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약한 혈관… 눈 응급질환 망막혈관폐쇄증 주의

발행일 2019-12-18 15: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나이 관계없이 망막정밀검사 필수

통증 없이 갑작스러운 시력장애…발병 후 빠른 치료만이 실명막아



망막동맥폐쇄(왼쪽)와 망막정맥폐쇄(오른쪽) 모습.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우리 몸이 찬 공기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 심혈관 질환이나 뇌출혈이 올 가능성이 크다.

우리 눈의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망막도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혈관을 통해 영양과 산소를 공급받는다.

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돼 출혈이 발생하고 원활한 혈액의 순환이 안 되면 망막이 손상되고 급격히 시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망막혈관폐쇄라고 한다.

혈액 순환 장애 때문에 발생하는 뇌졸중(중풍)과 유사해 ‘눈 중풍’이라고도 한다.

망막혈관폐쇄는 주로 고혈압이나 동맥 경화, 당뇨병, 혈액질환 등 전신질환에 의해 혈관 내에 침착해 있던 찌꺼기가 떨어져 혈관을 막아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증 없이 갑작스러운 시력 장애가 생기며 유리체 출혈이 동반돼 눈앞에 어른거리는 물체가 보이는 경우도 있다.

망막혈관폐쇄 입원 외래 별 환자수 추이(자료제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망막혈관폐쇄 환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망막혈관폐쇄 입원 외래 별 환자 수는 2014년 5만471명에서 2018년 6만3천920명으로 최근 4년간 약 27% 증가했다.

2018년 분기별 망막혈관폐쇄 환자는 4분기가 25.9%(4만9천236명)로 일교차가 커지며 날이 추워지는 10월부터 12월 사이에 환자가 가장 많았다.

연령대로는 60대가 30%(1만9천563명)로 가장 많았고, 70대 29%(1만9천428명), 50대 20%(1만3천56명)순이었다.

주로 노화가 시작되거나 전신질환이 있는 50대 이상에서 망막혈관폐쇄가 발생 하지만 젊은 층도 안심할 수 없다.

대한안과학회지의 ‘젊은 연령에서 발생한 중심망막정맥폐쇄의 임상양상’에서 중심망막정맥폐쇄로 진단받은 환자 393명 중 50세 이하 환자 27명(6.9%)의 과거력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고혈압 8명 (29.6%), 심근경색 및 뇌졸중 4명 (14.8%), 당뇨3 명(11.1%)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신질환이나 과거력이 없는 환자 17명 중 8명에서 고콜레스테롤혈증 및 다른 혈액학적 이상소견이 관찰됐다.

이처럼 평소 고혈압과 당뇨 등 전신질환이 있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망막혈관폐쇄가 발생할 위험이 있으므로 정기적인 망막정밀검사를 통해 눈 건강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망막은 산소가 든 혈액을 망막에 전달하는 ‘망막중심동맥’과, 망막에서 사용된 혈액을 심장으로 되가져가는 ‘망막중심정맥’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두 혈관에서 나뭇가지처럼 갈라져 나간 혈관인 분지동맥과 분지정맥이 있다.

이중 가장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응급질환은 망막의 중심 동맥이 막힌 ‘망막동맥폐쇄’이다.

망막동맥이 폐쇄돼 혈액 공급이 막히면 별다른 통증은 없이 시야에 먹구름이 낀 것 같은 급격한 시력 저하가 일어난다.

바로 눈앞의 손가락을 구별하지 못하기도 하고 일시적으로 눈앞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망막동맥폐쇄의 경우 24시간 내에 망막의 혈류를 복구하지 않으면 시력 회복이 힘들다.

환자가 병원에 이송되면 우선 안압을 급격히 낮추고 혈관 폐쇄 원인을 찾아 혈류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망막 중심정맥이 막혀서 나타나는 ‘망막정맥폐쇄’는 보통 한 쪽 눈에서만 발생한다.

망막정맥이 막히면 망막의 중심인 황반에 부종이 발생해 시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망막정맥폐쇄를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망막에 혈액이 원활히 공급되지 않으면 신생혈관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레이저 범안저광응고술이 시행된다.

망막혈관폐쇄는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 대사성질환을 가진 사람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평소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눈에 좋은 루테인과 제아잔틴 성분이 들어 있는 시금치, 케일, 순무 등 짙은 녹색 채소와 함께 베타카로틴을 함유한 토마토, 당근, 쑥갓 등 녹황색 채소, 해조류를 많이 섭취하는 것도 좋다.

스트레스나 음주, 흡연은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삼가야 한다.

누네안과병원 문다루치 원장은 “망막혈관폐쇄증은 발병 후 최대한 빨리 치료받아야 망막 손상이 적고, 치료 후 회복 속도도 빠르다. 조기발견이 향후 시력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고혈압, 당뇨 등 전신질환이 있다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망막정밀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라고 강조했다.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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