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제 잔혹사…백화점·호텔 자리에 아파트

발행일 2019-12-18 16:25:2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 경제가 하염없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반전 기미는 좀체 보이지 않는다. 백화점과 호텔, 은행 등은 한때 지역을 떠받치던 산업의 주역들이다. 이런 기업이 폐업, 건물이 철거되고 이 자리는 주상복합아파트 등이 대신한다. 산업대신 주거공간만 늘어나는 기형적인 지역 산업 구조가 되고 있다.

옛 동아백화점(현 동아아울렛 본점) 본점이 운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문 닫는다. 개점 47년 만이다.

외지 업체에 매각된 이후 지속된 상권 쇠락으로 폐점 수순을 받게 된 것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동아아울렛 본점을 내년 2월 말까지 운영하고 3월부터는 폐점한다고 밝혔다. 이곳에는 공공지원 민간 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아백화점은 대구 화성산업 계열사로 1972년 9월 대구 중구 동문동 동성로 북편에 문을 연 후 향토 백화점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이후 화성산업이 2010년 4월 백화점 부문을 이랜드그룹에 매각, 이랜드그룹 계열사로 운영 중이었다.

하지만 동아아울렛은 입점 업체 상당수가 이미 수년 전부터 적자가 누적돼 철수하기 시작, 현재 90여 곳만 남아 있는 등 백화점 기능을 잃어가고 있었다.

한때 대구를 대표했던 프린스 호텔도 철거 중이다. 대구 남구 명덕로에서 지난 1984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프린스호텔은 현재 (주)이랜드건설에서 공공지원 민간 임대주택을 건립하기 위해 철거 중이다. 이곳에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준공 예정은 2021년 12월이다.

프린스호텔은 1984년 (주)남영으로 출발, 1991년 특 2등급 호텔 자격을 얻는 등 지역 대표 호텔로 자리 잡았다. IMF(국제통화기금) 이후 경영난에 직면, 2013년 이랜드그룹에 넘어갔다.

한때 대구의 랜드마크였던 수성구 중동 대구 파이낸스센터(옛 대동 타워)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이곳에는 2022년까지 지하 4층, 지상 29층 2개 동의 주상 복합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이다. 대동 타워는 1995년 준공한 옛 대동 은행 본점 사옥이다. 1998년 IMF 때 부도가 나면서 국민은행과 통폐합됐다. 이후 한국자산관리공사와 부동산 회사 등 몇 차례 손을 거쳐 마침내 뜯겨 나가게 된 것이다.

이들 기업들의 폐업은 지역 경제의 현실을 대변한다. 장기 경기 침체 등 구조적인 문제와 급변하는 시장 상황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때문이다. 대구시는 경영난에 빠진 기업에 대해 업종 전환을 유도하거나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한다. 지역에서 비중이 큰 대형 사업장이 문 닫은 후 주상 복합아파트로 바뀌는 사례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곤란하다. 다음 순번은 어떤 것이 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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