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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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바란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오는 12월24일에는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제8차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으로 이에 대한 기대는 여느 때보다 크다. 무엇보다 그동안 난항을 겪던 미·중 간 1차 무역협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3국 간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의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취소와 중국의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미국 제품 수입 확대 결정으로 1단계 합의에 이르렀다는 발표가 있은지 보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개최된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쏟던 에너지를 이번 3국 간 정상회의에 오롯이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은 한참 동안 소원했던 3국 간 관계의 복원 계기로 삼기에 안성맞춤이다. 한국은 북한을 둘러싼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때에 맞춰 열린다는 점에서 경제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위한 안보적인 차원에서의 협력 강화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회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의가 별 성과없이 끝날 수도 있다. 이는 최근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까지 간 한·일 관계는 물론이고 여전히 동북아 맹주 자리를 다투는 중·일 관계, 사드사태의 앙금이 남아 있는 한·중 관계 등을 고려해보면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일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있었던 한·중·일 정상회의의 경과를 살펴보면 우려는 더 커진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1999년 아세안+3 정상회의를 계기로 비공식적으로 개최된 후 2008년부터 독립회의체제로 운영되어왔다. 하지만 2012년 이후 한·일은 독도문제와 과거사 문제, 중·일은 센카쿠열도(尖閣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 釣魚島)문제, 한·중은 사드문제와 같은 정치·외교·군사적 갈등으로 단 두 차례만 열렸다. 그 결과 2015년에는 동북아 평화협력과 경제교역협력에 대한 공동선언이 있었고, 2018년에는 ‘2018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특별성명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3국 간에 흐르는 기조는 협력보다는 대결 양상이 더 컸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이번을 계기로 딱 2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우리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는 지난 20년간 이뤄진 3국 협력의 성과를 검토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는 최근 한반도 정세를 평가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3국간 협력방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정작 향후 어떤 구체적인 아젠다를 가지고 만날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3국 간 경제 협력만 하더라도 큰 과제들이 놓여 있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갈지 궁금한 데 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 바로 한·중·일 FTA에 관한 것이다. 한·중·일 FTA는 지난 2013년부터 16차례나 열렸지만, 세간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회의만 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군다나 얼마 전에는 아세안과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하는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 타결되어, 한·중·일 FTA 협상이 갖는 의미가 희석되고 있기도 하다. 아니, 오히려 이제는 RCEP의 추후경과를 한·중·일 FTA에 반영해야 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한류를 금지하는 한한령의 해제 여부는 물론 한중 FTA 후속협상의 향방도 우리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관심사다. 이번 만남에서 큰 틀에서의 정상 간 합의를 통해 조만간 중국의 서비스시장 개방을 끌어냈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한·일 간도 마찬가지다. 과거사 문제를 계기로 발생한 양국 간 경제갈등을 이번 정상 간 만남이 끝내주길 바라는 것이다. 더 큰 바람이 있다면 우리 기업들이 일본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일본 내 무역장벽을 서로 찾아 해소해 나가는 것이 될 수 있다.

이제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이번 회의를 준비하는 우리 정부도 이미 이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고, 많이 준비했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회담이 말 잔치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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