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의 도전에 대처하려면

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

새해 벽두부터 국내외 정세가 예사롭지 않다. 북핵을 둘러싼 남북, 북미 관계는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미국과 이란의 극단적인 대결은 전 세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올해는 총선이 있어 극심한 갈등과 편 가르기, 일방적인 선전과 매도, 맹목적인 혐오와 비방 등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할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많은 지도자들이 국면 전환을 위해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내부가 분열되어 있거나 혼란할 때는 어떤 시도도 성공하기가 어려웠다.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은 “밖으로 싸우기보다 안에서 싸우기가 더욱 모질다.”라고 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한국의 교육제도를 언급하면서 한국은 한 번 만에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한방 사회(the one-shot society)’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다양성과 개성은 무시한 채 사지 또는 오지 선다형 문제의 하나뿐인 정답을 향해 미친 듯이 돌진하는 사회를 비꼰 표현이다.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는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의 가능성은 우리 사회를 전 세계에서 가장 삶의 활력이 넘치는 곳이 되게 했다. 고도 성장기와 개발 독재 시절에는 이런 인재 선발 방식이 나름대로 순기능적인 측면이 있었다. 하나뿐인 정답을 요구하는 선다형 문제는 공정성과 투명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하여 과정과 결과에 모두가 승복할 수 있었다. 인재 선발 방식에서 힘을 발휘하던 ‘한방’의 사고방식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힘을 발휘했다. 정치도 경제도 모든 것을 ‘한방’에 끝내고 싶어 한다. 문제는 세상 대부분의 일들은 한방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한방에 결말이 나는 것 같지만 그 내용이나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나름의 절차와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해 우리는 다양한 가능성과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단숨에, 졸속하게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세상은 다양한 가치관과 유연한 사고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너무 경직되고 일방적인 사고의 틀 속에 갇혀 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채, 사생결단의 몸짓과 함성으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사람들을 보라. 그 어느 쪽도 자기만의 방식이 옳다고 주장한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들의 말에는 아예 귀를 닫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는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버지니아 포스트렐은 “복잡함과 번잡함이 미래를 지배하면 할수록 어두운 미래를 점치는 사이비 학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어지럽히는 가짜 뉴스의 생산과 유통을 바라보면 이 말이 정말 실감 나게 와 닿는다. 우리에겐 높은 산봉우리가 필요하다. 그 위에 올라서서 봐야 세상이 움직이는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잘못된 믿음과 신념은 개인의 삶과 사회를 파괴할 수 있다.

포스트렐은 말한다. 안정론자들은 기존의 안정된 틀을 벗어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안정론자들은 매사에 세세한 규정과 규칙을 만들고 모든 것은 엄격한 계획에 따라 관리하고 통제하려한다. 그들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관료들은 아직도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변화론자들은 시행착오나 실수, 실패조차도 무엇을 이루기 위한 기회로 받아들인다. 변화론자는 자기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무엇을 한방에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변화론자는 자신의 식견과 지식이 부족함을 인정한다. 그들은 일의 진행 과정을 소중하게 여긴다. 변화는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생존과 발전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올 한 해, 특히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맹목적인 낙관이나 비관을 경계해야 한다. 새해 초부터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혼란스럽고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과 본질을 중시하면서도 진취적인 개척 정신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사람이 필요하다. 역사의 변혁기에는 냉정한 판단력을 가진 국민의 역할 또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올해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느냐 후퇴하느냐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치열하게 논쟁하고 싸우되 배가 산으로 올라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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