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심리라고들 한다. 시장이 경제활동 주체들의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말하는 것일 텐데 현재 들쭉날쭉한 집값이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사실 지역경제는 얘기하는 것 자체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각종 지역경제 관련 지표가 희망적인 내용보단 침울한 것들밖에 보이지 않으니 그렇다. 어쩌다 이런 걱정까지 할 정도가 됐나 싶지만, 이게 지금 대구 경제의 현실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대구·경북권 전문대, 대학, 일반대학원 졸업자 취업 및 진로 현황’(2018년 12월31일 기준)에 따르면 경북은 4년제 대졸 취업률이 61%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5위였고, 대구는 57%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취업률은 64.1%였다.

이 결과에 눈길이 가는 것은 이번 취업률 조사가 건강보험과 국세 자료 등을 이용해 전국 기업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곧 지역 내 일자리 부족만을 저조한 취업률의 원인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지역 졸업생들의 취업경쟁력 약화가 조사 결과에 나타나 있다는 사실이다.

지방정부는 젊은층의 탈대구 현상을 막기 위해 양질의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런 식이라면 당장 우수한 인력을 원하는 기업체를 대구에 유치해 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또 중장기적으론 지역공동체의 미래경쟁력 약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지역경제 실상은 정권 탓만 하면서, 정권 교체를 기다리기엔 분야별 상황이 너무나 좋지 않다. 또 설령 앞으로 정권이 교체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이미 경험해 봐서 알 수 있듯이 크게 나아질 것도 없으리라 예상된다. 그래서 지금 시급한 것은 지방정부를 비롯해 모든 경제 주체들의 변화와 각성이다.

지난해 12월 대구상의에서 열린 ‘2019년 하반기 경제동향 보고회’ 자료를 보면 대구의 경기 부진은 생산, 고용을 비롯해 대부분 지표에서 전국 동향보다 훨씬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는 제조업 상황을 알 수 있는 광공업 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전국 평균 1.2% 감소)했고, 중소기업 가동률도 70.6%(전국 평균 73%)로 하위권이었다. 고용 역시 취업자 수가 122만6천 명(2019년 11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만2천 명 감소했다. 취업자를 세분화해서 보면 제조업이 9천 명, 도소매숙박업이 2만1천 명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국 취업자 수는 33만1천 명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대구의 대기업과 중국에의 과도한 의존도를 경제지표가 저조하게 나온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자동차부품 수출의 경우 대구는 중국 비중이 15.1%를 차지했지만, 국내 전체로는 중국이 8.5%에 그쳤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중국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미국, 동남아, 러시아 등지로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있는데 반해, 대구는 중국 영향에 고스란히 노출된 형편이다. 지역 기업들의 수출선 다변화가 어려운 것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혹시라도 변화를 거부하는 지역의 보수적 정치 성향이 기업활동에서도 나타난 것이라면 어쩌나 해서, 걱정스럽기도 하다.

올해 최대 이벤트는 역시 국회의원 선거이다. 그런데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와 달리 총선을 보는 지역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한 것 같다. 그 결과가 아마 예측범위 안에 있을 것이기에 굳이 선거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내 한 표가 갖는 가치와 의미도 못 찾는 듯하다.

그렇지만 지역경제 현실을 보면 이번 선거는 또 다른 의미에서 중요성이 있다. 지역에서 지금 절대적으로 필요한 변화의 물꼬를 정치 쪽에서 먼저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 알다시피 정치와 경제는 따로따로 굴러갈 수 없다. 두 분야가 각기 그 역할을 온전히 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때 공동체에 활력이 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랫동안 특정 정당이 정치를 독식하고 있는 지역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은 정치에 온전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고, 그 결과는 침체한 공동체와 경제에 변화의 계기를 만드는 것일 수 있다. 게다가 그건 또 정치인에게 최대치의 역량을 끌어내는 유권자의 묘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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