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자, 짠짠

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언제 저런 숫자가 될까 생각했었는데 드디어 2020년이라는 곳에 도달하게 되었다. 구름에 가렸던 해가 환하게 솟아올라 빛을 발한다. 새해에는 늘 즐겁고 신나게 살아가리라 다짐부터 한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나의 생각도 더러 틀릴 수 있다며 상대의 마음을 짚어가며 조용히 들어주리라. 어떤 상황에서도 역지사지를 생각하며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느긋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리라.

봄날 같이 따스한 빛이 내리는 주말, 의사회 임직원들의 연수회가 개최되었다. 통영으로 내려가 바닷가에서 이순신 장군의 정기를 받아 한 해의 업무를 잘 해보자는 단합대회의 취지였다. 임원과 직원들이 모여들었다. 주차장에 모여 버스에 오르면서 모두가 상기된 얼굴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남쪽 바다를 향해 떠난다는 신남이 온 몸에 가득 전해온다. 젊은 직원들부터 이사 감사 회장님까지 버스에 한가득 올랐다. 올 한해 각자의 위치에서 얼마나 빈틈없이 업무를 잘 해야 할까 한번쯤 생각해보고 결의를 다지는 연수회, 쪽빛 바다를 끼고 그림같이 펼쳐진 연수회장에 닿았다. 늦은 시각까지 열띤 토론을 마치고 짭쪼름한 바다 내음을 코에 들이키며 머리를 식힌다. 저녁 식사로 먹은 굴내음이 입가에 남아 마음까지 상큼해 온다.얼마나 오랜만에 만나보는 힐링의 시간인가.

밤이 이슥하도록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하고 잘 해보자는 마음을 가슴에 새겨 잠자리에 든 회원들, 잠시 눈을 붙인 뒤에는 어김없이 아침 산책을 하는 이들의 사진이 톡에 뜨기 시작한다. 아침 햇살이 가득 쏟아져 들어오는 자리에 앉아 북어국으로 해장을 한 대원들이 이순신 장군의 기운을 받으러 나섰다. 제승당에 들리자 나이 어린 임원들과 직원들이 향불을 앞에 두고서 엄숙한 표정으로 이순신 장군 앞에 머리를 숙이고 묵념을 한다. 신년이 되어 처음 맞는 단합대회, 모두가 이순신 장군의 기운을 받아 한 해를 희망차게 잘 살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산에 맹세하고 바다에 서약한 기분으로 저마다의 가슴에는 결기가 가득할 것 같다.

생각해보면 새해마다 결심을 한 것 같다. 새롭게 받아 놓은 날들 이런 저런 일을 수행해 내리라 다짐하지만 그중에 이룬 것은 그다지 많지 않은 해도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음껏 즐기면서 행복한 한 해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신년회나 단합대회때마다 건배사를 하게 된다. 올해엔 건배를 하면서 자자자,짠짠으로 정하였다. 건강하자, 함께하자, 행복하자의 자자자, 그리고나서 잔을 부딪히면 모두가 다 잘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다. 시작하는 이 마음 그대로 올 한해가 저물때에도 늘 같은 마음으로 마무리하면 좋겠다. 실내용 텐트를 아기 엄마들에게 추천하였을때도 그랬다. 그 속에서는 외풍이 느껴지지 않아서 행복의 보금자리에 든 것 같고 모두 함께 하는 것 같아 가족모두가 건강을 되찾을 것 같다고.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지 않겠는가. 자자자 짠짠 하면서 날마다 행복과 건강을 다짐하면 으레 삶이 더욱더 즐겁지 않겠는가.

새해 다짐이 설령 작심삼일이 될지도 모를지라도 날마다 다짐하리라. 매일 매일 건강한 생각으로 모두 함께하는 자세로 행복을 도모하리라고, 날마다 기도하리라, 새해에는 아집을 버리고 느긋한 마음으로 상대를 포근하게 먼저 품어줄 수 있게 되기를. 내 앞에 다가오는 하루하루를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눈길을 밟아가듯 설레며 늘 깨끗이 살아가기를. 그리하여 한 해가 다 저물 때 내가 계획한 대로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잘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하게 되기를.

통영의 바람을 맞으니 청마의 행복이라는 시가 떠오른다.‘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희 내다뵈는/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중략…//제각각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이여 그러면 안녕/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모두 행복하기를 바라며 힘차게 외쳐본다. 자자자, 짠짠!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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