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전선전술의 벤치마킹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통일전선전술은 북한의 대표적 적화통일 수단으로 알려져 우리에게 비교적 금기에 속하는 개념이다. 통일전선이란 공동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별개의 집단들이 합작하여 전선을 통일하는 것이다. 통일전선전술은 역사적으로 공산권 국가에서 주로 애용하였다. 레닌은 멘셰비키 및 무정부주의자들과 통일전선을 구축함으로써 볼세비키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정권을 잡은 후 레닌은 노선을 달리하는 멘셰비키와 무정부주의자를 숙청하였다. 모택동과 주은래도 레닌으로부터 배운 통일전선전술을 중국의 공산화에 적극적으로 응용하였다. 일제와 싸울 때는 국·공 합작을 했고, 국·공 내전 중에는 소자본가와 지식인을 끌어들였다. 그 결과 모택동의 공산당은 자기보다 훨씬 강했던 장개석의 국민당을 몰아내고 중국을 공산화했다. 공산화 이후 연합했던 세력이나 정적을 모두 숙청했다. 김일성도 북한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통일전선전술의 덕을 톡톡히 봤다. 정적을 제거하는 과정도 레닌이나 모택동과 판박이다. 북한은 지금도 통일전선전술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이를 대남사업 부문에 지속적으로 구사해오고 있다. 연방제통일론이 대표적이다.

통일전선전술은 중국 전국시대 소진과 장의의 합종연횡책과 삼국시대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 중에서 그 원형질을 찾을 수 있다.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기위해 가장 강력한 세력부터 제압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약한 세력을 규합하여 공동전선을 펼쳐야 했다. 만만한 손권과 손잡고 중원의 최강자인 조조를 멸한 다음 손권을 도모하는 계책이 제갈량의 기본 구도다. 제갈량이 실패한 원인은 유비의 과잉 의리 때문이었다. 유비가 관우의 복수를 한다는 명분으로 제갈량의 만류를 무릅쓰고 오를 공격하는 실수를 범한 까닭이다. 그 결과와 관계없이 제갈량이 시종일관 구사한 책략은 유력하다. 그 이름이 무엇이든 통일전선전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통일전선전술이 공산당의 투쟁도구로 활용되었다고 해서 공산당의 전유물은 아니다. 빨갱이전술로 편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우리 정치사에서도 통일전선전술의 사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노태우와 김영삼은 3당 합당을 통해 대선 승리를 굳혔다. 김대중은 김종필과 손잡고 이인제를 이용해 강적 이회창을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통일전선전술은 약한 자가 강한 자를 제압하는 도구로서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한 셈이다.

총선을 앞둔 지금, 지리멸렬한 현 보수정치권이 통일전선전술을 벤치마킹할 기회다. 범보수연합, 보수의 빅텐트, 반문연대 등의 구상은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구체성과 실현성 부족이 관건이긴 하다. 통일전선전술이 위력을 발하려면 유연한 창의력이 요구된다. 정치적 영역이라는 점에서 보수정당 간의 연합이 주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부분적인 연합이라는 낮은 형태의 공동투쟁으로부터 전반적인 연합이라는 높은 수준의 공동투쟁까지 그 스펙트럼을 넓히는 노력이 절실하다. 전략적 동맹대상과 전술적 동맹대상을 엄격히 구별하여 양자를 적절히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

지역구 공천 작업의 공조에서 정당 간 합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포용할 필요가 있다. 통일전선을 분야별로 나누어 결속력을 다지는 것도 효과적이다. 예컨대, 반소득주도성장전선, 원전재개전선, 반공산주의전선, 비핵화전선, 반전체주의반독재전선, 친시장주의전선, 자유수호전선, 지방분권전선, 공수처반대전선, 연동형비례반대전선 등 다양한 연대를 통해 한 사람이라도 더 통일전선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한 사람의 리더가 모든 통일전선을 통괄하기 힘들다면 집단지도체제로 가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안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대세를 바꾼다. 정세변화에 따라 신축성 있는 변신과 적응이 필요하다. 통일전선전술이 역사적으로 많이 성공했던 원인은 실용과 실리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과거와 각론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와 총론에 집중하는 관용과 대범함이 필승을 담보한다.

통일전선전술이 만능은 아니다. 라벨을 붙이고 흉내만 낸다고 되지 않는다. 벤치마킹하기위한 여건을 갖추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꼴통보수로 남아있는 한 그 무엇을 갖다 붙여도 비호감을 탈피하기 힘들다. 쇄신하고 혁신하는 모습, 대의를 위한 비전과 결기를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일이 기본전제조건이다. 유능한 인재 영입, 적재적소 공천, 부적격자의 스크린,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공천 등은 통일전선의 커버리지를 넓히고 성공을 배양하는 밑거름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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