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경남 산청의 흑돼지 홍시 두루치기와 가마솥 순두부, 산청의 특산품 곶감, 대원사 계곡, 함석배 어부, 작은 천문대 등을 돌아봤다.
14일 방송되는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첩첩산중 지리산 자락 아래, 자연이 주는 소중함을 감사히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동네. 소박한 정과 따뜻한 기운이 넘치는 경상남도 산청을 찾았다.

백두대간의 끝자락이자 세 개의 도를 아우르는 어머니의 산, 지리산.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춘 지리산의 품 안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이 있다. 첩첩산중 자리 잡아 언뜻 삶이 험하고 고될 것 같지만 저마다 자연에 감사하며 욕심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동네. 지리산의 정기를 이어받아 기운찬 동네와 그 속의 사람들을 만나러 산청으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쉰세 번째 여정을 시작한다.

백두산의 정기가 흘러 태백산맥을 거쳐 지리산 천왕봉에서 결성된 뒤, 마지막으로 뻗어 응집된 자리. 산청에서도 익히 소문난 기(氣) 좋은 명당 동의보감촌이다. 이곳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바로 127톤의 거대한 기 바위인 귀감석이다. 그곳에서 바위를 품에 한가득 안고 기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마주치게 된 배우 김영철. 이곳에서 올해 수능을 본 후 아들 합격 기원을 위해 찾은 주민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주민들에게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 이곳엔 기 바위가 한 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귀감석 위에 위치한 곳으로 발길을 옮기자 석경이라는 바위가 펼쳐진다. 그 앞에서 이마를 대고 소원을 비는 사람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갔는지 이마를 댄 자리가 반질반질해졌을 정도다. 배우 김영철도 이곳에 이마를 지그시 대보며 좋은 기를 가득 품고 산청 동네 한 바퀴를 힘차게 시작한다.

동의보감촌을 벗어나 산청을 가로지르는 강을 마주하게 된다. 저 너머 지리산 천왕봉이 한눈에 보이는 돌다리를 건너 마을로 향하는 배우 김영철. 마을엔 지금 집집마다 곶감 꽃이 활짝 피어있다. 붉게 물든 곶감 타래 사이로 쨍한 겨울 햇볕이 내리쬐면 황금처럼 빛나는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예로부터 돌이 많고 물 빠짐이 좋아 감 농사가 늘 풍년이었다는 산청. 산청에선 겨울철 김장보다 감을 깎아 곶감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 불릴 정도였단다.

이곳에서 우연히 마당에서 감을 깎던 유쾌한 할머니를 마주치게 된다. 이 동네로 시집와 바느질과 곶감 농사로 6남매를 키워내고 4년 전 남편까지 보낸 후 혼자가 됐다는 할머니.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익어가는 곶감과 똑 닮은 곶감 할머니의 사연을 만나본다.

곶감 마을 옆으로 뻗은 산비탈에서 눈에 띄는 사람들을 만난다. 바로 사시사철 산에 기대어 사는 약초꾼들이다. 건장한 남자가 오르기도 험한 산길. 약초를 캐는 일은 그야말로 억척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30년 넘게 약초를 캐왔다는 한 할머니를 만난다.

철마다 어떤 약초가 나고 지는지, 땅속에 숨어있는 약초까지 줄줄 꿰고 있는 할머니는 몸이 불편한 남편 대신 산으로 나와 약초를 캐다 팔고 있단다. 아낌없이 내어주어 어머니의 산이라 불리는 지리산, 그 속에서 5남매를 번듯이 키워내기 위해 평생 약초꾼으로 살아온 할머니의 삶을 만나본다.

산 아래로 흐르는 강을 따라 걷다 보니 오래된 나무가 눈에 띄는 한 마을을 만나게 된다. 딱 봐도 두 나무가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듯한 모습. 언뜻 서로 햇볕을 가려주는 듯 배려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알고 보니, 이 마을에 300년 넘게 서 있었다는 부부 회화나무란다. 나무 아래를 지나면 이 나무의 금슬처럼 백년해로한다는 특별한 사연도 참 재미나다. 그 뒤, 나무 한가운데 난 구멍에 손을 넣으면 아기를 점지해준다는 삼신 나무까지 만나고 나니 볼수록 흥미진진해지는 동네다.

나무를 보고 돌아오는 길, 집집마다 활짝 대문을 연 한옥들도 새롭다. 담이 조금만 낮아도 불안한 세상, 이 마을은 왜 이런 걸까? 모두 100년 이상 된 한옥으로 누구든 와서 구경하라며 열린 마음으로 대문의 빗장을 모두 풀어두었단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지정된 800년 전통의 이 동네. 그 아름다운 뒤에 숨겨진 동네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며 고즈넉한 돌담길을 걸어본다.

한옥 마을을 지나 발길을 옮기던 배우 김영철 눈앞에 색색의 천들이 나풀거리는 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볼수록 고운 빛깔을 물들인 주인공은 누굴까? 안에 들어가 보니 마침 염색을 위해 광목천을 손질 중인 할머니가 반겨준다. 자연이 좋고, 약초가 좋아 산청에 20년 전 뿌리 내리고 천연 염색을 하고 있다는 할머니와 아들.

아들은 도시에서 임상병리사 일을 하다 지쳐 어머니와 함께 산청에 내려와 천연 염색을 하고 있단다. 지리산 구석구석 지천에 널린 염색 재료를 구해와 일제 강점기부터 사용했던 목욕탕 가마솥에 약초를 삶고 염색을 하는 게 천직이 됐다는 모자. 손에 새까맣게 염색물이 빠질 날이 없는데도 산청에서 새로운 삶을 찾고 행복을 누리게 됐다는 모자의 이야기를 만난다.

염색 모자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한 식당을 마주치게 된다. 누가 이렇게 외진 곳에 식당을 하게 된 걸까? 호기심이 발동한다. 안에 들어가 보니 가마솥에 펄펄 순두부를 끓이고 있는 주인장들이 보인다. 손발을 착착 맞춰 장작을 넣고, 순두부를 젓는 모습부터 똑 닮은 외모까지 두 명이 영락없는 자매다.

15년 전 도시 생활에 지쳐 사찰로 들어간 동생. 그곳에서 암을 앓게 된 동생은 언니와 함께 자연식을 배워 암을 치유하고 산청에 내려와 둥지를 틀었단다. 그 이후 많은 사람에게 좋은 재료로 순한 음식을 팔기로 결심한 자매. 단맛은 되도록 산청에 지천인 홍시로 내고, 직접 텃밭에서 기른 재료를 90% 이상 사용하면서 내 식구가 먹는 음식처럼 모든 메뉴를 만들고 있단다. 그중 가장 인기 메뉴는 홍시를 통째로 넣어 만든 산청 흑돼지 홍시 두루치기와 오랜 시간 정성을 쏟아 만든 가마솥 순두부란다. 산청 자매가 차리는 건강한 자연 밥상을 만나본다.

자연 밥상으로 허기를 채우고 다시 힘차게 산청 구경에 나선 배우 김영철. 산길을 오르다 보니 겨울 늦단풍이 아직 찬란하다. 그 아래로 지리산 천왕봉에서부터 굽이굽이 뻗어 내려와 흐르는 물길인 대원사 계곡은 한겨울에도 청량하기 그지없다.

눈길, 발길 닿는 곳곳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대원사 계곡의 비경. 특히, 이곳엔 옛 선조들의 오랜 지혜가 담긴 천연 냉장고가 숨어있단다. 과연 어떤 것일까? 첩첩산중 볼수록 새로운 산청 기행을 이어간다.

대원사 계곡을 내려와 산길을 걷던 중, 별난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저 멀리 돌담 위로 난 연통에서 김이 폴폴 나오고 있던 것. 궁금한 마음에 들어가 보니, 참숯을 굽는 가마터란다. 20년 전 사업에 실패 후, 붕어빵 장사부터 채소 장사까지 안 해본 일 없이 산전수전을 겪어 왔다는 70대 사장님. 고향 산청 땅에 마지막이란 마음으로 찾아와 몇 날 며칠 밤을 새워가며 직접 숯가마를 짓고 지금의 숯을 굽게 됐단다.

한겨울 강추위에도 땀이 흥건할 정도로 고된 일. 하지만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는 사장님이다. 옆에선 숯을 굽고 남은 열로 동네 사람들이 찜질을 하고 있다. 잠시 추위에 언 몸도 덥히고, 숯을 빼는 날 부부가 회식 겸 동네 사람들과 즐기는 별미 삽구이 삼겹살도 한 점하며 산골 산청의 정을 느껴본다.

산청을 가로지르며 유유히 흐르는 경호강을 바라보던 배우 김영철. 그때, 저 멀리에서 작은 배 하나에 의지해 대나무 삿대로 노를 저어가며 그물을 걷는 한 어부를 발견한다. 궁금한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가 보니 배의 모양이 더욱 신기하다. 한 명 이상은 오를 수 없는 비좁은 배 안. 오래된 나무로 직접 만들었다는 이 배의 이름은 함석배란다. 산청 경호강에서 그 옛날부터 어부들이 사용했던 배다.

17살 때부터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와 큰형을 대신해 집안의 가장 일을 도맡아 왔다는 어부. 일이 서툴러 한겨울 얼음장 같은 강에 빠져 온몸에 살얼음이 얼기도 일쑤였단다. 하지만 이 강 덕에 평생을 먹고살 수 있었다는 그. 아낌없이 주는 강과 욕심 없이 강이 주는 선물에 감사하며 사는 어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신정미 기자 jmshi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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