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구미산단…정부, 회생대책 내놔라

발행일 2019-12-15 14:48:4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올해로 조성 50주년을 맞은 구미 국가산업단지가 날개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969년 첫삽을 뜬 구미산단은 그간 국내 최대 생산 수출기지로 입지를 굳혀왔다. 그러나 몇년 전부터 삼성, LG 등 주력 대기업의 생산라인 철수가 어어지면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협력 중소기업의 철수가 뒤를 잇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불황이 본격화됐다.

최근에는 다른 대기업들의 이탈설이 나돌아 지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산단 곳곳에 공장 매매나 임대를 희망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출입문이 닫힌 공장도 적지않다. 텅빈 채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사원아파트도 눈에 띈다. 공단주변 원룸도 빈집이 많다. 불황의 전형적 모습이다.

구미산단의 금년 수출실적(11월 말 기준)은 213억1천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0억3천300만 달러에 비해 무려 11%나 감소했다. 올연말까지 총 수출액은 230억 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4년 (274억 달러)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산단 전체 수출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전자·광학 제품의 부진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불황은 공장 가동률에서도 나타난다. 구미산단 평균 공장 가동률(9월 기준)은 70.4%에 그친다. 3년 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13.5%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50인 미만 영세업체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가동률이 33.5%에 불과하다. 3년 전 77.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출 부진의 직격탄이 불황에 견딜 여력이 부족한 영세업체를 먼저 덮친 것이다.

산단 전체 근로자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7년 9만2천 명에서 지난해 8만8천 명으로 감소했다. 올해도 3천 명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의 불황이 구미지역에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구미가 대구·경북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표적 산업단지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향후 구미의 불황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LG화학이 양극재 생산 공장을 짓는 구미형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큰 진척이 없는 상태인데다 한계가 있어 근본 대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구미산단 불황 탈출을 위해서는 출자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공장 분양가 인하, 임대산업 용지 공급 등 맞춤형 지원책이 절실하다.

이에 더해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각종 산업의 수도권 집중을 막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이를 정책에 연결시켜 나가는 추진력이다. 그렇지 않으면 비수도권 산단의 몰락은 시간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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