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부형
▲ 이부형
내년 경기 진짜 회복되려면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지난달 말 발표된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시간을 따지자면 2주도 채 지나지 않았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 바닥론과 재침체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고, 이를 지켜보는 가계와 기업들은 오랜 경기 부진에 위축된 심리가 더 쪼그라드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산업활동동향이 어떤 보고서이길래 말들이 많은 것일까? 통상 산업활동동향은 매월 말 발표되는데, 생산과 소비 및 투자와 같은 주요 실물경제의 지난달 실적과 함께 현재의 경기 상황과 미래의 경기 향방을 알려주는 지표들에 관한 해설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경기 상황이 어떻든 이 자료가 발표될 때마다 그 내용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정책의사결정이 균형점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우리 경제가 갖은 노력을 다함에도 불구하고 장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이 보고서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현재와 미래 경기 향방에 대한 안이한 판단은 자칫 지금보다 더 큰 경기 부진은 물론이고 비록 경기 부진에서 탈출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정책의사결정을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부정적인 판단이 앞선다면 경기 부진에서 빠르게 탈출할 수는 있겠지만, 그로부터 머지않은 시일 내에 경기 과열 현상을 불러올 만한 정책의사결정의 유혹에 빠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 며칠 사이에 일고 있는 논의를 보면 이런 우려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경기 바닥론을 논하는 전문가들은 현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알려주는 지표가 횡보하는 가운데 향후 경기 향방을 보여주는 지표는 물론 기업과 가계의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들이 소폭 개선되어 이 이상 경기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은 작다고 한다. 반면에 재침체 가능성을 논하는 전문가들은 생산과 투자가 모두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여전히 대내외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언제든 경기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우리 경제가 경기 바닥을 다지고 있든 아니든, 재침체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들과는 상관없이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논해지는 경기 바닥론이나 경기 재침체론이 기업이나 가계 처지에서 볼 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기업이나 가계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무용지물에 불과할 뿐이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투자와 생산, 고용, 소비가 순차적으로 개선되는 이른바 경제의 선순환 고리가 보이지 않는 한 경기 회복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울렸다고는 할 수 없다. 또 이러한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도록 충분한 정책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렇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의 심리 개선은 이루어질 수 없다. 경기 바닥론을 말하는 전문가들이 그 근거로 제시하는 심리 즉, 소비자심리지수와 기업경기실사지수는 최근 다소나마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수준은 매우 미미할 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추세도 여전히 하락세이다.

최근 다시 불붙고 있는 경기 논쟁도 정리되어야 할 때다. 언제나 그렇듯 경기 회복은 기업들이 느끼는 시황 변화에서부터 찾아온다. 외부환경이 어렵더라도 대내적인 투자여건이 개선된다면 기업들은 얼마든지 투자 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이고, 그만큼 고용도 늘어날 것이다. 당연히 전체 소득이 증가하면서 자동차처럼 세금 깎아서 소비를 늘리지 않아도 전체 소비는 증가할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를 통해 사상 최대 예산안이 의결됐지만 과연 얼마나 경기진작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경기 회복에 가장 큰 적은 바로 정책에 대한 민간의 불신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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