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 정해정



웃음 띤 그대 미소는/ 분노를 잠재우고/ 지구가 멈추지 않는 이유는/ 사랑하는 당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삶의 무게가/ 때론 버거울 때도/ 그 사람 얼굴을 떠올립니다//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는/ 슬기로움이 되어 어두운 터널을/ 만난다 해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밤하늘에 뜬 수많은 별/ 그 중 유일한 별 하나/ 그게 바로 당신이랍니다.

- 시집 『날마다 좋은 날』 (노블타임즈,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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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한다는 말들을 한다. 시를 잘 쓰기보다는 사람 됨됨이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이 말에는 시적 성취가 인격의 성숙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함의도 지니고 있다. 시인에 앞서 그들도 생활인이며 남들이 겪는 삶의 희로애락을 모두 겪으면서 살아간다. 범박하기도 하고 때로는 낯간지러울 수도 있다. 당연히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고 허물도 없지 않으리라.

이때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잘못과 허물에 대한 성찰을 시적인 비망록으로 남기려는 성향이 있고 그 사유를 시라는 틀 안에 담아낸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시는 자신의 상처와 허물조차도 진실하게 담아내는 치유의 그릇이며 희망의 도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인간이 덜 여물었거나 설령 도덕적으로 사소한 흠결이 있다손 치더라도 시를 쓰지 못할 이유란 없다.

얼마나 진정성 있는 태도로 시를 대하느냐가 중요하며 진득한 삶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사람냄새가 밴 시면 족하다. 기교만으로 쓰는 시는 잠시 독자를 현혹시킬 수 있어도 그것은 언어유희에 지나지 않으며 생명력이 짧다. 진실하고 진솔한 시만이 독자의 가슴에 오래도록 기억된다. 시가 우리의 삶에 밀착되지 않고 허황되거나 지나치게 추상적이면 독자는 물론이거니와 시인 스스로도 공허해지기 쉽다.

따라서 시 창작의 궁극적 의의는 자신을 포함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이다.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 소박하고 평범한 진리를 담은 공자의 말씀이다.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 능력자란 의미이기도 하다. 시를 놀이하듯 즐기는 사람은 이미 시를 통해 도달하고 성취한다. 시는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요 방편이 될 수밖에 없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면 희망은 점점 자라게 되어있다. 그리고 희망은 희망을 갖는 사람에게만 존재한다. 희망이 있다고 믿는 사람의 품에서만 자란다. 시인에겐 ‘사랑하는 당신’이 희망의 절대적인 끄나풀이다. ‘수많은 별’ 중에서 ‘유일한 별’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는 한 희망은 언제나 살아있는 것이다. 시적 성취에 이르기에는 부족할지 몰라도 그 믿음의 당신을 생각만 해도 기쁨이며 행복인 것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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