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이 대한의 집에 몸 녹이러 간다?

발행일 2020-01-09 14:28:2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소한이 대한의 집에 몸 녹이러 간다?

전준항

대구지방기상청장

지난 6일은 절기상 ‘작은 추위’라는 뜻의 소한이었다. 소한은 우리나라 24절기 가운데 23번째 절기로 동지와 대한 사이에 있고, 음력으로는 12월 초순이지만, 양력으로 1월 5~6일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해가 바뀌고 처음 나타나는 절기로 ‘정초한파’라 불리는 강추위가 몰려오는 시기인데, ‘소한이 대한의 집에 몸 녹이러 간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라도 한다.’,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없어도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다.’ 등의 소한이 대한보다 더 춥다는 의미를 가진 속담이 있다. 왜 ‘큰 추위’의 대한보다 ‘작은 추위’의 소한이 더 추운 걸까? 옛날 중국 사람들은 소한부터 대한까지 15일간 5일씩 끊어서 3후로 나누었다고 한다.

초후에는 기러기가 북으로 날아가고, 중후에는 까치가 집을 짓기 시작하고, 말후에는 꿩이 운다고 기술하였다. 이는 옛날 중국 주나라 때, 화북지방-황하의 북쪽지역 기후에 맞춰서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 기후와는 조금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의미가 무색하게도 6일 대구지역 일최저기온은 –1.4℃로 평년(-3.6℃)보다 2℃ 높은 기온을 기록하였다. 이처럼 올 겨울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날이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따뜻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기온이 높은 원인으로는 지난 12월 중순 이후로 시베리아 부근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북쪽 찬 공기를 몰고 오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강도가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또한, 열대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 내외로 높아 우리나라 남동쪽에 따뜻하고 습한 고기압이 강도를 유지하면서 북쪽 찬 공기가 한반도로 깊숙이 내려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거 통계자료에서 대구지역의 소한과 대한의 기온은 어땠을까? 실제로 소한이 대한보다 더 추웠을까?

과거 10년간(2010년~2019년) 대구의 소한과 대한 시기의 일최저기온을 분석해본 결과, 소한 시기가 더 추웠던 날은 4년뿐이었다. 나머지 6년은 실제로 소한 시기보다 대한 시기에 더 추운 날씨를 기록하였다. 분석해보면, 소한이 대한보다 추웠던 날은 최저기온이 3.6~12.8℃까지 차이가 나 소한의 최저기온이 크게 떨어진 반면, 대한이 소한보다 추웠던 날은 2016년에 7℃가 추웠던 날을 제외하고 대체로 차이가 0.3~4.0℃로 소한이 대한보다 추웠던 날보다 최저기온 값의 차이가 적었다. 이는 소한이 대한보다 추울 때는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차이가 나는 반면, 대한이 소한보다 추울 때는 소한보다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비슷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한이 대한보다 춥다고 느끼는 것은 사람이 느끼는 추위가 상대적이어서 비슷하게 낮은 기온이라 하더라도 겨울철 한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소한에 더 춥게 느끼고 한파 피해도 극심한 것으로 보인다.

한파주의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 이상 하강하여, 3℃ 이하이고 평년값보다 3℃가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 ‘아침 최저기온이 –12℃ 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급격한 저온현상으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발표할 수 있다. 이 3가지 조건은 본격적으로 찬 공기가 지배하는 정초한파인 소한 시기에 잘 부합한다고 볼 수 있겠다.

2019년 12월 3일부터 2020년 3월 31일까지 대구지방기상청에서는 한파영향예보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한파영향예보는 한파 피해 저감을 위해 방재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국민의 안전·건강 증진을 도모하고자, 각 지역 환경을 고려하여 분야별·위험수준별 맞춤형 상세 한파 영향정보이다. 한파영향예보는 6개 분야(보건, 산업, 시설물, 농·축산업, 수산양식, 기타(교통,전력 등))로 나뉘고, 위험수준별로 4단계(관심/주의/경고/위험)로 나뉘어 지역별로 예상되는 한파전망 및 위험수준에 따른 상세한 대응요령 정보를 전달한다. 이에 대한 정보는 날씨누리 홈페이지(www.weather.go.kr), 모바일 웹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어느덧 겨울도 중반을 향해가고 있다. 올 겨울은 상대적으로 따뜻하지만, 일시적으로 대륙고기압이 크게 확장할 때는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기상청에서 제공되는 일기예보 및 한파영향예보, 생활기상지수 등을 활용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대한 끝에 양춘이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추위 뒤에 따뜻한 봄이 온다는 말로, 힘들고 괴로운 일을 겪고 나면 좋은 일도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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