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대구시인협회상 박미란 시인 선정

발행일 2019-12-17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첫 시집 이후 정진의 모습 뚜렷 평가

시인 박미란
제29회 대구시인협회상 수상자로 박미란 시인이 선정됐다.

대구시인협회는 매년 회원 중 한명의 시인(시집)을 선정해 시인협회상을 수여하고 있다. 시인협회는 올해 출간된 회원들의 시집 30여 권 중 심사를 통해 박미란 시인의 ‘누가 입을 데리고 갔다’를 수상 시집으로 선정했다.

‘누가 입을 데리고 갔나’는 말을 극도로 절제하고 통어하면서 그런 상태를 오래 유지하거나 얼려서 갈무리하다가 조금씩 녹여 풀어낸 말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시인은 이런 정황을 “누가(외부 상황이) 입을 데리고 갔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 말을 유의해서 들여다보면, ‘나’와 ‘누군가’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나=타자’라는 사실도 은밀하게 암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박 시인의 시는 내면에 쌓인 갈등과 불안, 아픔과 슬픔, 안타까움과 망설임 등이 '마음의 얼음덩어리'처럼 응고돼 있다가 풀어나오면서 발화되고, 그 발화에 의해 빚어지는 결정체들로 보인다.

이 같은 사실은 등단(1995,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한 지 스무 해에 이르러 첫 시집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2014, 시인동네)를 내고, 다시 다섯 해 만에 두번째 시집을 낸 점으로도 미뤄 짐작해 보게 한다.

심사위원들은 “첫 시집 이후 그 인터벌이 반의반으로 줄어들었으며, 정진의 모습이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미란은 주로 삶의 비애와 그 그늘들을 단아하고 정결한 서정적 언어로 그리면서 그 슬픔과 아픔들을 따뜻하게 끌어안는 정서를 담담하게 떠올리던 첫 시집에 비해 올해 나온 두 번째 시집은 그 깊이와 높이가 크게 달라져 있다”고 덧붙였다.

박 시인은 “부족한 상태에서 등단을 하고 시가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단할 때는 겁없이 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등단을 하고나니 시가 무엇인가, 어떻게 써야하나 등에 대해서 고민이 많이 들었다”며 “그래서 첫번째 시집을 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거 같다. 두번째 시집을 내고 나니 이제는 완벽보다는 살아가는 과정이고 시인으로 가아할 길이구라 생각하니깐 좀 더 편해졌다”고 했다.

이어 “첫번째 시집은 생활적인 것을 풀어내려고 했다면 두번째 시집은 언어를 중심으로 말을 아까고 절제하는 쪽으로 갔다”며 “스스로는 2집에 대해서 언어의 속살을 잘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세번째 시집은 지금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박 시인은 강원도 태백 황지에서 태어나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누가 입을 데리고 갔다’가 있다.

시상식은 18일 오후 7시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리는 ‘2019 대구시인협회 송년문학제’에서 진행된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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