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는 ‘정치 초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런 그가 최근 독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상물림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졌다. 정치 입문11개월 만이다.

계기는 지난달 20일 지소미아 파기 철회,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 등을 요구하며 시작한 단식이었다. 울림이 없던 지난 9월의 ‘조국 사태’ 당시 삭발과는 결이 달랐다.

판세를 읽는 정치감각을 깨우쳤는지, 운이 좋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단식의 타이밍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정부의 지소미아 조건부 종료철회 결정이 이틀 뒤 발표됐다.

---단식투쟁 이후 ‘정치초보’ 꼬리표 떼

연이어 유재수 전 부산경제부시장 건이 터졌다. 황 대표의 단식은 유재수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미심쩍은 눈초리와 합주되면서 관심을 고조시켰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도 불거졌다.

주변에서는 단식 중 “죽기를 각오했다”는 그의 말에서 결연함이 느껴졌다고 했다. 자신을 던진다는 데서 진정성이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무에 복귀한 지난 2일에는 핵심 당직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계파색 옅은 초·재선 의원들을 전진 배치했다. 내년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무총장에는 파격적으로 초선의원을 앉혔다. 총선 공천으로 수렴되는 인적 혁신의 신호탄이 오른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 날엔 그간 대여 투쟁에 앞장서 온 나경원 원내대표를 사실상 경질했다. 절차를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나 원내대표가 승복하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황 대표의 최근 행보는 강수의 연속이다.

변화와 쇄신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필요하다면 읍참마속하겠다”고 말해 누구라도 쇄신에 걸림돌이 되면 쳐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시각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당은 새로운 사람들을 내세워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혁신은 사람을 바꾸는데서 시작된다’는 말은 정치에 최우선적으로 적용된다.

황 대표가 선택한 혁신의 방향은 옳다. 한국당의 인적 쇄신은 탄핵 사태 이후 국민 모두가 원했다. 하지만 지금의 원로·중진 의원들로는 아무리 최고위원을 바꾸고, 당직을 교체해도 ‘그나물에 그밥’이라는 평가를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은 한국당이 탄핵 사태 이후 3년 넘게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계파 안배하고, 선수(選數)를 감안해 당직을 맡기고, 또 그들을 중심으로 당을 운영해서는 절대로 지금의 옹색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다.

‘진보세력과의 투쟁에 원동력이 되는 진정성을 얻을 것인가,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낼 것인가, 대세를 망칠 것인가.’ 지금 한국당의 과제는 계파 청산에 있다. 거기서 모든 것이 판가름난다.

지난 날의 계파 정치인들은 파벌을 자신을 보호해주는 ‘우산’으로 삼아 국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계파 이익과 자신들의 정치생명 연장에만 골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친황’ 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황 대표 주변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과거 친박, 친이 등으로 불린 계파와는 본질이 다르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말이 나오는 배경을 돌아봐야 한다.

지난날 특정 계파로 불리며 탄핵사태를 초래한데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공천 과정에서 반드시 배제돼야 한다. 그래야 황 대표가 당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인적 혁신의 정당성이 생긴다.

---정말 국민 마음에 들게 물갈이 해보라

한국당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혹독하다. 보수논객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국민은 한국당을 썩은 물이 가득 차 있는 물통으로 보고있다. 썩은 물을 버리지 못하면 통 자체를 버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내년 21대 총선은 이 땅의 보수가 살아나는냐 이대로 사그라드나 하는 기로다. 이 상태로 가면 필패다. 보수의 입장에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경선이든 전략공천이든 형식이 문제가 아니다. ‘공천 학살’이라 할 정도로 엄정하게 룰을 정하고 적용해야 한다. 정말 국민 마음에 들게 한번 물갈이 해보라.

황 대표는 단식 때 보인 진정성을 심화시켜 총선 승리만 보고 가야 한다. 그것만이 보수의 살길이다. 나머지는 모두 곁가지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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