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박비료 독성물질 함유돼 반려견에게 치명적||비료 포장지 경고문 있지만, 뿌려진 공원엔 없

▲ 7일 대구 달서구 마을마당공원. 수목 근처에 유박비료가 뿌려져 있었지만 정작 반려견들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문은 없었다
▲ 7일 대구 달서구 마을마당공원. 수목 근처에 유박비료가 뿌려져 있었지만 정작 반려견들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문은 없었다


임모(33·여·달서구 본리동)씨는 지난해 9개월 된 반려견 ‘쵸비’를 잃을 뻔했다.



평소처럼 공원을 산책하고 돌아온 쵸비가 혈흔이 담긴 ‘혈액성 구토증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구토 원인은 독극물 중독. 공원에서 놀던 쵸비가 유박(아주까리, 참깨 등의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비료를 사료로 오인해 먹은 탓이었다.



구토를 반복하던 쵸비는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일주일이 넘어서야 퇴원할 수 있었다.



임씨는 “당시 수의사가 생명을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너무 놀라 말문이 막혔다”며 “반려견 1천만 시대에 독극성 물질이 포함된 비료를 뿌려놓고 경고성 문구조차 붙여놓지 않았다니 어이가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반려견 등이 공원을 산책하다 사료와 유사한 유박비료를 먹고 폐사에 이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견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2016년부터 유박비료 포장지 전면에 빨간색 글씨로 반려견 등의 폐사 가능성 문구가 들어가 있지만, 정작 비료가 뿌려지는 공원 등에는 경고 문구가 없어 견주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유박비료는 아주까리(피마자), 참깨, 깻묵 등의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로 식물성장에 필요한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단기간 효과를 볼 수 있어 시중에 판매되는 비료는 대부분 유박비료다.



하지만 유박비료에 포함된 아주까리에는 청산가리의 6천 배나 되는 독성물질인 리신(Ricin)이 함유돼 동물에게는 치명적이다.



문제는 유박비료의 모양과 향이 일반 사료와 흡사해 반려견이 비료를 사료로 오인하고 먹는 사례가 많다는 것.



죽전동물메디컬센터 김태영 원장은 “비료를 뿌리는 시즌이 되면 유박비료로 인해 병원을 찾는 견주들이 많다”며 “유박비료의 리신 성분이 치명적이기 때문에 빨리 치료를 하지 못하면 죽는 경우도 많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처럼 유박비료로 인해 반려견이 폐사에 이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행전기관에서는 비료를 뿌리고는 특별한 경고문조차 게시하지 않아 피해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달서구 마을마당공원에서 반려견이 유박비료를 먹었다는 민원이 제기됐지만, 해당 공원에는 별다른 경고문이 없었다.



2016년 농촌진흥청이 비료 포장지 전면에 빨간색 글씨로 경고 문구를 넣도록 규정했지만, 정작 해당 비료가 사용되는 공원에는 경고문구가 없어 경고문을 설치해 달라는 것이 견주들의 바람이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겨울철 나무 생육 때문에 조달청을 통해 구입한 유기질 비료를 뿌렸다”며 “비료를 뿌릴 경우 경고문 부착 등에 대해서는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 지난 3일 달서구청 새올전자민원에 한 민원인이 마을마당공원에서 산책하던 반려견이 유박비료를 먹었다는 민원을 올리면서 함께 첨부한 유박비료 사진.
▲ 지난 3일 달서구청 새올전자민원에 한 민원인이 마을마당공원에서 산책하던 반려견이 유박비료를 먹었다는 민원을 올리면서 함께 첨부한 유박비료 사진.




김현수 기자 khs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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