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하는 세상 (49) 알고 쓰시나요 ‘한글의 과학’

발행일 2019-12-22 18: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알고 쓰시나요 ‘한글의 과학’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공표할 당시 훈민정음의 원리를 요약하고 설명한 책이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집현전과 한글 창제는 무관하다는 학설도 있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세종은 집현전 학자들과 한글에 관한 공유를 시도해본 적 없었고 학자들도 한글에 관해 우려를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의 한글 창제는 수양대군과 문종, 안평대군 등 숨은 공로자들이 많았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한글 창제를 위한 연구를 거듭 중이던 그 시기에 세종은 중풍과 이로 인한 합병증, 언어장애라는 얄궂기만 한 풍파를 아울러 맞게 된다.
한글은 ‘이중적 잣대’를 함의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쉬우면서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영어의 ‘Yellow’, ‘노랗다’라는 의미인데, 영문으로는 옐로우로 통칭되던 것이 한글로 넘어오는 순간 수가지 의미가 혼재된 개별의 느낌을 탑재한다.

노랗다 에서부터 누렇다, 샛노랗다, 누리끼리하다, 누르스름하다, 황토빛이 난다 등 노란 건 분명 하나인데 어감은 모두 다르다. 심지어 노랗다의 의미를 사물 또는 생물과도 접목시킨다.

금빛, 황소, 바나나색 등 여타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 못 될 신묘한 의미가 한글에서 만큼은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

‘존칭’도 존재한다. 물론 영어에서도 ‘어미’ 또는 ‘어구’ 변형에 따라 일정 부분 존대의 의미를 갖는다지만 그건 어법상 해석일 뿐, ‘존대의 말’ 자체가 독립 어구인 경우는 한글이 유일하다. 존칭에만 그치면 다행이다. ‘극존칭’ 이란 것도 아울러 존재한다.

영어에서의 어법은 명료하다. 물론 한글도 ‘국립국어원 표준 표기법’이 분명 존재하지만 신기하게도 시에서만 적용되는 ‘오타’ 아닌 오타가 있다.

바로 ‘시적 허용’이라는 암묵적 약속. ‘시 특유의 운율(리듬)에 반하지 말라’ 는 의미에서 문법 상 오류라도 눈감아 줄 여유(?)가 한글에는 있다. 대표적으로 조지훈 시인의 ‘승무’에 나타난 ‘나빌 레라’가 그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글은 어렵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한국은 문맹률 1% 미만인 유일의 나라다. 당연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수위다. 여기에는 대한민국 특유의 학구열이 한몫하겠지만, 그보다 어렵되 다채로운 표현기법을 지닌 한글의 과학성이 여실하다는 방증이다.

한글은 앞선 연재에서 거의 단독수준으로 다룬바 있는 ‘태양’과도 가히 비견될 수준이다. 너무 가까이 있어 되레 소중함을 망각하는, 그렇기에 귀중해 마지않은 존재, 한글은 ‘과학’이자 ‘미학’이며, 표현은 깊고 심오하되 진입 문턱은 낮은 ‘대중성’을 지닌다.

매년 돌아오는 10월9일이 공휴일로 재지정된 사실은 단순 휴식의 차원을 차치하고라도 ‘한글의 한글다운 고찰’을 1년 중 단 하루라도 영위할 수 있다는 데서 꽤나 고무적이다. 중간에 어쩔 수 없는 표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최소한 이번 연재는 주제가 주제인 만큼 최대한 영문 표기를 배제해보고자 한다. 더불어 노력하고 아울러 공감해주길 바란다.

여기서 하나 더, 한글날이 10월9일로 지정된 연유도 이 기회에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이는 1940년 여름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견된 ‘훈민정음해례본’으로부터 기인하는데 이 책의 시작 부분에 표기된 집필날짜가 (음력)9월 상순으로 표시된 것으로 말미암아 이를 양력으로 환산한 10월9일이 오늘날의 한글날로 지정됐다.

◆한글 창제 과정

한글의 바탕은 ‘애민’이다. 조선시대 문맹률은 약 90%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양반 계층을 제외하고,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서민 대부분은 글을 깨우치지 못한 셈이다. 한자로 표기된 공문서를 파악하지 못해 하릴없는 불의를 당해야만 했던 대중을 세종대왕은 연민했다.

그렇다면 한글 창제에 관여한 기관, 혹은 더 깊이 들어가 개별의 참여 인재는 누가 있을까. 우선 전제돼야 할 사항, 통상 우리가 알고 있는 ‘집현전’과 한글 창제는 무관하다는 것이 과거 학설로부터 이어져 온 정설이다.

한글 창제는 1443년 말경으로 알려진다. 이 시점에 이르기까지 집현전 학자 어느 누구할 것 없이 (한글 창제에 관한) 그 어떠한 신호도 감지 못했다는 것엔 일정 부분 논란이 있다. 하지만 한글 창제 후 집현전 학자 최만리가 올린 상소문으로 말미암아 집현전과 한글은 어느 정도의 괴리가 있었음이 드러난다.

당시 상소문의 요지는 한글 반포에 관한 문무백관의 의사결정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일종의 유예기간을 두자는 것이었다.

이를 비춰볼 때 세종대왕은 집현전 학자 누구와도 한글에 관한 공유를 시도해본 적 없으며 학자들 역시 한글에 관한 전방위적 우려를 표시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세종실록’에 근거한다.

그렇다면 세종대왕 단독으로 한글이라는 실로 엄청난 업적을 이끌어냈을까. 이는 한글 창제 당시 병약해 마지않았던 세종의 건강상태가 어느 정도 답을 내린다.

실록에서의 세종은 소위 가질 수 있는 모든 병을 다 지니고 있었다. 만성의 당뇨병을 시작으로 등과 다리, 어깨 통증을 달고 살았음이 전해진다. 실제 세종은 문무 중 문에서 만큼은 탁월한 재능을 발현했던 반면 무의 범주는 도외시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한글 창제를 위한 가열 찬 연구를 거듭 중이던 그 시기, 수불석권의 세종은 중풍과 이로 인한 합병증,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언어장애라는 얄궂기만 한 풍파를 아울러 맞게 된다.

여기서 비춰볼 때 한글 창제가 학자들과의 공조가 아닌, 그렇다고 세종 개인의 업적 또한 아니라고 한다면 이는 필시 드러나지 않은 조력자가 존재할 터.

수양대군과 문종, 안평대군, 그리고 정의공주가 (한글 창제의) 숨은 공로자로 보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수양대군은 ‘직전법’을 공표한 조선의 제7대 왕 ‘세조’이며 문종은 세종의 장남이자 5대 왕, 그리고 안평대군은 세종의 셋째아들로 둘째 형인 세조에게 죽임을 당하는 인물이다.

특히 안평대군은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세 사람 모두 세종의 직계인 셈이다.

마지막 남은 인물, 세종의 둘째 딸로 알려진 정의공주는 불교에 심취했으며 역산에 강했던 인물로 알려진다.

여기서 말하는 역산이란 사전적 의미로 ‘역법에 의거한 계산법’으로 정의되는데 역법은 천체의 주기적 운동을 관찰, 이로 말미암아 예측해가는 법칙을 뜻한다.

다시 말해 ‘별자리’를 통한 ‘천문학’에 능통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한글 창제는 세종과 그의 가족들이 흘린 피·땀·눈물의 결집체라고 봄이 올바른 해석이다.

이를 통해 한글의 기본이 되는 닿소리 17자와 홀소리 11자가 탄생하기에 이른다. 닿소리는 ‘자음’, 홀소리는 ‘모음’을 뜻한다.

세종은 이렇게 창조한 한글을 ‘훈민정음’으로 공표한다. 훈민정음의 뜻은 ‘백성을 가르치는 옳은 소리’로, 훈민정음의 원리를 요약·설명한 책이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국보 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지정돼 있다. 광화문 광장에서 세종대왕을 만나본 적 있는가. 그곳 세종대왕이 들고 있는 책이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한글에 담긴 과학적 원리

한글의 과학성과 독창성은 실로 과할 정도다. 오죽했음 ‘반포일’이 있는 유일의 언어일까. 한글의 과학적 근거를 모두 열거하기엔 지면이 모자랄 정도니 가장 기본이 될 ‘자·모음의 신비한 속성’ 정도만 살짝 훑으며 파헤쳐보자.

자음에도 기본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의외로 많은 독자들이 쉬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바로 ‘ㄱ·ㄴ·ㅁ·ㅅ·ㅇ’이다.

이 다섯 자음으로 말미암아 19개에 이르는 모든 자음이 완성된다. 예를 들어 ‘ㅇ’에서 두 획을 추가해 ‘ㅎ’이 되고 ‘ㅅ’을 하나 더 붙여 거센소리 ‘ㅆ’이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모든 자음의 동기가 사람이 소리를 내기 위해 사용하는 ‘음성기관’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자음의 정의부터가 ‘목 안이나 입안에서 영향을 받고 나오는 소리’이니 더 이상의 긴 설명은 필요 없을 듯하다. ‘입안 구석구석을 닿은 후’ 나오는 소리, ㄱ·ㄴ·ㅁ·ㅅ·ㅇ을 각자 소리 내 한번 읽어보자.

모음은 더하면 더했지 덜 할 리 없다. 모음은 자음과 달리 어디에 닿지 않고 오롯이 진동의 영향으로 발현된다. 학창시절에 배운 ‘울림소리’가 바로 모음이다. 그런데 단모음 10개, 이중 모음 11개, 총 21개에 이르는 모음이 단 3개의 단순해마지 않은 기호로 완벽 정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오늘만은 놓치지 말자.

반드시 잡아야 할 세 가지 기호, ‘·, ㅡ, ㅣ’ 만으로도 모음체계는 충분하다.

하지만 이 간단해 보이는 기호가 단순 기호로의 역할에만 국한될까. 세종은 여기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바로 ‘천·지·인’, ‘하늘’과 ‘땅’, 그리고 하늘을 우러르고 땅에 겸손한 ‘인간’을 품는다.

국어학자인 주시경 선생은 한글을 일컬어 “당신과 나를 이어주는 무지개”라고 극찬하며 “나라의 흥망성쇠는 한글을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달렸다”라고 설파했다. 이번 연재의 마지막은 우리 국민 대부분이 그간 모르고 흘려 보내왔던 ‘한글날 노래’ 구절로 갈음하고자 한다.

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 긴 역사 오랜 전통 지녀온 겨레, 거룩한 세종대왕 한글 펴시니, 새 세상 밝혀주는 해가 돋았네, 한글은 우리 자랑 문화의 터전,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볼수록 아름다운 스물 넉자는, 그 속에 모든 이치 갖추어 있고, 누구나 쉬 배우며 쓰기 편하니, 세계의 글자 중에 으뜸이도다, 한글은 우리 자랑 민주의 근본,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한겨레 한맘으로 한데 뭉치어, 힘차게 일어나는 건설의 일꾼, 바른길 환한 길로 달려나가자, 희망이 앞에 있다 한글 나라에, 한글은 우리 자랑 생활의 무기,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글·사진 군월드 IT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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