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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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위험지역은 없다

이경우

지금 군위군와 의성군은 난리 아닌 난리다. K2 공군공항은 대구가 수십 년 앓던 이다. 군위와 의성이 서로 자기들 동네에 갖다 놓겠다고 지역민을 설득하고 있다. 대구국제공항을 덤으로 끼워 주는 데다 막대한 공항유치지역 지원 혜택이 곤경에 몰린 이들 지역을 유혹한 것이다. 영양군은 인구 1만7천명선을 지키기 위해 군내 기관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결의대회를 갖기도 했다.

이들 지역은 모두 소멸 위험지역으로 손꼽힌다. 머지않아 군 자체가 없어지게 될 거란 끔찍한 소식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11월 내놓은 ‘한국의 지방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경북도의 소멸 위험지수는 0.50으로 전남도의 0.44에 이어 17개 시·도 중 위험지수 2위다. 경북 23개 시·군 중 소멸 고위험지역이 군위 의성 청송 영양 청도 봉화 영덕 등 7곳이다. 특히 군위와 의성은 각각 0.143으로 소멸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방소멸위험지수는 2014년 5월 일본 도쿄대 마스다 히로야 교수가 일본의 지방 쇠퇴 현상을 분석한 기법이다. 당시 마스다는 2040년까지 일본 기초단체 1,799곳 가운데 절반인 896곳이 인구 감소로 소멸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사회학자들은 소멸위험 지역을 구제해야 한다며 여러 가지 제안들을 제시한다. 특별지역으로 지정해서 대도시와의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 복지와 교육 여건 등 생활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최근 김영록 전남도지사를 불러 상생발전 모델 구축을 위한 교류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다. 두 사람의 개인적 인연에다 지방소멸 위험지역 단체장이라는 동병상련이 공동과제 해결과 함께 ‘인구소멸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데까지 의기투합했다.

소멸되는 지방을 살려야 한다는 계획이야 얼마든지 환영한다. 그런데 모든 지역을 모두 살려야 할 필요가 있을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가져봐야 할 때다. 왜 228개 자치단체라는 전근대적 행정구획에 갇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일본 학자가 일본사회를 대상으로 제안한 소멸지수를 지금 우리가 수용하고 우리 사회에 적용해도 되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이보다 먼저 우리 사회의 청년과 노인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20세기 초 등장한 청년이라는 용어만 봐도 그렇다. 국회에 계류된 청년기본법은 18세~34세로 규정하고 있으며 15세~29세(청년고용촉진 특별법), 39세 이하(중소기업창업지원법) 등 필요에 따라 들쑥날쑥이다.

노인도 사회학에서 65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65세 이상이면 국민연금 수혜대상이 되고 지하철 무료 이용 혜택을 주는 등 예우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활동을 근거로 노인의 나이를 규정한 탓일 것이다. 지방소멸을 따지는 나이도 65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의료 복지 사회 환경 등이 65세를 노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추세다.

2015년 유엔은 100세 시대를 맞아 새로운 연령구분 기준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18~65세는 모두 청년이다. 0~17세는 미성년자, 66~79세는 중년, 80~99세 노년, 100세 이상은 장수노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의 합계출산율은 1을 위협하고 이래저래 고령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결혼하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데다 그나마 결혼 연령이 늦춰지고 따라서 출산 연령도 늦어지고 있다.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기엔 우리 사회의 평균연령이 늘어났고 그들의 건강도 좋아졌다.

그래서 제안한다. 청년의 기준을 바꾸고 노인의 기준도 늦춰야 한다고. 우리 사회의 노인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 정책도 그렇게 맞춰가야 한다. 없는 청년을 농촌으로 강제송환하려 억지를 부릴 일도 아니다. 농촌은 농촌답게, 현실을 인정하자는 거다. 조용하고 공기가 좋다는 것은 도회지와 문명으로부터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결의대회를 한다고 사람들이 농촌에 살러 오지는 않을 것이다. 공무원이나 교사를 비롯한 공공기관 직원들을 채용할 때 지역출신을 배려하고 지역민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는 등의 정책을 만드는 것도 검토해볼 일이다. 언론인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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