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을 평할 때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개개인으로 보면 모두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룰 만큼 능력이나 자질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이는데, 이런 양반들이 어째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 모양, 하는 게 영 시원치 않다.”

국회의원들로서는 듣기가 거북하겠지만 국민에게 비치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사실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의 정당 구조를 꼽는 정치학자들이 많이 있다.

정치적 의견이나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가 정당인데, 그 정당이 파벌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민의의 중개라는 본연의 역할보단 줄서기나 눈치보기 행태가 당내에 일반화돼 있고, 거기다 정치적 출세를 우선시하는 정치인 개인의 성향까지 더해지면서 지금 같은 정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올해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이다. 4월15일이 지나면 앞으로 4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고 나갈 제21대 국회의원들의 면면이 결정된다. 선거법개정안을 놓고 연말 국회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지만 어쨌든 선거의 룰은 정해졌다. 3개월여 남은 선거일까지 각 정당의 의석수를 늘리기 행태가 볼 만할 것 같다.

선거 때면 후보자가 쏟아져 나온다. 대개가 우국지심으로 의사당에 들어가려 하겠지만, 막상 국회에서 이들이 하는 걸 보면 꼭 그런 것 같지 않아 보여 국민은 정치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국회의원이 중요하고 좋은 자리란 건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심의하는 것은 중요함을 말하는 것일 테고, 그럼 좋은 자리라는 건 왜 그럴까. 요즘처럼 돈이 대접받는 세태의 관점에서 보면 일단 금전적 혜택이 아주 많다.

국회의원은 당선되는 순간부터 200여 가지에 이르는 특권을 누린다고 한다. 우선 헌법상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이란 ‘법 위의 지위’를 누리게 되고, 그리고 월 1천만 원이 넘는 기본급은 생활의 여유를 보장한다.

여기다 매월 유류비, 차량 유지비, 각종 이동경비 명목으로 수백만 원, 의원사무실 운영비와 전화요금, 우편요금 등으로 또 수백만 원이 지원된다. 정책홍보나 정책자료 발간비 등은 무제한 지원 항목이고, 연간 수천만 원의 해외 시찰경비에다 철도 선박 항공기 등 국내 공공교통수단의 무료이용 혜택까지 모두 일일이 열거를 다 못할 정도로 많다.

다 아는 걸 왜 또 얘기하느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얼마 있으면 선거일인데 국민 혈세를 이렇게 펑펑 쓰는 자리에 앉을 국회의원을 정말 제대로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꺼낸 얘기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국회의원을 잘 뽑을 수 있을까.

선거철이면 지역마다 지역예산을 얼마나 가져왔는지, 어떤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는지 홍보하는 현수막을 보게 된다. 과연 이런 성과지표가 선택의 올바른 기준이 될까, 또 출마자가 내세우는 화려한 스펙을 기준으로 해야 할까.

우리는 이미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선택한 정치인들로부터 배신당한 경험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기준으로 한번 선택해 보면 어떨까. 개인 대신 그가 속한 정당을 보고 선택해 보는 것이다. 물론 정당 역시 구조적으로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당정치를 하는 나라에서 이는 최선은 안 되더라도, 차선의 선택 기준은 될 수 있다고 많은 정치학자가 주장한다. 우리처럼 개인이 정당 내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기에 더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정당이 그동안 보여온 정치가 과연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었는지, 아니었는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으면 될 듯하다.

물론 이 방법이 모든 문제를 해소해 줄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정당이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공천해 당선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당이 공천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 등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판별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갖춰놨느냐는 것인데, 이게 또한 국민 신뢰를 얻기엔 많이 미흡한 현실임을 경험상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당을 보고 선택하는 게 옳다고 한다. 대신 이로 인해 나타날 문제에 대해서는 그것대로 대비해 두면 될 것이다. 만약 정당의 잘못된 검증으로 부적격자가 당선된다면 유권자가 직접 다시 심판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 방법이 국회의원소환제가 될 수 있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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