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쪽의 관문…강원도, 경북 북부로 향하는 길목||한양으로 향하던 역원 설치돼…독자적인

▲ 현재 대구 북구 칠곡 나들목 일원의 모습. 칠곡 나들목은 부산~춘천을 잇는 중앙고속도로의 15번 교차로이며, 대구 북쪽의 관문이다.
▲ 현재 대구 북구 칠곡 나들목 일원의 모습. 칠곡 나들목은 부산~춘천을 잇는 중앙고속도로의 15번 교차로이며, 대구 북쪽의 관문이다.


‘4호 광장’은 대구 북구 관음동의 칠곡 나들목 일원이다.

‘3호 광장’인 서대구 나들목이 대구 서쪽의 관문이라면 4호 광장은 북쪽의 관문으로 통한다.

‘대구 칠곡’은 정식 행정적 용어로는 사용되지 않지만, 북구의 금호강 이북 지역 중 무태조야동을 제외한 구역을 의미하는 관습 지명이다.

칠곡지역은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으로서 대구의 다른 지역과 지형적으로 명확히 구분된다.

남쪽과 북쪽 입구가 좁게 열려 있으며, 남쪽으로는 금호강이 흘러 대구의 타 지역과 단절돼 있다.

이 같은 지역적 특성으로 천연의 요새가 형성돼 6·25전쟁 당시 이 일대가 우리나라의 최후의 방어선이 구축되는 등 역사적 전투의 현장이기도 했다.

칠곡지역은 대구에서도 다른 지역과 구분된 독자적인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 조선시대 칠곡 관아의 모습. 팔거역사문화연구회에 따르면 15세기 조선시대 칠곡지역은 칠곡도호부가 설치돼 있는 등 지역 행정의 중심지였다.
▲ 조선시대 칠곡 관아의 모습. 팔거역사문화연구회에 따르면 15세기 조선시대 칠곡지역은 칠곡도호부가 설치돼 있는 등 지역 행정의 중심지였다.




◆경상감영이 있었던 지역 행정 중심지

팔거역사문화연구회에 따르면 ‘칠곡’이란 이름은 가산에서 유래됐다.

가산은 ‘칠봉산’으로도 불렸는데 산꼭대기는 나지막한 7개의 봉우리로 둘러싸여 있고 골짜기가 사방 7개로 형성돼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칠곡지역의 옛 이름은 신라시대에는 ‘팔거리현’으로 불렸다.

신라 경덕왕이 군현제도를 실시할 때는 수창군 소속 4개현의 하나로 ‘팔리현’이라고도 했다.

이 지역에서 발견된 구암동고분군은 팔거리 집단의 수장무덤으로 5~6세기 때부터 이 지역에 상당한 정치체제가 형성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칠곡이라는 이름이 역사서에 처음 등장한 것은 11세기 ‘고려사’에서 비롯된다.

고려시대 당시 불렸던 ‘팔거현’의 별호로 칠곡이라고 불렸다는 기록이 있다.

1593년 임진왜란 와중에 경상감영이 이 지역에 3년 간 설치되기도 했다.

1640년 팔거현이 칠곡도호부로 승격되고 이후 1895년 전국이 23부제로 개편되며 칠곡은 대구부 관할이 됐다.

다음해인 1896년에는 대구부에서 분리돼 경북도에 편입됐다.

1980년 칠곡면이 칠곡읍으로, 1981년 대구시가 직할시로 각각 승격하며 칠곡읍이 대구 북구에 속하게 됐다.

현재까지도 이 일대를 경북 칠곡군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1981년 7월1일 이전까지 이곳은 칠곡군이 맞았다.

특히 ‘칠곡’이란 명칭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 칠곡군의 중심지였다는 것.



칠곡지역이 대구로 편입된 이후 한동안 ‘칠곡’이란 이름이 정식 행정구역 명으로 남아있었지만, 1990년대 후반에 법정동 명과 동일하게 행정동 명이 변경되며 이 지역의 칠곡 지명은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과거 칠곡읍이었던 역사를 반영해 이 지역을 일컫는 관습적 지명으로 아직까지 남아있다.





▲ 1960년대 후반 경부고속도로 칠곡지역 지천철도육교 건설 모습. 동그랗게 표시된 부분이 현재 칠곡 나들목이다.
▲ 1960년대 후반 경부고속도로 칠곡지역 지천철도육교 건설 모습. 동그랗게 표시된 부분이 현재 칠곡 나들목이다.


◆경북 칠곡과는 달라…강원도로 가는 길목



칠곡 나들목은 대구시 북구 관음동 일원에 조성됐다.

중앙고속도로는 부산에서 춘천을 잇는 대한민국의 내륙 중심을 지나며 남북으로 잇는 도로다.

1989년 춘천 나들목~금호 분기점 구간이 최초로 계획됐으며, 이후 1994년 대구~칠곡(6.1㎞) 구간이 개통함으로 칠곡 나들목이 세워졌다.

칠곡 나들목의 이름은 설치 당시 해당 지역이 대구직할시 칠곡1동이었기 때문이다.

2003년 대구시의 행정 구역에서 ‘칠곡’이라는 명칭이 사라짐에 따라 경북 칠곡군과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관음 나들목’으로 명칭을 변경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경북 칠곡군과는 별개로 이 지역의 고유지명이 ‘칠곡’이기 때문에 명칭 변경이 불필요하다는 지역민의 반대 여론이 많아 칠곡 나들목이라는 명칭이 유지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명칭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2003년에 대구 북구는 명칭을 변경할 경우 ‘강북 나들목’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 1960년대 현 칠곡 나들목 인근의 모습. 동그랗게 표시된 부분이 현 칠곡 나들목이 위치한 곳이다. 당시 칠곡지역은 팔거천이 중앙을 흐르는 가운데 논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곳곳에 자연부락들이 형성됐다.
▲ 1960년대 현 칠곡 나들목 인근의 모습. 동그랗게 표시된 부분이 현 칠곡 나들목이 위치한 곳이다. 당시 칠곡지역은 팔거천이 중앙을 흐르는 가운데 논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곳곳에 자연부락들이 형성됐다.


칠곡 나들목이 있는 중앙고속도로는 대구에서 강원도·경북 북부지역으로 가는 길목이다.

과거 칠곡 나들목 일원은 ‘고평역’이라는 역원이 설치돼 있었다.

역원은 조선 시대 역로(驛路)에 만들고 국가가 경영하던 여관의 하나다.

고평역은 지방에서 한양으로 향하던 파발마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었다.

칠곡지역 남쪽으로는 금호강을 기점으로 대구 금호강 남쪽 지역과 분리돼 예전에는 팔달교를 통하지 않으면 대구 시내로 나갈 수 없었다.

팔달교 남쪽에는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 및 북부정류장과 대구지역의 주요 공단들이 밀집돼 지금도 출퇴근 시간의 팔달교~만평네거리~평리네거리는 대구에서 가장 교통이 혼잡한 곳이기도 하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도 이 지역을 관통하고 있으며, 해당 노선의 상행선 종점인 칠곡경대병원역이 있다.



▲ 팔거역사연구회 배석운 회장. 배 회장은 대구 칠곡의 역사와 문화 발굴을 통해 칠곡의 정체성과 미래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 팔거역사연구회 배석운 회장. 배 회장은 대구 칠곡의 역사와 문화 발굴을 통해 칠곡의 정체성과 미래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칠곡 정체성과 미래 찾아…팔거역사연구회 배석운 회장



“금호강의 기적이 절실하다. 대구는 금호강의 개발과 발맞춰 인·의·충이 숨 쉬는 역사문화관광의 도시로 재탄생해야 한다.”

팔거역사연구회 배석운(71) 회장은 잊혀 가는 칠곡의 정체성과 역사를 되찾는 일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1948년 대구시 북구 동천동에서 태어난 후 줄곧 칠곡에 살아 온 토박이다.

2014년 설립된 팔거역사연구회는 칠곡의 ‘이름 찾는 일’에서부터 시작해 역사 발굴과 교육, 인문학까지 칠곡을 대구 역사문화의 중심지로서 삶의 근원이 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배 회장은 역사 속에서 대구 칠곡의 희망찬 미래를 찾고 있다.

그는 “지명과 문화가 도시의 확장과 함께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지명은 그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를 대변하고 있어 그 이름이 사라지면 결국 역사가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국가가 나서서 칠곡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되찾고 후손들에게 물려줘야한다”고 당부했다.

또 대구의 위기 극복의 순간에는 항상 칠곡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칠곡은 임진왜란 때 조선과 명나라의 연합군이 주둔했던 곳이다. 6·25전쟁 때도 최후의 방어선이 세워졌던 곳”이라며 “전쟁 후 어려웠던 시절, 섬유 산업의 중심지로 한국 경제를 책임지기도 했다. 이제는 대구의 미래를 책임질 때”라고 말했다.

팔거역사연구회는 칠곡의 역사·문화를 알리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5년 ‘대구 칠곡의 역사와 문화유산’이라는 책을 집필한 이래 5년 동안 ‘금호강 누정문학’, ‘칠곡천년이야기’ 등 칠곡을 알리는 10권의 역사·문화서를 만들었다.

또 지역 학교에서 인성교육강의를 통해 대구가 인문학 고장이라는 점을 알리고 있다.

매년 열리는 팔거문화제는 교육을 통해 대구가 인문학 고장이라는 것을 홍보한다.

배 회장은 “선사시대부터 수많은 역사와 유물들이 남아있는 대구에 역사박물관이 하나도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칠곡의 구암동 고분군부터 금호강 누정문학, 함지산, 팔거산성 등 조상들이 물려주신 역사문화유산을 대구 미래 콘텐츠로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석운 회장은 “그동안 칠곡지역은 행정주체가 6번이나 바뀌는 혼란 속에 역사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었다”며 “칠곡은 대구에서 역사와 문화가 가장 잘 산재된 곳이다. 금호강변 개발과 더불어 칠곡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통해 역사문화테마가 있는 고장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 현재 대구 금호강 하중도의 모습. 북구청은 최근 금호강 개발을 통해 칠곡 역사유적과의 연계를 통한 역사테마관광지 개발을 준비 중이다.
▲ 현재 대구 금호강 하중도의 모습. 북구청은 최근 금호강 개발을 통해 칠곡 역사유적과의 연계를 통한 역사테마관광지 개발을 준비 중이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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