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화랑에서 진행

▲ The Jump over Big city
▲ The Jump over Big city


화단의 이방인이자 이단아로 불렸던 이석조(74) 작가가 13년 만에 동원화랑에서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석조 작가는 1987년 인간 삶의 원형질을 상징화한 ‘만다라’ 시리즈를 발표해 명성을 크게 떨쳤다. 일흔에 발표한 ‘꼭짓점 미술’은 캔버스를 오리거나 한지를 찢는 방식으로 구현한 새로운 조형으로 형식과 양식에 얽매이지 않는 신선한 파격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말과 여인이었다. 밝교 화려한 색채감과 단순한 필선이 강조된 이번 작품들은 최근 5년간 그린 신작들이다. 그동안 그렸던 작품들과 크게 달라졌다는 말에 작가는 "5년 전 아내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갑자기 세상을 떠나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작품에 유독 노란 머리 여자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누구에게나 그렇듯 이 작가에게 아내는 큰 존재였다. 이 작가의 러브스토리가 유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부인 아이린(Irene Dugdale Lee)과는 대구에서 처음 만났다. 미군부대에서 음악을 가르치던 선생님이었다. 당시 전시국가였던 우리나라를 찾아와 8개월만 머물다 갈 예정이었지만 이 작가와의 연으로 30년간 머물렀다.

이 작가는 내가 그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건 아내의 덕이 컸다고 말했다. 그렇게 평생 옆에서 함께할 줄 알았던 아내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 콜로라도의 달빛
▲ 콜로라도의 달빛


말은 이석조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자신의 생명을 살린 은인이었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말을 너무 타고 싶었는데 어려운 형편으로 탈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말과 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1988년 조선일보 미술관 두번째 전시를 앞두고 미친 듯이 그림을 그리다 생사의 경계를 오갈 때 일으켜준 게 말이었다. 말을 타고 몽골의 초원을 질주하면서 죽음의 유혹을 털어내고 몸과 마음을 치유했다. 그렇게 말과 연을 맺은 후 지금까지도 승마를 즐긴다고.

이번에 공개한 작품에 말과 여성이 주 소재로 등장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아내가 아프기 시작한 후 말과 여인의 그림을 그렸다.

말이 본인의 생명을 살린 것 처럼 아내에게도 에너지를 불어넣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그림이 담겨 있는 것이다. 말 위에서 더욱 자유분방한 여성의 모습을 그린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말과 여자만큼 잘 어울리는 게 없다. 여성의 선과 말의 선이 너무 비슷하다. 말과 여성이 함께했을 때 아름다움은 더욱 배가 된다”고 했다.

이 작가는 마지막으로 “피카소, 고갱 등 본인의 조각 작품을 고향에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석조 작가는 대구 출신으로 현재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 폴시에 거주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27일까지다. 문의: 053-423-1300.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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