다. 매일 반복된 삶을 살고 있는 우리처럼 그는 반복된 행위를 통해 작품의 ‘삶’을 드러낸다. 여기서 말하는 ‘작품의 삶’은 캔버스 위에 차곡차곡 쌓인 물감들의 레이어(layer)로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가 그의 작품 피부에서 보여지는 오묘한 컬러는 바로 물감의 층들로부터 우러나온 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 작가의 ‘인터스트리-페인팅’ 2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21일까지다. 문의: 053-474-4888.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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