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이슈추적/ 김태일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장 인터뷰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지가 지난해 12월23일 두류정수장 터로 공식적으로 최종 확정됐다. 10년 넘게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숙원 사업이었지만 그동안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면서 누구도 쉽게 결정 내기 어려웠던 것인데, 공론화 과정이라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문제를 풀어가는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특히 신청사 문제는 대구 4개 구, 군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섰기에 무엇보다 결정 이후의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절차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결국 후폭풍까지도 차단하게 됐다는 평가이다.

대구에서 처음 도입된 공론 민주주의 방식을 실제로 현안에, 그것도 가장 크고 민감한 사례에 적용하면서 잡음 없이 시작부터 운영, 마무리까지 무난하게 끝낸 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 김태일 위원장에게 그동안의 과정 얘기를 들어봤다. 공론화위원회 일을 하느라 본업(영남대 교수)인 학교 일이 미뤄졌던 탓에 그는 신청사 일이 마무리되자마자 기말고사 채점 등 학교 일로 바쁜 연말과 연초를 보내고 있었다.

-공론 민주주의 방식으로 이뤄낸 이번 대구시청 신청사 결정의 의미를 평가한다면.

“(대구시 신청사건립 추진기획팀이 설치된 2005년 기준) 15년 ‘묵은 문제’를 ‘시민의 힘’으로 풀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치행정 엘리트들이 하기 어려운 일을 250만 시민의 이름으로 해결한 것이다. 시민들은 자신의 특수이해에 집착하지 않고 ‘대구’를 생각하며 결정에 참여한 것 같다. 대구에서 공론민주주의를 통한 문제 해결 사례로는 첫 번째였고 ‘공공기관 입지 선정’에 공론민주주의 절차를 밟은 것은 전국 최초의 일이다. 공론민주주의는 사회통합적 의사결정이라고 교과서에 나와 있는데 이번 사례에서 그것을 확인했다. 수용성이 가장 높은 ‘의사결정’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시민들의 평가 결과는 놀라웠다.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평점이었다. 시민 개개인들이 아니라 시민들이 모여서 이루어낸 총의는 루소가 말하는 일반의사(general will)였다. 이른바 ‘집단지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 논의는 2000년 이후 계속돼 왔다. 업무공간 부족 상황이 오랜 시간 계속됐지만 시는 건물을 증축하는 등 확장에 어려움이 있어 궁여지책으로 인근 몇몇 건물을 빌려 시청 일부 부서를 이주시켜야 했다. 당연히 직원들의 불편이 생겼고, 더 큰 문제는 시민들이 겪어야 할 불편이었다. 여기저기 부서가 흩어지면서 시청 업무를 보려면 시민들이 필요한 사무실 위치를 물어물어 찾아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시민 불편과 불만이 계속되자 대구시는 2005년 추진기획팀을 구성하는 등 신청사 건립 계획을 세웠지만, 예산과 입지 선정의 어려움으로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특히 입지 선정 문제는 대구시가 스스로 해결하기 곤란한 어려움이 있었다. 시청 건물은 곧 ‘대구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여러 지역에서 시청 유치를 희망했고, 또 나름대로 최적의 입지라는 타당성을 제시했다. 게다가 국회의원 등 정치권마저 여기에 가세하면서 대구시로서는 어떤 결정을 내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 상황에 부닥치게 된 것이다.

결국 신청사 건립 문제는 이런 상황 속에서 10년 넘게 시간만 끌게 됐다. 이 풀리지 않던 매듭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끊어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권 시장은 2015년 “2018년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신청사 유치 의사가 있는 곳이 4곳이나 되면서 처음부터 지역 간 갈등이 예상됐다. 그래서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밖에 다른 이유가 있었나.

“(공론화위원회 출범 배경에 대해) 어떤 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 공론화 과정 대신에 가령 여론조사나 주민투표 등이 하나의 해결 방법이 될 수도 있지 않나.

“여론조사 민주주의와 공론 민주주의의 차이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 여론조사 민주주의나 주민투표는 ‘어느 한 시점에’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판단, 선호, 직관적 선택이다. 공론 민주주의는 학습, 토론, 평가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공론 방식이 훨씬 더 진화한 것이다. 공론 방식이 질적으로 더 우수하다. 공론 방식이 훨씬 더 수용성 높은 사회통합적 의사결정 방식이다.”

대구시의회는 2018년 12월 ‘대구시신청사 건립 위한 조례’를 제정했고, 대구시는 2019년 4월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신청사 건립을 위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도 잡음이 있었다. 공론화위원회 위원 구성 문제를 비롯해 그 운영의 투명성, 공정성에 대한 시비였다.

-공론화 과정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기구가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이다. 김 교수님이 위원장을 맡으셨다. 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에 대해 되짚어 보신다면, 또 위원회 구성 직후 시장, 시의장 추천 위원들에 대해 말들이 좀 있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는지.

“신청예정지 거주자가 아닌 각 분야 전문가들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한 것으로만 알고 있다. 어쨌든 공론위원회는 진행 과정에서 진지하게 의견을 모았다. 단 한 차례의 잡음도 없었다. 누구 한 사람 자기 추천자를 위해서 발언하지 않았다. 대구 전체의 이익, 공론 절차의 성공을 위해 모두 고심했다. 한 번 회의하면 4~5시간 지칠 지경에 이를 때까지 했다. 매번 ‘끝장토론’이었다. 절차 관리를 잘한 것으로 본다. 여러 차례의 고비도 있었는데 공론위는 지혜롭게, 책임 있게 판단했다.”

공론화위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중립 원칙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입지 선정을 시민참여단이 결정하도록 하는 공론민주주의 방식 도입을 결정했다. 시민참여단은 2박3일의 합숙 토의를 통해 상징성과 균형발전, 접근성, 토지적합성, 경제성 등 5개 항목을 꼼꼼히 평가했고, 여기에 전문가 가중치, 감점 등이 더해져 지역별 최종점수가 산출됐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신청사와 같은 이해 충돌이 있는 지역 현안이 별 탈 없이 잘 마무리됐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유사한 지역 현안이 있으면 공론화 방식이 반드시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시는지, 아니면 공론화 방식 외에 지역공동체가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공론 방식이 적실한 이슈가 있고 공론 방식이 적용되지 말아야 할 이슈도 있다. 예를 들면 종교, 이념 등과 같은 이슈는 공론화 방식으로 풀 수 없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얘기다. 공론민주주의의 전제는 학습, 토론을 통해 애초의 생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해도 생각이 변하지 않을 이슈에는 공론민주주의는 실효성이 없다. 공론민주주의가 만능열쇠는 아니다. 일차적으로 사회 갈등의 해결은 우리의 대표자들이 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그들의 ‘의무’다. 공론민주주의는 그들이 문제 해결의 ‘방편’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런 방편은 보충적인 것이다. 초기에 대구시장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런 공론민주주의를 채택한 것이 아니냐는 눈총이 있었으나 나는 책임 회피용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신의 한 수’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적절한 방편을 선택한 것이며 그것은 오히려 높이 평가할 일이라고 본다. 공론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더라면 결론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공론민주주의 방식은 시민 스스로 지역 현안을 결정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주민자치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는다. 그런 면에서 신청사 결정은 일단 성공적인 사례로 보인다. 시민참여단을 비롯해 관심을 갖고 응원해 준 대구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민선6기 출발부터 지금까지 6년 가까이 ‘시민의 시장이다’가 대구시정의 모토다. 이번 일은 그 가치의 정점을 찍은 것이었다. 시민들이 시장이다라는 말에 걸맞게 계속 시정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를 바란다. 주민참여예산제, 시민원탁회의, 리빙랩 등 다양한 시민참여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민의 힘을 잘 이끌어낸 ‘권영진 대구시장과 공무원들’ ‘배지숙 시의회 의장과 의원들’의 공이 컸다. 정책 방향을 정하고, 그것을 제도로 설계하고, 사려 깊게 집행한 이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특히 공론 과정을 실무 집행한 우리 팀(신청사건립추진단)의 노고를 치하하고 싶다. 진광식 국장(대구시 자치행정국), 이은아 단장(신청사건립추진단) 그리고 실무자들은 밤새워 일했다. 여름 휴가도 반납했다. 육아휴가 중 불려 나오기도 했다. 병가를 내고 주저앉은 분도 있다. 이분들이 없었더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 나는 이분들을 ‘어벤져스’라 부른다. 나에게는 영웅들이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메인사진-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 김태일 위원장은 신청사 입지 결정은 10년 넘게 풀리지 않고 있던 ‘묵은 문제’를 공론민주주의 방식을 통해 ‘시민의 힘’으로 풀어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김진홍기자
서브사진1-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 출범식.
서브사진2-대구시신청사 건립의 성공 추진을 위한 협약 체결식.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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