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년간 표류해온 대구시 신청사 입지가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부지로 최종 결정됐다. 대구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신청사 입지가 시민 대표들이 참여하는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선정된 것이다.

사실 신청사 입지는 최종 발표 전까지만 해도 어디로 결정되든 탈락 지역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됐다. 신청한 4개 지자체에서 지역의 사활을 걸다시피하면서 유치전을 벌여온 때문이다. 입지가 발표되면 지역 간 반목, 갈등과 함께 볼썽사나운 법정 공방으로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우려했던 조직적 반발은 없었다. 중구, 북구, 달성군 등 탈락지역 자치단체장들은 모두 대승적 수용의사를 밝혔다. 탈락 지역의 한 단체장은 확정 지역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흔쾌히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지자체에서는 균형개발 등 조건을 달긴 했지만 원칙적으로 시민 대표단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모든 힘을 다해 겨룬 뒤 시민 대표들이 결정한 사항을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승복이다. 우리 지역 대구의 저력을 보여준 시민정신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인회를 중심으로 지역 상권보호 대책이 없다는 반발이 나왔다. 선정 과정의 절차적 타당성에 대한 아쉬움도 표출됐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불만이다. 파급 영향을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대구시에서는 시청 이전을 계기로 지역 전체의 균형발전 전략을 새로 세워야 한다. 탈락한 지역은 물론이고 유치 신청을 하지 않은 지역까지 포함한 다른 구·군에서 불만을 토로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주민들의 아쉬운 마음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으면 자칫 전체 시정에 대한 냉담과 반목으로 이어지기 쉽다. 지역사회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이제 지역민 삶의 중심이 될 명품 신청사 건립이 숙제로 남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일이다. 그것은 당연히 대구시의 책임이다. 건립과 관련한 중간 진행 상황을 시민들에게 수시로 보고하고 협의하면서 추진해 나가길 바란다.

시민들은 이번 대구시 신청사 입지 선정 과정에서 스스로의 성숙한 역량을 확인했다. 드러난 일부의 과열은 사전에 우려했던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신청사 입지 발표 후 다수의 지역민들이 ‘합리적 선택’이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해가 가기 전에 지역의 큰 숙제 하나가 해결된 것 같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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